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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ate and Dramatic

FASHION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Gherardo Felloni)가 도쿄에서 펼친 로저비비에의 장엄한 1막. 그의 열정과 일본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공존하는 현장에 다녀왔다.

도쿄에서 열린 호텔 비비에 프레젠테이션 행사장 전경과 2019년 S/S 컬렉션 신제품.

지난 11월 19일 로저비비에의 2019년 S/S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를 만나기 위해 도쿄를 찾았다. 비가 내리는 도쿄의 밤 골목 어디엔가 차가 섰고,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오래된 고택으로 들어선 순간 꿈에 나올 법한 이국적 호텔의 풍경이 펼쳐졌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 쿠단 하우스(Kudan House)를 개조해 호텔 비비에란 컨셉으로 꾸민 이번 이벤트는 파리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컨셉 아래 4개의 방마다 일본 전통적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가 방문을 연 관객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번째 방에는 일본의 전통 춤 니치부(Nichibu)를 추는 무용가와 일본식 기타 샤미센(Shamisen)을 연주하는 연주가, 두 번째 방에는 서예가, 세 번째 방에는 일본식 가야금인 코토(Koto) 연주가, 마지막 방에는 분재 아티스트가 자리해 각각 자신만의 역할을 연기했다.

일본 전통 춤과 악기 연주를 선보인 예술가.

일본 스타일로 재해석한 도쿄 호텔 비비에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듯했다. 모든 방은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와 함께 로저비비에의 2019년 S/S 컬렉션으로 가득했는데, 무슈 로저 비비에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이전의 컬렉션보다 복고적이었다. 특히 트레 비비에(Tre‵s Vivier)는 1960년대 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신어 열풍을 일으킨 로저 비비에의 전설적 펌프스를 떠올리게 하는 슈즈로, 메탈 스퀘어 버클을 더욱 각지게 바꾸고 청키한 디자인의 힐을 적용해 모던하게 재해석한 이번 시즌 키 아이템. 슈즈와 함께 오버사이즈 버클을 더한 트레 비비에 백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저명한 패션 하우스를 거쳐 이번 시즌 로저비비에에 합류한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는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로 새 컬렉션을 소개하며 그처럼 매력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부른 오페라 한 구절은 마치 로저비비에와 함께하게 된 기쁨과 영광의 노래이자 무슈 로저 비비에에게 바치는 찬가로 들렸다. 이번 행사엔 배우 신민아가 참석해 게라르도 펠로니와 다시 조우했고 로저비비에의 새로운 트레 비비에 펌프스와 진주, 크리스털로 장식한 버클 미니 백팩으로 로저비비에만의 우아하고 모던한 룩을 보여주며 자리를 더욱 빛냈다.

로저비비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

Interview with Gherardo Felloni

슈즈 역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로저비비에를 이끈다는 건 남다른 기분일 것 같아요. 로저비비에는 제 꿈이었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합류하기로 결정했죠. 저를 선택해줘서 감사했고요.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아카이브를 지닌 브랜드이고 무슈 로저 비비에가 이룬 역사가 깊기에 처음엔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과 팩토리에 흩어져 있는 아카이브를 충분히 공부했고, 거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저만의 새로운 디자인을 시작했죠. 컬렉션을 완성한 지금은 무척 흥분됩니다.

건축과 인테리어, 파인 아트가 슈즈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나요?무언가 새로운 걸 창작할 땐 모든 것이 영감이 돼요. 그래서 집과 사무실 등 주변에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비치하고 늘 영향을 받죠. 이번 시즌 특히 관심 있게 본 작가는 스위스 출신의 젊은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인데,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컬러 조합은 굉장히 아름다워요.

그런 성향과 취향이 호텔 비비에 컨셉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호텔 비비에 컨셉은 기본적으로 평범한 프레젠테이션을 피하자는 데서 출발했어요. 슈즈 같은 액세서리는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한정적이라 지루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본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제가 초대한 프레젠테이션에 오는 분들도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하고 예술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제 비전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다양한 배경과 캐릭터를 가진 여성이 있는 호텔이란 컨셉은 허구지만 실재할 만한 공간이고, 각각의 방문을 열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흥미로웠어요.

1 배우 신민아.
2 로저비비에의 2019년 S/S 시즌 트레 비비에 백.
3 주얼 장식 스트라스 버클을 매치한 핑크 벨벳 소재 트레 비비에 슈즈.
3 메탈 스퀘어 버클을 장식한 블랙 트레 비비에 키튼 힐 슈즈.

저명한 패션 하우스에서 신발을 만들어왔어요. 레디투웨어를 전개하는 하우스에서 신발을 만드는 것과 슈즈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레디투웨어 브랜드에서 신발을 디자인하는 건 이미 실루엣과 테마가 정해져 있기에 어떤 면에선 더 쉬워요. 하지만 슈즈 브랜드는 모든 스토리를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고, 슈즈 하나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에 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로저비비에가 더 복잡한 점은, 무슈 로저 비비에가 디올과 생 로랑의 슈즈 디자이너로서 정해진 실루엣의 신발을 만들던 역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혀 연관이 없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19년 S/S 컬렉션 중 특히 트레 비비에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이번 컬렉션은 로저비비에의 아카이브를 바탕에 두고 있어요. 앞으로 컬렉션도 아카이브를 활용할 예정이고요. 작품이 워낙 아름다운 데다 무슈 로저 비비에처럼 오래도록 기억되고 살아 숨 쉬는 디자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런 생각이 담긴 슈즈가 트레 비비에입니다. 디자인을 하기 앞서 아카이브를 보고 떠오른 키워드가 있었어요. 바로 실루엣, 컬러, 특별함(rarity) 세 가지예요. 아름다운 컬러는 이미 모두가 아는 부분이고, 실루엣은 특히 그가 즐겨 디자인한 키튼 힐을 의미해요. 아카이브를 살펴보면 대부분 키튼 힐이고, 10% 정도만 하이힐이거든요. 특별함은 무슈 로저 비비에가 본래 쿠튀르 디자이너였기에 가능했던 특유의 화려하고 섬세한 디테일을 뜻하고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트레 비비에 안에 모두 녹여내 ‘Tres’ 즉 매우 비비에다운 슈즈를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더 각을 살리고 커진 버클, 청키한 힐 등으로 젊고 컨템퍼러리한 분위기를 더했지만요.

앞으로 로저비비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됩니다.유행을 좇고 금방 잊히기 보다는 전통을 자랑하는 하우스답게 일관된 디자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다음 시즌에도 아카이브에 바탕을 두고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해나갈 예정이에요. 물론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줘야죠.

 

에디터 김유진(yujin.kim@noblesse.com)
사진 제공 로저비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