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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lesse.com Weekly Briefing

FASHION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매주 월요일에 소개합니다.

ⓒ Shayne Oliver on His Runway at New York Fashion Week Image Courtesy of Hood by Air

A. 과거와 지금을 연결하는 패션 디자이너_ 헬무트 랭과 셰인 올리버

지난주 위클리 브리핑에서 봄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이제 초여름처럼 기온이 오르는 따스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들리는 봄비 소식에 레인코트라도 한 벌 장만하고 싶어지는 4월 중순,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과거’가 된 전설적 패션 디자이너 헬무트 랭(Helmut Lang)과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지금을 2주에 걸쳐 전합니다. 그들이 여전히 패션계에 생생히 살아 있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 Helmut Lang’s Perfume Campaign, 1999 / Helmut Lang A/W 2004 Campaign Photograph by Juergen Teller, 2004 Images Courtesy of Helmut Lang, HL-ART

1. 셰인 올리버가 디자인하는 헬무트 랭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디자인팀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헬무트 랭. 과거 전설적 미니멀리즘(minimalism), 즉 최소주의 디자인의 대가로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불린 헬무트 랭은 2005년 자신의 브랜드를 떠나 예술가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예술에 관한 그의 진지한 태도는 브랜드를 이끌던 시절 선보인 컬렉션 무대뿐 아니라, 프랑스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부터 독일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협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렇다고 당시 헬무트 랭이 미니멀리즘 유행의 기조를 따라 상업적 노선으로 유명세를 치른 건 아닙니다. 그의 컬렉션은 동시대 어떤 패션 디자이너보다 전위적이었죠. 펑크(punk)처럼 반항적인 하위문화(subculture) 요소를 고급 기성복에 접목한 디자이너는 예전에도 존재했고 여전히 유행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가져온 수많은 오브제,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해 속삭이는 컬렉션은 예나 지금이나 드뭅니다. 그래서 요즘 선보이는(과거로의 회귀와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헬무트 랭 컬렉션을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작고한 전설적 패션 저술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오브라이언(Glenn O’Brien)이 당시 헬무트 랭을 ‘진짜(real)’라고 굳이 인스타그램에 언급한 사례(https://instagram.com/p/BOKly20gRGE)를 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헬무트 랭은 피복 전선과 비닐부터 구속복의 본디지 장식, 뉴욕 택시 광고에 이르기까지 기성 패션계가 딱히 관심을 두지 않던 소재들을 하나로 모아 패션 역사의 한 장을 채웠습니다. 요즘 두드러지는 1990년대로의 회귀 현상은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와 라프 시몬스(Raf Simons) 같은 디자이너의 과거 작업을 들추고 있죠. 헬무트 랭 역시 호사가들 사이에서 그런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빈티지 컬렉션에 웃돈이 붙었습니다.

ⓒ Hood by Air F/W 2017 Collection at New York Fashion Week Image Courtesy of Hood by Air

각설하고, 다시 2017년 4월입니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Business of Fashion)>과 <위민스 웨어 데일리(WWD)> 등의 전문지는 일제히 헬무트 랭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로 뉴욕 패션계를 넘어 고급 스트리트웨어(high-end streetwear)의 시대를 연 젊은 패션 디자이너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가 헬무트 랭과 협업한 특별 컬렉션을 디자인한다는 뉴스입니다.

혹자는 후드 바이 에어를 그 유명한 ‘HBA’ 로고와 힙합 스타들의 유니폼만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현상 자체는 분명히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연한 문화로 보이는 패션계에도 존재하는 유리 천장과 ‘금기’를 깨고, 관습을 비껴간다는 측면에서 셰인 올리버와 헬무트 랭 사이에는 분명히 접점이 있습니다. 최근 후드 바이 에어 컬렉션의 중요한 오브제 혹은 소재로 자리 잡은 ‘펑크’와 ‘고스(goth)’, 화려한 색이 들어간 비닐 소재와 가죽의 조합, 그리고 양성적 매력 역시 일부 헬무트 랭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이 거점으로 자리 잡은 도시가 뉴욕이었다는 점 또한 교집합일 겁니다.

ⓒ Shayne Oliver on Issue N°23 Photograph by Wolfgang Tillmans, Styled by Carlos Nazario, Hair by Alex Sainsbury Images Courtesy of 〈Fantastic Man〉

셰인 올리버는 흑인 동성애자들을 컬렉션 무대에 세우고, 여장한 모습을 남성 잡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화보로 공개하는 등 정체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표현의 한계를 실험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컬렉션은 수년 전 스트리트웨어 부흥기보다도 전위적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강해진 예술성과 무대 연출, 디자인은 평론가들의 엄지를 치켜들게 합니다.

이토록 흥미로운 창작을 이어가는 디자이너가 만든 헬무트 랭의 컬렉션은 여성복과 남성복, 액세서리 라인을 포함한 풀 컬렉션으로, 2017년 9월 새로운 매장 디자인과 함께 뉴욕에서 최초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www.helmutlang.com
www.hoodbyair.com

 

홍석우(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편집자. 서울 거리 풍경을 기록하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의 사진도 찍고 있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