Noblesse.com Weekly Briefing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매주 월요일에 소개합니다.

젠틀 몬스터와 <하입비스트>의 만남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를 그저 ‘천송이 선글라스’ 정도로 기억하는 건 무척 부당합니다. 누구도 이 한국 브랜드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부터 그들은 서울 곳곳의 창작자들과 협업을 진행했고, 단순히 얼굴에 쓰는 장신구를 넘어선 이미지를 창출해내길 바랐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마련하지 못한 젊은 창작자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전위적 협업과 윈도 디스플레이를 해내고,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과는 그리 관계없어 보이는 공간 디자인에도 열정을 쏟기로 유명한 젠틀몬스터입니다. 그들이 한국을 넘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끈 배경에는 물론 한류와 한류 아이콘의 ‘착용’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간 진행한 다양한 패션 캠페인과 프로젝트의 공 또한 컸습니다.
지난 2월 10일 금요일, 가로수길의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매장은 하루 종일 비공개 촬영과 파티를 위해 문을 닫았습니다. 스타일리스트와 패션 디자이너, 음악가와 배우 등 젠틀몬스터의 아이콘 25명은 젠틀몬스터의 새로운 선글라스 시리즈를 고르고, 재능 넘치는 사진가 조기석(Cho Giseok)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그중에는 배우 틸다 스윈턴(Tilda Swinton)과의 협업 선글라스 시리즈도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번 촬영의 가시적 목표는 홍콩에 기반을 둔 웹 매거진 <하입비스트(Hypebeast)>가 매년 두 차례 출간하는 동명의 종이 잡지에 싣기 위함입니다. 스트리트웨어(streetwear)와 스포츠 브랜드 스니커즈 시대부터 고급 기성복과 라이프스타일, 대중음악 정보까지 모두 담아낸,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 온라인 매체는 얼마 전 한국판 <하입비스트 코리아>를 정식으로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죠.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와 매장 곳곳을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수년 전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패키지 디자인에 공들이는 브랜드였지만, 이제 물건을 매장에서 구매할 때 겪는 경험을 다각도로 충족하는 데 더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젠틀몬스터의 현재를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한국 패션 브랜드가 그들만의 색을 내고, 더 당당히 존경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 Gentle Monster × Hypebeast Photo Shoot for

ⓒ WWA × Chooseless Cafe at Bangkok, Thailand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태국 방콕에서 만난 라이프 컨셉 매장, ‘더블유더블유에이 추즐리스 카페’
얼마 전 태국 방콕에 다녀왔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태국은 처음이었습니다. 다만 방콕에 흥미로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매장 그리고 창작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광객으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쇼핑몰과 건축물이 아닌, 서울에서 만나더라도 자연스럽게 수긍할 만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위클리 브리핑에서 비정기적으로 소개하려 합니다.
‘더블유더블유에이 추즐리스 카페(WWA × Chooseless Cafe)’는 태국 패션 브랜드 더블유더블유에이(WWA)와 패션 &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을 느슨하게 합치고, 카페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아우른 라이프스타일 컨셉 매장(lifestyle concept store)입니다. 2층 빌딩을 통째로 쓰는 이곳은 웬만한 유럽 패션 하우스의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만큼 넓습니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 규모에서 단순히 식음료와 음식만 팔지 ‘않는’ 가게를 짓는 게 대기업이 아니고는 쉽지 않을 겁니다.
1층 카페와 레스토랑, 매장 공간에서 이어지는 2층은 온전히 ‘추즐리스’가 고른 빈티지 의류와 소품, 일본과 미국,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커버낫(Covernat)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태국 현지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태국 물가가 한국보다 낮아서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Cons Shirt)’ 라인의 긴소매 셔츠가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일본이나 한국, 다른 외국의 세컨드 핸즈(seconds hands) 매장에서는 10만 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죠). 여성복과 남성복이 7:3 정도 비율로, 집기에 큰돈을 들이지 않은 듯하면서도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수량 자체가 많진 않네요. 매장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편한 느낌의 설치(installation) 구성도 재미있습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여느 패션 브랜드 디스플레이처럼 ‘각’을 잡지 않고도, 아기자기하고 지역 문화(local culture) 친화적인 느낌이 배어 있어 인상적입니다.
추즐리스의 대표 중 한 명인 품(Pum)은 방콕 패션계의 유명인사 중 한 명입니다. 남편과 함께 다른 곳에서 빈티지 매장 등을 운영하다, 원래 본인이 하고 싶었던 카페와 레스토랑을 결합해 새로 열었습니다. 2년 정도 ‘무척 어렵게’ 공사와 재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지 이제 1년 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 WWA × Chooseless Cafe at Bangkok, Thailand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여행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음식도 맛있습니다.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브런치 메뉴도 여럿 있습니다. 매장에서는 사진 속 귀여운 빈티지, ‘키스 해링(Keith Haring)’ 티셔츠가 900바트(bhat)로 우리 돈으로 2만9000원 정도입니다. 1층 소품 진열장의 티셔츠에선 유독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의 명언이 눈에 띕니다. 매장과 맞닿은 건물에는 고급 셔츠 메이커 키튼(Keaton)과 일주일 중 며칠만 문을 여는 시크릿 바(secret bar),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문을 여는 LP 매장과 일식당 등이 함께 있습니다. 옆에서 마주한 그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이자 동료들처럼 보여서 뭔가 부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WWA × Chooseless Cafe
77 Ekkamai 21 Alley, Khwaeng Khlong Tan Nuea, Khet Watthana, Krung Thep Maha Nakhon 10110
Tel. 02-006-4349
글 홍석우(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편집자. 서울 거리 풍경을 기록하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의 사진도 찍고 있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