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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Bauhaus

LIFESTYLE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독일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베를린을 주축으로 바이마르, 데사우까지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

1926년, 발터 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의 비전을 집약해 설계한 역사적인 캠퍼스 바우하우스 빌딩.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계기반에 ‘1930년, 데사우’를 입력할 거예요. 요즘 대학교는 한 명의 스타 건축가를 교수로 영입하기도 어렵잖아요. 이 시절 바우하우스(Bauhaus)는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데어로에 같은 초특급 교수진이 포진해 있었어요. 그야말로 드림팀이죠. 바우하우스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바우하우스 투어 가이드로 활약하는 프랑크(Frank)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중부 튀링겐주의 주도 바이마르에 설립한 조형 학교다.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인 베를린 출신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전쟁과 경제 공항으로 피폐해진 삶을 개선하며 사회 개혁에 앞장섰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공예, 회화, 조각, 디자인 등 예술과 기술을 통합한 건축을 지향했다. 화려한 등장과 달리 바우하우스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바이마르에 뿌리를 내렸으나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1925년 데사우로, 1932년 베를린으로 거점을 옮겼고, 1933년에는 결국 나치의 탄압을 받아 폐교했다. 올해는 바우하우스가 개교 100주년을 맞는 해다. 바우하우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이름도 낯선 도시에 세운, 고작 14년 역사의 교육기관에 전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베를린에 남아 있는 바우하우스의 궤적을 좇았다.

1 브루노 타우트와 마르틴 바그너가 참여한 프로젝트인 후파이젠지들룽.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공공 지원 주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었다.
2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에 치중했으나 건물이나 거리마다 문, 창틀, 벽면 등에 강렬한 패턴을 첨가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일상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의 3대 교장이던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는 ‘바우하우스가 교육기관이라기보다 하나의 이념’이라고 말했죠.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건축, 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챕터를 차지하니까요.”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과 디자인 관련 글을 쓰는 프랑크는 바우하우스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는 이번 투어에서 베를린의 남다른 바우하우스 코스를 소개하겠다고 자처했다. 바우하우스가 만든 삶의 풍경과 모더니즘 건축에 초점을 맞춘 것. “19세기 이후 대도시로 부상한 베를린은 심각한 주택난에 시달렸어요. 게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되었고요.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대대적인 건축 계획이 필요했어요. 시민을 위한 주택도, 도시의 위상을 다시 세울 최신식 건축물도요.” 그렇게 탄생한, 바우하우스 시절 베를린의 대표 건축물은 ‘주택단지’다. 20세기 초 산업화와 기술의 발달로 건축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주택단지가 들어섰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기억해야 할 이름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와 마르틴 바그너(Martin Wagner)다. 이들은 베를린 곳곳에 기념비적 주택단지를 지었고, 그중 몇몇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3 숲속에 위치한 옹켈 톰스 휘테는 푸른 숲과 잘 어울리는 컬러 파사드가 특징이다.
4 일명 ‘백색 도시’라 불리는 바이세 슈타트는 입구와 창틀, 내부 벽면 등에 컬러를 입혀 생기를 더했다.

먼저 두 사람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보러 갔다. 베를린 남쪽 노이쾰른에 위치한 ‘후파이젠지들룽(Hufeisensiedlung)’, 번역하면 ‘말발굽 주택단지’다. 1925년부터 1930년까지,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공공 지원 주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었으며, 약 200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독특한 이름은 말발굽 모양의 중앙 빌딩에서 본뜬 것이다.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디자인의 사회성을 강조했죠.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민중을 위한 것이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했어요. 브루노 타우트와 마르틴 바그너는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온 노동자에게 빛과 공기 그리고 자연 속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죠.” 두 사람은 욕실과 정원이 딸린 저렴한 주택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도심을 벗어나 건축 가능한 녹지를 찾고, 평면적 설계를 통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에 치중했다. “하지만 전혀 단조롭지 않아요. 건물이나 거리마다 문, 창틀, 벽면 등에 강렬한 컬러와 각기 다른 패턴을 첨가했죠. 이는 브루노 타우트만의 특별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비슷한 사례를 베를린 남서쪽 첼렌도르프의 소나무 숲속에서도 발견했다. ‘톰 아저씨 오두막’이라는 이름의 ‘옹켈 톰스 휘테(Onkel Toms Hu¨tte)’다. 정식 명칭은 첼렌도르프 숲 주택단지인데, 근처에 있던 유명 카페의 이름이 별칭이 되었다. 브루노 타우트는 후파이젠지들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옹켈 톰스 휘테를 지었다. 무엇보다 조경에 힘을 실었다. 소나무를 그대로 살리는 디자인을 고민했고, 모든 세대가 숲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브루노 타우트의 특징인 컬러 파사드에 적용한 레드, 블루, 옐로 등 알록달록한 색채가 푸른 숲과 잘 어우러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또 다른 주택단지를 찾았다. 이번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마르틴 바그너와 세 건축가가 함께한 ‘바이세 슈타트(Weiße Stadt)’, 일명 ‘백색 도시’다. 바이세 슈타트가 위치한 곳은 베를린 북서쪽 라이니켄도르프(Reinickendorf)다. 널찍한 아로저(Aroser) 대로를 따라 이름 그대로 흰색 건물이 쭉 늘어서 있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건축물과 단지는 녹지와 테라스를 통해 여유를 품었다. 이전 주택에 비해 확연히 눈에 띄진 않지만 입구와 창틀, 내부 벽면, 옥상 등에 컬러를 입혀 생기를 더했다.
이 밖에도 브루노 타우트의 또 다른 걸작 가르텐슈타트 팔켄베르크(Gartenstadt Falkenberg), 그로피우스가 참여한 지멘스슈타트 집합 주택단지(Großsiedlung Siemensstadt) 등을 통해 바우하우스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종종 가이드 투어도 진행하는데, 베를린 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berlin.de/en)에 방문하고 싶은 건축물을 검색하면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5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빌딩 스케치를 담은 엽서.
6 바우하우스의 상징 같은 제품인 마리아네 브란트가 디자인한 티 인퓨저.
7 베를리니셰 갈레리에서 열리는 <오리지널 바우하우스>전 포스터.
8 마르셀 브로이어가 1924년에 디자인한 칠드런스 체어.

베를린, 바우하우스 축제의 장
바우하우스를 테마로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 봐야 할 웹사이트가 있다. ‘바우하우스 100년(www.bauhaus100.com)’은 바우하우스에 대한 기본 지식은 물론 독일 전역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과 여행하는 방법을 총망라했다. 2016년부터 준비해온 만큼 꼼꼼히 챙긴 자료와 유용한 정보 덕분에 별도의 자료 검색이나 가이드북 없이 일정을 짤 수 있다. 바우하우스 100년의 수장인 크리스티안은 9월 첫 주는 베를린에서 보내라고 추천한다. 하반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두 가지 행사 때문이다. 첫 번째는 베를리니셰 갈레리(Berlinische Galerie)에서 열리는 <오리지널 바우하우스>전.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와 디자인 박물관의 핵심 소장품, 해외 컬렉션 1000점을 전시한다. 바우하우스의 역사적 디자인을 한 번에 조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제를 모은 14가지 제품, 14가지 이슈를 꼽아 숨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9월 6일부터 이듬해 1월 27일까지 진행한다.
두 번째는 ‘바우하우스 위크 베를린’이다. 베를린 서쪽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을 중심으로 최근 갤러리가 속속 오픈하는 샤를로텐부르크, 주요 예술 지구 중 하나인 포츠다머 거리등지에서 열린다. ‘모두를 위한 예술’,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주창한 바우하우스이기에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침 베를린의 미술관이 늦은 밤까지 연장 운영하는 ‘롱 나이트 오브 더 뮤지엄’의 일정도 겹쳤다. 예술,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모두 거리로 나와 베를린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바우하우스 위크 베를린을 찾는다면 메인 축제장 근처에 위치한 바우하우스 상설 전시장을 들러보자. 2층짜리 전시장으로 벽면에 도표와 사진, 텍스트로 바우하우스의 역사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그중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2층 전시는 꼭 볼 것.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및 디자인 박물관(Bauhaus-Archiv / Museum fu¨r Gestaltung)은 바우하우스의 방대한 자료와 문헌, 다채로운 소장품이 가득한 보물 창고 같은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이라 내부를 둘러볼 순 없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돌아온 그로피우스가 설계해 베를린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 건축물 자체를 감상하는 일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9 높낮이를 달리해 심플한 디자인의 B9 사이드 테이블은 마르셀 브로이어의 디자인이다.
10 이동성, 효율성,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학사의 옷장’은 요제프 폴(Josef Pohl)이 1930년에 디자인했다. 11 6월 17일 거리에서 열리는 앤티크 벼룩시장.

+ Shopping Guide
바우하우스 상설 전시장 한쪽에는 일상 속 바우하우스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숍이 자리한다. 기념품으로 살 만한 엽서는 물론 바우하우스 디자인 하면 즉각 떠오르는 WG24 램프, 마리아네 브란트의 실버 티포트 등 시그너처 아이템까지 제법 구색을 갖췄다. 바우하우스 상설 전시장이 위치한 크네제벡거리(Knesebeckstr.)에는 로테스 안티크아리아트(Rotes Antiquariat)도 있다. 이곳은 남다른 셀렉션을 갖춘 앤티크 숍으로, 공산주의와 노동운동, 모더니즘, 동유럽의 아방가르드 가구, 소품, 책, 그림 등을 판매한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빈티지 체어, 마리아네 브란트의 램프와 티포트, 바우하우스에서 발행한 책과 잡지, 포스터 등을 가지런히 진열했다. 주말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티어가르텐역 인근 6월 17일 거리(Strasse des 17. Juni)로 향하면 베를린에서 가장 큰 앤티크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컬렉터를 자처하는 전문 셀러가 모이는 시장이라 믿을 만하다. 유럽의 유구한 역사, 화려한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물건으로 가득하다. 바우하우스가 탄생한 1900년대 초 만든 가구와 소품을 보유한 판매자가 몇몇 있다. 이들은 제품의 생산 연도와 예술 사조, 디자이너의 이름까지 속삭인다. 항간에는 바우하우스와 당대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체코 출신 상인이 출몰한다는데, 그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빌딩을 본떠 만든 버스. 내부에 바우하우스의 역사를 담은 서적과 자료를 비치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명소 탐방
바우하우스가 전성기를 누린 데사우는 1년 내내 풍성한 행사와 볼거리로 가득하다. 소중히 보존해온 바우하우스 건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하루를 꼬박 할애해야 한다. 공방과 강의실, 기숙사, 교수실, 식당까지 갖춘 바우하우스 빌딩에서부터 교수들이 머물던 주택, 교외에 지은 퇴르텐 주택단지(To¨rten Housing Estate), 아우구스트 베벨 광장에 위치한 고용사무소 등 바우하우스의 궤적이 담긴 건축물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독특한 경험은 바우하우스 빌딩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 1926년에 완공한 스튜디오 건물 ‘프렐레르하우스(Prellerhaus)’는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프란츠 에를리히(Franz Ehrlich) 등 당시 바우하우스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일하고 머물던 곳이다. 당시 사용한 가구의 배치까지 그대로 복원한 스튜디오를 체험하고 싶다면 데사우 바우하우스 파운데이션(unterkunft@bauhaus-dessau.de)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9월 8일에는 바우하우스 뮤지엄 데사우(Bauhaus Museum Dessau)가 개관한다. 1500m² 규모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바우하우스 데사우 파운데이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데사우 시기에 제작한 작품뿐 아니라 바우하우스의 교육 내용과 과정, 이들이 펼친 산업화와 예술적 실험, 교내 펠로십과 마스터십등을 시각화해 흥미롭다.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명소는 ‘바우하우스 버스’를 타면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12 1500여 점에 이르는 바우하우스의 가장 오래된 컬렉션을 보유한 바우하우스 뮤지엄 바이마르의 내부.
13 부드러운 옐로 컬러 표면과 반복적인 사선형 창문 등이 바우하우스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교.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뮤지엄 투어
바우하우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본격적인 행사는 바이마르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4월에 개관한 바우하우스 뮤지엄 바이마르(Bauhaus-Museum Weimar)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하이케 하나다(Heike Hanada)가 설계했다. 군더더기 없이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빌딩은 실용주의를 강조한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1500여 점에 이르는 바우하우스의 가장 오래된 컬렉션. 바우하우스를 포함해 178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파인 아트, 디자인, 건축을 망라한 전시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바우하우스의 첫 건축 프로젝트 ‘하우스 암 호른(Haus Am Horn)’도 보수공사 끝에 지난 5월에 오픈했다. 1923년 바우하우스 전시회를 위해 지은 실험 주택이자 모델하우스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노이에스 뮤지엄 바이마르(Neues Museum Weimar)를 방문해볼 것. 19세기 중순 튀링겐주에 처음 설립한 미술관으로 현실주의, 인상주의, 아르누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우하우스 카드’를 구매하면 바우하우스 뮤지엄 바이마르를 비롯한 튀링겐주의 다양한 명소를 방문 할 수 있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서다희(베를린 통신원)   사진 제공 VG 100 야르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어치브 베를린, VG 빌트-쿤스트, 클라식 슈티프퉁 바이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