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SPECIAL: Game and Art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꼭 25년이 되었다.
그 시작을 알린 넥슨이 이를 기념해 전시를 열고 게임을 통해 ‘현대의 문화 예술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곳에서 게임과 아트의 접점을 말해줄 사람,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을 만났다.

1 작품 ‘Behind the Game’. 유저는 볼 수 없는 게임 서버 속 데이터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최윤아 Yunah Choi ,아트로 로그인하는 방법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양화(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미술교육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관 교육 연구소 인투뮤지엄 대표와 스페이스포컨템포러리아트 실장 등 전시 기획자이자 에듀케이터로 활동해왔다. 2013년부터 넥슨컴퓨터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며, 이번 전시의 기획을 총괄했다.
우리는 왜 전시를 보러 가는 걸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기에? 지적인 유희나 과시하기 위해서? 그 의도가 무엇이든 모든 전시가 항상 마음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은 설사 무료일지라도 최소한 인스타그램에 한 장은 남을 이미지와 체험을 기대하는 것 같긴 하다. 또 많은 사람이 미디어 아트 전시를 통해 게임에서 착안한 작품을 보고 그 방법의 유사성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게임을 아트로 보여주겠다는 전시가 있다. 온라인 게임 회사로 익숙한 이름, 넥슨이 지난 7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넥슨재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그들이 만들었던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 ‘쥬라기공원’, ‘단군의 땅’ 등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지 25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시는 온라인 게임을 전혀 몰라도 전시를 관람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어쩌면 더 순수하게 미디어 아트의 다양한 기법을 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 오프닝 당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한창 세팅을 하고 있는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과 나눈 대화의 주제도 그랬다. 그녀는 둘러 말하지 않는다.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편견에 반문했다. 분명히 온라인 게임 전시라 밝혔지만, 대답마다 왜, 지금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가 앞으로 예술이 될 수밖에 없는지 말하고 있었다.

2 ‘마비노기’ 게임을 모티브로 만든 구조물 ‘캠프파이어’에 앉은 최윤아 관장. 뒤쪽으로 게임 ‘서든어택’의 연예인 캐릭터와 목소리를 살린 인터랙션 작품 ‘제3 보급 창고’가 보인다.
입구부터 인터랙션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 이름을 입력하고, 손목에 ID 밴드를 두르세요. 그다음 이 밴드에 접촉하면 코너마다 기록이 남아요. 스탬프 찍듯이 여기에 태깅(적립)이 됩니다.
미디어 아트 전시인가요?
온라인 게임 전시죠.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예술과의 접점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어요.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하는 것 자체가 아트로 보여지길 원하는 것으로 느껴져요.
기획 의도는 ‘어떻게 봤으면 좋겠다’라는 걸 갖고 있지만, 모든 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방향으로 보여지기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전시가 열리는 동안 2층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 구동희의 전시가 열린대요. 처음 기획부터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어요. 넥슨은 알아도 아트선재센터는 몰랐던 사람들이 오면 좋은 거죠. 미술관에 있으면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이 작품 뭐예요?”, “왜 만들었어요?”라며 어리둥절해하잖아요. 반면, 게임을 모르면 이 세계에서만 통하는 욕설이 뭔지도 몰라요. 온라인 게임에서는 ‘어머니 건강하시냐’가 욕이거든요.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볼 수 있는데 말이죠. 현대미술은 알아도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이곳에 와서 궁금해하면 좋겠어요. 온라인 게임을 아는 이들이 2층에 가서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고요. 좋아하는 두 개의 세상이 충돌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논쟁거리요?
여기 ‘아이트래킹’ 작품 화면을 좀 보세요. 빛이 움직이죠? 이름 그대로 시선을 따라가보는 거예요. 게임 유저들이 어떤 장르의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눈길이 머무는 점들이 달라지는 걸 형태로 볼 수 있죠. 사방에서 점이 모이면 단체전을 하는 RPG(Role Playing Game) 장르일 것이고, 중간에만 모이면 FPS(First-person shooter, 일인칭 슈팅 게임) 같은 거죠. 게임에서는 일종의 유저 분석이지만, 모르고 보면 미디어 아트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관객이 앉는 위치마다 새로운 기능이 펼쳐지는 ‘캠프파이어’ 코너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앉으면 주변으로 바람이 불고, 저기 앉으면 게임 ‘마비노기’의 배경음악이 연주되죠. 동시에 몇 명이 앉으면 여러 가지 효과가 동시에 일어나는 거고요. 유저들의 협력 관계를 공감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모든 건 혼재되어 있죠. 기자 간담회에서도 게임이나 IT 쪽 기자들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즐기냐”, 예술 쪽 기자는 “이게 어떻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어요. 저는 그게 재밌습니다. 전시장에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3 ‘Ongoing_Beginning’.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인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인 ‘바람의나라 1996’을 PC에 담았다.
엄밀히 말하면 넥슨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죠. 계기가 뭔가요?
제주도에 설립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작년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서 고민하던 중에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25년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1994년 12월에 넥슨을 창업했죠. 그해 초 ‘단군의 땅’, ‘쥬라기공원’이 나왔고요. 넥슨은 지금 국내 게임 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누군가는 ‘넥슨 부심’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요.(웃음) 그렇다면 사회적 역할이 있을 거라고 봤어요. 컴퓨터 개발 역사와 유사한 점도 있으니까 한번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박물관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25주년을 정리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요. 저는 문화적 측면에서 아카이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요. 우리나라가 밖에서 보면 기술이나 문화 예술은 세계적 수준을 갖추었는데 다들 기록하고 모아두는 것이 아쉽다고 해요. 전시장 안쪽에는 16년간 서비스되고 종료한 ‘퀴즈퀴즈’의 주요 역사를 책처럼 넘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어요. 개발자가 쓴 메일부터 기록되어 있죠. ‘온 고잉 히스토리’라는 연대기 작품을 만든 것도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유지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넥슨은 그 부분이 강점인 회사죠.
맞습니다. 게임은 개발하는 것만큼 이후의 유저 서비스 관리가 중요하거든요. 외부의 시선으로 봐도 우리 회사의 게임은 장르가 다양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서비스했으며, 서비스 품질에 상당한 강점이 있습니다.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인텔리전스랩스가 있는데요, 이 전시를 열기로 결정하고 나서 인텔리전스랩스 강대현 부사장에게 제안해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 세운 한국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도 자칫 넥슨의 온라인 게임 홍보관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규모에 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신경 쓰고 있거든요. 지난해 가을부터 넥슨을 보여주는 특별한 방식이 뭘까 고민했죠. 그러면서도 개인의 인사 평가가 나오는 회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목표가 분명해야 했고요.(웃음)

4 ‘Ongoing_Library’는 1994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발간된 국내 온라인 게임 잡지를 전시한 작품. 관객은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추억을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해 연대기 형성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시마다 각 게임 파트의 중요한 인사이트가 들어간 것이라 봐도 좋을까요? 그 점이 사실상 코너별 기획이라고 봅니다. 정확한 인터랙션이 인상적이에요.
미디어 아트를 경험한 분에게는 형식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죠. 저희가 진행하기 때문에 기술이 촘촘하게 반영돼서 인터랙션이 훨씬 더 명확합니다. 저는 그보다 전시 중에서 가장 디지털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1,000,000 3sec’ 작품을 말하고 싶어요. 저희 인텔리전스랩스의 욕설 탐지 프로그램 ‘초코’가 3초에 100만 개 이상의 욕을 처리하는 데서 착안했어요. 인텔리전스랩스가 하루에 처리하는 데이터양은 총 100테라바이트인데, 책으로 치면 5억 권 분량 정도 됩니다. 온라인 게임을 현대사회에서 진보적 매체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주 즉각적인 사회 반응도 그중 하나죠. 하이라이트는 이거예요. 프로그램 처리 속도는 사람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요. 그 모습이 밤하늘의 별처럼 대형 아트 월 속에서 미디어로 보여지는 모습은 너무 예쁜데 그 안의 언어는 예쁘지 않은 거죠. 그런데 제가 이번에 취재진에게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예술과 온라인 게임의 접점을 도식화할 수 있나?”였어요.
다소 공격적이긴 하지만 그런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떤 게임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한다는 게 뚜렷하니까요.
도식화가 무리한 시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전시의 목표가 그런 담론이 일어나게끔 예술에 무관심한 유저도 전시장에 들어서게 하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온라인 게임은 예술과 접점을 이루는 부분이 꽤 많거든요. 현대미술 작품은 보는 예술에서 참여하는 예술로 바뀐 지 오래됐고, 관객이 나름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거잖아요. 작가가 “이렇게 봐” 하지 않고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거고요. 어떻게 보면 온라인 게임도 일정 부분 개발자가 규칙과 맵으로 만들어놓지만, 유저가 해보다가 재미있으면 개발사에 요구도 하고 확장도 해서 거듭나거든요. 이런 인터랙션으로 새로운 담론이 만들어진다고 보면 게임과 예술은 일맥상통한다고 봐요. 또 하나, 게임과 예술의 접점은 원본과 복제의 논쟁 대상이라는 거예요. 게임은 원본이 있지만 여러 유저에 의해 복제되기도 합니다. 온라인 게임은 거의 매주 업데이트 패치가 돼요. 계속 변형되고 인터랙션으로 재창조되지요. 처음에는 개발자와 유저들의 상호작용이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들어가고, 유튜버가 들어가고,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바뀌고,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게임 속 플레이어가 늘어나요. 그들이 앞으로 게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거든요.

5 ‘1,000,000 3sec’는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의 욕설 탐지 프로그램 ‘초코’를 묘사한 작품. 작품 앞 다이얼을 돌려 처리 속도를 조작하면 빛이 욕설로 바뀌어 보인다.
관람객이나 유저의 세대가 바뀌는 것도 영향이 있겠죠. 지금 유아들은 TV를 켤 때 스마트폰처럼 옆으로 밀려고 한다잖아요. 우리는 인터랙티브라고 하는 것들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겪고 있는 세대와 살고 있습니다.
맞아요. 저는 얼마 전 애플 광고를 인상깊게 봤어요. 누워서 아이패드를 즐기고 있는 아이에게 어른이 컴퓨터 하냐고 물으니까 “컴퓨터가 뭐예요?”라고 되물어요. 나중에 인공지능이라는 말도 없어질 거예요. 인공지능이 해주는 것이 너무 많고, 또 당연하니까요. 예술도 그런 시선으로 작용해요. 지금은 현대 예술도 작가의 말뿐 아니라 큐레이터, 화가가 다 모여 좋은 담론이 만들어지면서 좋은 작품이 되어가고요. 온라인 게임도 그런 과정에서 예측 불허한 변화가 생기는 거예요. 그런 상황들을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게임 주제로 연 전시가 흥행에 성공한 걸 보고 우리도 온라인 게임을 문화 콘텐츠라고 주장하기 위해 시도했냐면 그렇지 않아요. 예술도 우리가 18세기에 누군가 정리한 덕분에 파인 아트가 됐거든요. 사회가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건 현장과 이론과 사회적 합의가 맞물리면서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그 맥을 잘 짚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박물관이 할 일이에요.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지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주는 거죠. 전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대학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는데, 전공 수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이 있어요. 교육을 종이로 된 교과서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죠. 그리고 20년 전, 개인적으로 지쳐 있을 때 아트선재센터에서 손가락만 보이는 영상 작품을 보고 고통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전시 해설 등 자원봉사부터 하면서 학예사가 되고 예술을 이해해 전할 수 있게 되었죠. 어떻게 보면 융합을 배운 것 같아요. 뜻하지 않게 제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곳이 전시장이고, 또 넥슨이라는 낯선 회사였고요. 이제 온라인 게임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되었는데, 지금은 이것을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발전시키며 변화에 대응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 같아요. 지금까지 성장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 다가올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기요. 이 전시는 그런 얘기를 나눌 작은 기회인 셈이죠.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사진 JK(인물) 사진 제공. 넥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