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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shots

ARTNOW

단단한 박스, 정갈하게 묶은 리본, 도톰한 종이봉투까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라도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 패키지의 힘이다. 오랜 역사와 상징성으로 무장한 패션 브랜드의 패키지를 만나보자.

옐로 컬러 펜디 패키지
사진 기성율

Fendi
1925년 에도아르도 펜디(Edoardo Fendi)와 아델레 카사그란데(Adele Casagrande)는 가죽과 모피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작은 부티크를 열었다. 이들이 1933년부터 전문적으로 취급한 양가죽 본연의 노란색은 이후 펜디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러로 자리매김한다. 펜디의 종이 박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황빛을 머금은 옐로 컬러를 자연스럽게 붓질한 듯한 오묘한 색감이 눈에 띈다. 이는 이탈리아 로마의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기왓장과 벽돌 특유의 러스트 컬러를 더한 것. 펜디의 제품을 감싸는 패키지에서 하우스의 전통은 물론 모태와도 같은 도시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티파니 블루 박스

Tiffany & Co.
새하얀 리본으로 둘러싼 티파니 블루 컬러 박스 앞에서 가슴 두근거리지 않을 이가 있을까. 실제로 티파니 블루 컬러를 보는 여성의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빨라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라고하니 이 매력적인 컬러의 의미가 더욱 궁금해진다. 티파니 블루 컬러의 시작은 18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티파니는 ‘블루 북(The Blue Book)’이란 이름의 카탈로그를 통해 제품을 판매했고, 이때부터 카탈로그 전면에 터키석과 비슷한 티파니 블루 컬러를 사용한 것. 빅토리아 시대에 신부가 결혼하더라도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의미에서 하객에게 선물한 비둘기 형상의 터키석 브로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그래서 티파니 블루 컬러를 포겟미낫 블루(forget-me-not blue) 컬러라 부르기도 한다). 오랜 시간 푸른 상자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티파니의 디자인과 철학, 그리고 개개인의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다.

투톤 블랙 컬러가 돋보이는 생 로랑 패키지
사진 기성율

Saint Laurent
에디 슬리먼이 입생로랑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2012년 3월, 하우스에는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리폼 프로젝트’. 그는 1966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처음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의 정신을 되찾는 데 집중했고, 오랫동안 사용한 브랜드명 ‘입생로랑’은 1966년의 브랜드명인 ‘생 로랑’으로, ‘YSL’ 로고 역시 당시 사용한 폰트를 새롭게 다듬은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순식간에 브랜드 이름과 로고가 바뀐,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브랜드의 대대적 변신에 패키지도 따라 바뀌었다. 아이코닉한 르 스모킹 슈트의 울과 실크 새틴 소재를 연상시키는 매트한 블랙과 매끈한 블랙 컬러 박스 위 새하얀 생 로랑 로고가 한동안 어색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투톤 블랙 종이봉투와 상자만 봐도 생로랑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에디슬리먼의 관점에서 본 이브 생 로랑 디자인의 본질이다.

비스듬한 모서리와 금색 테두리가 특징인 까르띠에 레드 박스

Cartier
금색 테두리를 두른 비스듬한 모서리의 빨간 박스. 눈부신 빛을 품은 주얼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자청하는 이 상자는 1970년대부터 고스란히 이어진 까르띠에의 전통과도 같다. 브랜드 고유의 레드 컬러 박스는 그 크기에 상관없이 겉모습만으로도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법같은 힘을 지녔다. 여기에 금색 잠금쇠가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모로코 가죽 박스가 열리는 상상까지 더한다면 누구든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약속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르메스의 오렌지 컬러 박스

Hermès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오렌지 컬러 박스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 탄생했다(이전에는 하얀색, 녹색 혹은 회색 박스에 제품을 담았다). 당시 패키지 디자인 담당자는 브랜드의 독보적인 가죽 품질을 보여줄 새로운 색깔을 찾아 나섰고, 천연 가죽의 색과 가장 흡사한 오렌지 컬러를 선택했다. 가죽을 염색하는 염료가 귀했기에 가죽 본연의 색이야말로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상자를 포장하는 고급스러운 브라운 컬러 리본 끈이 그 깊이를 더한다. 이 작은 리본 끈에선 브랜드 로고와 함께 ‘별 속으로(Dans les Étoiles)’, ‘나무의 해(Année de l’Arbre)’처럼 매년 달라지는 심벌을 발견할 수 있다.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