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Jet
“내일 오전 8시에 파리로 출발할 수 있을까요?” 전화 한 통이면 다음 날 아침, 나를 데려다줄 비행기가 공항에 대기한다. 심지어 내가 고른 레스토랑의 음식까지 준비해서. 상상이 아니다. 비스타젯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김포공항 활주로에 섰다. 저 멀리 날렵한 상어를 연상시키는, 차갑게 빛나는 은빛 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항공사 비스타젯(Vista Jet)의 비행기를 영접한 순간이다. 비스타젯은 2004년 항공기 임대 서비스를 시작, 현재 60대의 항공기로 연평균 180여 개국을 오가는 회사다. 지난해에 약 1만5000회 비행을 통해 4만여 명의 고객이 세계를 여행했다고 한다. 일반 항공기 임대 서비스와 다른 점은 고객에게 최고급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부푼 기대를 안고 김포공항 활주로에선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안락한 기내에서 창립자이자 회장인 토머스 플로어(Thomas Flohr)와 마주 앉아 이 특별한 비행 서비스에 관해 물었다.
먼저 비스타젯이 생소한 독자를 위해 간단히 소개부터 해달라. 오늘 내 하루가 비스타젯을 설명해주는 가장 적절한 예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전 5시에 베이징을 출발해 서울에 도착했다. 지금 여기 있지만 30분 뒤엔 대만으로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밤 홍콩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하루에 4개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우린 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을 편안하고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요즘엔 전용기를 소유하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비행기를 빌려 타는 이들이 증가했다. 최근 비행기 셰어링 서비스가 각광 받고 있다. 이건 전용기 소유주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행기를 빌려주는 일이라 비행기 이력도, 안전 기록도, 조종사도 모른다. 반면 우리는 비행기를 직접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시설이나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고 고객 만족도가 높다.
비스타젯은 설립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항공기 나이는 모두 두 살이 채 되지 않았다. 5~7년 정도 사용한 기종을 최근에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60대의 비행기는 모두 2년 미만 사용한 신기종이다. 그 덕분에 고객은 더 편안한 승차감을 느끼며 초고속 인터넷 같은 최신 기술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물론 안전을 위해 비행기 내부와 조종실을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있었다. 새 비행기일수록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보유하고 있는 비행기는 글로벌과 챌린저 두 가지 타입이다. 글로벌 타입은 13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고, 챌린저는 7~8시간까지 이동할 수 있다. 수용 인원도 기종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어 글로벌 6000 모델은 최대 15명까지, 챌린저 350 모델은 최대 9명까지 탈 수 있다.
비스타젯 이용법은 플라이트 솔루션 프로그램(FSP)과 온디맨드로 나뉜다. 이용 제한이나 서비스에 차이가 있나? 쉽게 말하면 고객의 연간 이용 시간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1년에 50~500시간 이용하면 FSP, 50시간 미만이면 온디맨드로 규정한다. FSP 고객은 어느 도시에 있더라도 전화 한 통이면 24시간 안에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원할 때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시간당 일정 금액으로 환산). 실제로 고객의 60%가 여기에 속한다. 온디맨드 고객은 예약을 하더라도 원하는 스케줄과 기종을 100% 이용하긴 어렵다. 스케줄이 가능한 선에서 제공하며 당연히 비용도 높다.
내부 시설과 서비스가 정말 궁금했다. 실제로 보니 아늑하고 편안하다. 침실도 있고. LCD 모니터, 아이패드, 인터넷까지 갖춰 원한다면 업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은 편안한 휴식을 선호한다. 프레떼 캐시미어 블랭킷과 침구를 제공하고, 크리스토플 테이블웨어, 르 라보 향수 등 작은 소품 하나까지 최고로 좋은 걸 마련한다. 모든 비행에는 1~2명의 스튜어디스가 동행해 고객을 정성껏 케어한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주며 찬사한 와인, 샤토 파프 클레망 2010을 서빙하는가 하면 고객이 원하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케이터링으로 준비한다.
비스타젯을 이용할 때 안전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되나? 지난 12년간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다. 유럽 안전 표준 지침을 그대로 따른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도 안전 지침을 세워 조종사들을 훈련한다.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안전이니 믿고 타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 고객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스타젯의 첫 번째 규칙은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 고객도 비스타젯을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에 12~15대 정도의 비행기를 배치했기 때문에 스케줄이 허락된다면 12시간 안에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오늘의 나처럼 하루에 여러 도시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
사진 선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