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New=Art
도시의 힙스터들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매력이 교차하는 곳을 주목한다. 역사적 공간과 현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베이징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동경원 메인 홀 전경
The Temple Hotel Beijing
15세기에 설립한 사원, 즈주쓰(Zhizhusi Complex, 智珠寺)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흑백 텔레비전을 만드는 공장 지대로 활용되다가 한동안 사람들에게 잊혔다. 그런데 벨기에 기업가 유안 판 바센호버(Juan van Wassenhove)와 그의 파트너 리차우(Li Chow), 린판(Lin Fan)이 베이징 한가운데에 숨어 있던 이곳을 찾아내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들은 사원의 이름처럼 지혜로운 방법으로 건물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했다.
명나라부터 문화대혁명 이후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풍파를 모두 겪은 옛 건축물은 바센호버의 안목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호텔과 갤러리로 이루어진 동경원(The Temple Hotel Beijing, ?景緣)과 프렌치 레스토랑 TRB가 들어서면서 즈주쓰는 베이징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했다. 수년에 걸친 리뉴얼 끝에 공개한 이곳은 오픈 직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메리트 어워드(Merit Award)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동경원 호텔 정문으로 들어가면 과거 사원 건물이자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는 메인 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장엔 문화대혁명 시기에 새겨 넣은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금빛 조명과 붉은색 벨벳 의자가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스페인 출신 재즈 뮤지션 안토니오 세라노, 호세미 카르모나의 공연과 리빙빙, 장쯔이, 판빙빙의 패션 화보 촬영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이 펼쳐졌다. 메인 홀 뒤편의 미팅 룸에는 바센호버와 파트너들의 아트 컬렉션이 가득하다. 장샤오강의 드로잉, 마오쩌둥의 초상, 팝아트적 요소가 다분한 조명과 상하이 스타일의 빈티지 가구가 놓여 있는 이곳의 분위기는 마치 재즈와 고전음악의 협주처럼 오묘하다. 동쪽에 마련한 갤러리는 일반적 화이트 큐브 대신 목재의 질감이 살아 있는 천장과 짙은 회색 벽이 조화를 이룬다. 정기적으로 중국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는 이곳에서는 최근 옌레이(Yan Lei)의 <컬러 휠 시리즈>가 관람객을 맞았다. 동경원 곳곳에서 왕수강(Wang Shugang), 탕궈(Tang Guo)의 조각 작품과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Ingo Maurer), 나탈리 쥐노 퐁사르(Nathalie Junod Ponsard)의 작품 또한 마주할 수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영구 설치 작품 ‘개더드 스카이(Gathered Sky)’. 한 공간 전체를 사용하는 이 작품은 해가 저물면서 변하는 하늘색에 맞춰 음악과 조명이 바뀐다. 또 하나의 사원이 되어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명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공간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공개한다.
사실 지난해에 동경원은 한차례 폭풍을 겪었다.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움직임 속에 동경원 또한 고대 유물을 개조해 사적인 영리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비친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 호텔은 비공개로 임시 전환됐으며 갤러리 운영을 통해 중국 사회에 문화적 가치를 호소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이다.
주소 No.23, Shatan North Street, Dongcheng District, Beijing, 100009, China
전화+86 10 8401 5680
홈페이지 www.thetemplehotel.com
바센호버와 두 파트너의 아트 컬렉션으로 장식한 동경원의 미팅룸
제임스 터렐, Gathered Sky, 2012
BCA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전경
BCA의 전시장 겸 휴식 공간. 블랙 & 화이트 색상을 활용해 단조롭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Beijing Center for the Arts & Georg Jensen Hus
베이징의 난뤄구샹 골목과 스차하이 호수를 잇는 위허(玉河) 지역에는 회색 벽돌로 지은 베이징 전통 가옥, 쓰허위안(四合院)이 들어섰다. 이곳은 상하이 갤러리 오브 아트(Shanghai Gallery of Art) 디렉터 출신인 웡링(翁菱)이 2015년 5월 BCA(Beijing Center for the Arts)를 오픈하기 전까지 한동안 조용했다. 웡링은 1990년대에 중국 현대미술이 움트기 시작할 때부터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인물. 그는 2010년 50명의 예술계 인사를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아트차이나연맹(Art China Union)을 결성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아트 바젤 홍콩에서 중국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이 연맹을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가을 BCA 옆에는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조지 젠슨의 컨셉 스토어 ‘조지 젠슨 후스(Georg Jensen Hus)’가 둥지를 틀었다. 조지 젠슨의 정체성을 담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비롯해 미술, 디자인, 건축, 영화,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이곳 역시 아트차이나연맹에서 기획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북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 코펜하겐(Space Copenhagen)이 맡았다. 철골 프레임과 유리로 마당 한가운데의 천장을 덮고 명나라 시대의 건축양식과 고가구를 접목해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지 젠슨 후스에서는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동시대 화두를 나누는 BCA 주관 프로그램 ‘위허야화’가 열린다. 지금까지 예술가 예융칭과 샤오판, 사진작가 쩡리와 언론인 왕쥔, 물리학자 위뤼 등이 참여해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의 문화 정체성, 도시와 사회의 변화, 예술과 과학의 상호 관계 등 동시대의 이슈를 심도 있게 다뤘다. 또 지난 1월 23일에는 음악평론가이자 DJ인 장요우따이를 초청, 고(故) 데이비드 보위를 추모하는 밤을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BCA와 조지 젠슨 후스, 그리고 동경원은 폐쇄적이고 낙후된 곳을 예술로 승화시킨 좋은 예다. 철거 직전의 공장 단지가 가장 사랑받는 문화 명소인 798 예술구로 변모한 것처럼 닫혀 있던 공간을 공개하면서 예술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주소 No.1 Jade River, Ping an Avenue, Dongcheng District, Beijing, 100009, China
전화 +86 10 8408 4389
홈페이지 www.beijingcenterforthearts.com, www.georgjensen.com/zh-cn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글 주미정(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박사 과정) 사진 제공 The Temple Hotel Beijing, Beijing Center for the 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