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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c Viticulure

LIFESTYLE

현재 와인 산업에서 가장 주목하는 개념인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 대해 탐구하다.

 

당신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요즘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이용한 포도 재배에 관심이 많다. 돌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 출간한 <와인 세계지도(The World Atlas of Wine)> 제7판을 작업하던 중이었다. 휴 존슨과 함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분포도를 보고 있었는데, 휴는 이 주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우리는 공동 저자로서 편리하게도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였다. 그런지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 관한 그의 시큰둥한 반응에 놀라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 재배하는 포도원의 비율을 정확히 알아보기로 결심했다(유기농 재배가 바이오다이내믹으로 가는 첫 단계다). 이 주제로 현재까지 3권의 책을 낸 매슈 월딘에게 필자의 웹사이트(www.jancisrobinson.com)에 올릴 상세한 리포트 집필을 부탁했다. 그 내용을 보니 놀라웠다. 배경과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제법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이 최근 대단히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 1924년 오스트리아의 인지과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창시한 개념이다. 태양과 달을 포함한 천체 운행에 따른 농사력에 입각해 물, 에너지, 빛, 온도, 퇴비 등을 이용하는 경작법. 자연과 환경을 총체적 관계로 보는 시각에 근거한다.

1, 2 알로이스 라게데르 와이너리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매슈는 1999년 그의 첫 책 <오거닉 와인 가이드(The Organic Wine Guide)>를 집필할 때만 해도 유기농 포도 재배 농장은 전 세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5~7%의 포도원이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거나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추세고, 그 가운데 30%에 달하는 농장이 각종 친환경 혹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농약에 의존하는 ‘관례적’ 포도 재배에서 벗어난 나라들의 노선을 비교해보면 흥미진진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전 세계에서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북미 대륙에 위치한 신흥 강자, 오리건이라는 것을 당신은 쉽게 예상했을까? 세계에서 가장 흐린 날이 많고 습한 곳이니 선뜻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강수량의 대부분이 성장기 이후에 집중돼 포도의 생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오리건은 유기농 포도 재배 비율이 무려 14%에 달하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 대해서도 어느 지역보다 적극적이다. 이는 무엇보다 오리건의 대표적 와인 생산자 킹 이스테이트가 유기농을 신봉한다는 사실에 힘입은 바 크다.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더 이상 기이한 틈새시장이 아니다. 매슈의 추정치에 따르면 세계 3대 와인 생산국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각각 7~8%의 포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공식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유기농법을 채택했다고 자처하는 생산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인증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외부 공인 기관의 공식 인증서를 받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하는 일은 많은 인내심을 요한다. 그래서 포기 아닌 포기를 하는 상황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공신력 있는 인증 사인이 없다면 제품 홍보에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르도 포이야크 마을에 위치한 샤토 퐁테카네의 오너 알프레드 테스롱의 행보는 귀감이 될 만하다. 보르도 와인 생산자의 대부분이 유기농을 조롱거리로 여기던 시기에 일찌감치 유기농 전환에 착수한 그는 2007년 어려운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살포해 인증 자격을 잃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현재 다시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공인받았다. 보르도의 관료 집단만큼 비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곳도 드문데 이를 충족했으니 그 품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르고뉴와 알자스 지방은 오래전부터 이 특별한 농업 문화의 온상이었다.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와인업자가 두루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시도했으며, 그들은 일종의 대안 농법인 바이오다이내믹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 구불구불하게 자란 포도나무와 손 수확. 유기농 와이너리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2 로카 디 몬테그로시 와이너리에서 빈산토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말리는 모습 3 부르고뉴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선구자, 랄루 비즈 르루아 여사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칠레와 기후가 비슷해 상당히 건조한 이곳에선 곰팡이로 인한 포도나무 질병이 잘 생기지 않아 유기농법이 썩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신념이나 경쟁에 의한 선택이라기보다 오히려 실용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유기농 농식품 경작지로 등록하면 유럽연합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탈리아에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위대함을 몸소 설파한 랄루 비즈 르루아(로마네 콩티의 공동 소유주이자 도멘 르루아 대표로 1980년대부터 바이오다이내믹에 심취해 있다)나 도미니크 라퐁(도멘 콩트 라퐁의 소유주이자 양조 책임자로 바이오다이내믹을 이용해 최고의 뫼르소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같은 선구적 인물이 없었다. 클로드와 리디아 부르기뇽처럼 토양에 대한 영감과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전문가도 없었다. 이탈리아 포도원의 7%가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고 추정하지만 수치에 비해 성과 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유기농 와인이 비평가와 애호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풀리아와 시칠리아 지역에서는 유기농 보조금을 받은 상당수 농장이 농업 철학을 저버렸다는 증거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확연한 진척 사항을 감지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현실적 결과물을 내놓기 전부터 공공연히 와인 홍보의 한 수단으로 ‘유기농’을 활용해왔다. 부르고뉴에서 목도한 친환경 와인 재배 열풍에 영감을 받은 덕분이다. 매슈는 뉴질랜드 전체 포도원의 10%가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거나 진지하게 유기농법으로 전환 중이라고 추정한다. 오랜 세월 호주의 포도 재배업자는 제멋대로 구불구불하게 포도나무를 키우는 자연 농법에 대해 보르도 주민만큼이나 회의적이었다(필자 역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세부 사항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 그러나 고수익을 올리던 호주의 와인 판매가 극적인 하락세를 겪고, 여기에 호주 달러의 강세까지 더해지자 변화와 도약의 수단으로 바이오다이내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호주의 신세대 와인 양조자는 바이오다이내믹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기계를 이용하는 효율적인 대량생산 방식을 벗어나 정반대의 흐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매슈의 추정치에 따르면 호주와 남아프리카의 유기농 포도 재배 비율은 지난 5년 사이 1%에서 4%로 높아졌다.
누가 알겠는가. <와인 세계지도> 제8판이 나올 무렵엔 오로지 말을 동원해 밭을 경작하는 포도원을 소개하자고 공저자가 필자를 설득하는 날이 올는지.

 

Taste Organic Wines!
1 토레스 라스 물라스(Torres Las Mulas) 스페인의 대표적 와인 생산 기업 토레스가 칠레에서 만든 유기농 와인이다.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에서는 농약과 살충제 없이 땅의 힘과 인간의 손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노새(라스 물라스가 스페인어로 노새라는 뜻)의 도움을 받아 정성스레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신동와인
2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 프랑스 남부 론 샤토네프뒤파프에서 한 세기 동안 페랑 가문을 통해 가족 경영으로 이어져 내려온 곳이다. ‘Wine must be made from natural ingredients(와인은 자연 재료로만 만들어야 한다)’라는 철학을 내세우며 1956년부터 유기농법을 실천해왔다. 와인 병입 과정에서 산화방지제 이산화황을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포도를 으깨기 전 약 90초간 80℃의 뜨거운 파이프를 통과시키는 특허 기술로 와인 산화의 원인인 엔자임 효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신동와인
3 도멘 뤼시앙 뮈자르(Domaine Lucien Muzard) 셰프 알랭 뒤카스가 사랑하는 부르고뉴의 신생 부티크 와이너리다. 2005년까지 유기농법을 실천했으며, 2008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으로 전환해 프랑스의 국제 표준 인증 기관 BV(Bureau Veritas)에서 공식 인증을 받았다.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모든 와인 생산 단계에서 바이오다이내믹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우아하며 생동감 넘치는 과일의 풍미가 잘 살아 있는 와인이라는 평가다. CSR 와인
4 로카 디 몬테그로시(Rocca di Motegrossi) 이탈리아 국제 유기농 인증 기관 ICEA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와이너리의 절반은 올리브를 경작하고 있는데, 와인과 함께 100% 수작업으로 올리브 오일을 생산한다. 화학적 요소와 농약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을 이용한 건축 설비를 갖추었으며, 최소한의 탄소 배출을 실현하고 있는 진정한 친환경 와이너리다. CSR 와인
5 알로이스 라게데르(Alois Lageder) 이탈리아 피노 그리조 재배 지역으로 유명한 알토아디제의 상징적 와이너리다. 1823년부터 5대에 걸친 가족 경영으로 이어져 내려온 곳으로 2012년 <감베로 로소>가 선정한 올해의 친환경 와이너리로 명성을 높였다. 잡초와 천적을 이용해 해충의 피해를 막으며, 고지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중력을 이용한 와인 양조를 도입했다. 독일의 바이오다이내믹 인증 기관 Demeter의 인증을 받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실현한 것처럼 이곳의 와인은 어떤 요소가 특별히 도드라지기보다 전체적인 균형감이 뛰어나다. 길진 인터내셔날

잰시스 로빈슨
영국 출신의 세계적 와인평론가이자 의 편집자. 휴 존슨과 함께 을 집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에 매주 와인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TV 출연과 강연, 시음 행사 등 와인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펼친다. <노블레스>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와인 칼럼을 소개하고 있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사진 김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