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com Weekly Briefing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매주 월요일에 소개합니다.

A. 4월, 가장 개인적인 쇼핑 가이드
쌀쌀한 꽃샘추위도 가고 바야흐로 진짜 봄이 왔습니다. 아직 일교차는 좀 벌어지지만, 코트나 두툼한 스웨터를 고이 모셔두고 좀 더 얇은 티셔츠와 가볍게 신기 좋은 신발을 꺼내야 하는 시기죠. 이번 위클리 브리핑은 무척 사적인 쇼핑 가이드로 채웠습니다.

Gucci Princetown Embroidered Leather Slipper
ⓒ Image Courtesy of Gucci
1. 구찌, 프린스타운 자수 가죽 모카신 슬리퍼
가죽 모카신(leather moccasins)은 언제나 가장 고전적인 패션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특히 도시 속 곳곳의 자연이 만개해 꽃과 푸른 잎이 우리 주위에 스며드는 때라면, 조금 더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죠.
전통적이면서 너무 단정한 이미지에 갇힌 채 수십 년을 허비한 호스빗 모카신을 재해석한 것만으로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최근 작업은 가치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비즈 장식과 요염한 검은색 자수가 은은하게 섞인 여성용 가죽 모카신 슬리퍼는 신었을 때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어딘가 벗어두었을 때를 신경 쓴 느낌도 듭니다. 클래식 구찌 로고 아래에 한 땀씩 새겨 넣은 하트 무늬 장식을 보면 말이죠.
141만 원, 구찌 공식 웹사이트(www.gucci.com/kr/ko)

ⓒ Image Courtesy of Louis Vuttion
2. 루이 비통×제프 쿤스, 키폴 50 루벤스 가방
2017년 4월 11일, 특별한 협업(collaboration)이 있을 거라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인 루이 비통(Louis Vuttion)의 새 프로젝트는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와 함께한 새로운 ‘마스터스 루이 비통×제프 쿤스(Masters LV × Jeff Koons)’ 컬렉션입니다.
현대사회의 일상용품부터 과거의 고전까지, 건드리지 않는 영역이 없는 희대의 예술가가 택한 건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같은 천재의 ‘걸작 회화(masterpiece art)’였네요. 제프 쿤스는 대가들의 작업을 재해석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고, 그가 만든 루이 비통의 새로운 ‘징후’들도 고스란히 컬렉션 안에 들어갔습니다.
루이 비통의 대표적인 위크엔더(weekender) 시리즈 ‘키폴 50(Keepall 50)’과 ‘루벤스’의 만남은 이번 협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입니다. 극적인 묘사가 가득한 회화를 담아낸 가방은 일종의 하얀 캔버스가 되었죠. 금장으로 빛나는 LV 클래식 모노그램, 그리고 제프 쿤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푸른 네온 장식이 과감합니다.
혹자는 점잖은 명품 가방에 웬 날벼락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금의 예술이고 또 사치(luxury)의 정수 아닐까요? 보통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는, 조금 보기 불편하고 어색한 요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이 흥미로운 만남을 바라본다면, 소장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482만 원, 루이 비통 공식 웹사이트(kr.louisvuitton.com/kor-kr/products/keepall-50-nvprod400143v)

Supreme × Comme des GarÇons Shirt S/S 2017 Collection
ⓒImage Courtesy of Supreme & Comme des GarÇons
3. 슈프림×꼼데가르송 셔츠 캡슐 컬렉션, 스니커즈와 박스 로고 티셔츠
조금 방향을 틀어볼까요? 얼마 전 루이 비통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와 함께한 협업을 선보인 뉴욕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슈프림(Supreme). 이제 그들이 가지 못하는 영역은 없다는 걸 몸소 증명해냈습니다.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슈프림과 루이 비통의 협업 제품은 이미 킴 존스의 유명인사 친구들 인스타그램에 속속 올라오고 있죠.
자본주의사회 한가운데에 침투해 저항정신과 자유로움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의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과 슈프림 사이에는 접점이 존재합니다. 2012년 가을·겨울 시즌 이래 그들의 협업은 사실 그런 의미와 상관없이 슈프림의 무수한 한정판처럼 그저 빠르게 매진되었고, 또한 높은 웃돈이 붙었지요.
팬덤의 열광 지수를 재는 듯이 매주 폭발적인 영향력의 협업을 공개하는 슈프림이 얼마 전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Çons Shirt)’와 새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꼼데가르송 셔츠는 남성복이지만, 레이 가와쿠보가 직접 디자인할 정도로 큰 애정을 보이는 아이템이죠. 또한 꼼데가르송 옴므(Comme des GarÇons Homme) 혹은 옴므 플러스(Homme Plus) 사이에 ‘끼어서’ 컬렉션 쇼 무대를 누비던 것과 달리, 이제 당당히 단독 브랜드로서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의 일정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종이 수술(Paper Surgery)’ 프로젝트의 구겨진 얼굴 사진 작품으로 꼼데가르송 셔츠의 2010년 광고 캠페인을 선보인 미국 개념미술가 스티븐 J. 섀너브룩(Stephen J. Shanabrook)에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실크스크린 프린트는 또렷하게 당신을 쳐다보는 안구(眼球) 선명한 슈트부터 이번 협업과 함께 공개한 나이키 에어포스원(Nike Air Force 1) 로우까지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지난 몇 차례 선보인 그들의 협업처럼, 이번 컬렉션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꼼데가르송 포켓(Comme des GarÇons Pocket)의 동전 지갑부터 봄에 입기 딱 좋은 두께의 재킷, 밀리터리 코트를 재해석하고 오래된 꼼데가르송 ‘스태프 재킷(staff jacket)’의 타이포그래피에 슈프림 로고를 결합한 레인코트까지 다양한 옷과 장신구를 담아냈으니까요. 물론 팬들이 발견한 최고의 옷은 예의 슈프림 로고를 뒤집고, 그 위에 파란 ‘Comme des GarÇons Shirt’를 프린트한 박스 로고 반소매 티셔츠와 후디드 파카 시리즈겠죠.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정보 하나. 대체 이걸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세계 각지(뉴욕과 런던, 파리와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도쿄)의 슈프림 매장과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직접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려면,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구매 대행 같은 우회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요. 상징적인 로고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전쟁통과 비슷할 발매 시점을 뚫고 손에 쥘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군요.
www.supremenewyork.com/shop
글 홍석우(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편집자. 서울 거리 풍경을 기록하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의 사진도 찍고 있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