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Pastel Fever

FASHION

묵직한 코트와 포근한 니트 그리고 도톰한 울 팬츠까지. 찬 바람을 뚫고 파스텔 컬러의 꽃망울이 움텄다.

요즘 세계적으로 ‘경계 허물기’가 한창이다. 동서양의 음식이 한 접시에 담기고, 클래식을 접목한 가요가 음반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이는 예술, 문화, 과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 퓨전, 크로스오버, 컨버전스 등 융합을 의미하는 용어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세계를 평정한 스티브 잡스는 살아생전 늘 융합을 강조했고, 많은 사회 전문가 역시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키워드로 이를 꼽지 않나. 즉 융합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셈이다.
패션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변화와 진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인 만큼 오히려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시도해왔다. 다른 분야와 협력을 통한 협업은 진부한 이야기가 됐으며 엔드로지너스, 젠더리스라는 이름을 내세워 성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것도 이미 생소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패션 하우스 역시 또 다른 창조를 위해 계절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 대표적 예로 꽃이 피는 봄과 여름에 어울린다고 여기는 파스텔 컬러를 F/W 컬렉션에 등장시킨 것이 그렇다. 이에 동의하듯 색채 전문 기업 팬톤에서도 다가오는 계절 주목해야 할 컬러로 데저트 세이지, 카드뮴 오렌지, 캐시미어 로즈, 애미시스트 오키드 같은 밝은 컬러를 선정했다. 그렇다면 이 낯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컬렉션을 통해 파스텔 컬러를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Loewe

Giorgio Armani

Mannish Mood
여성스러움을 한층 부각시키는 파스텔 컬러는 왠지 모르게 손발이 오글거려 꺼리게 된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에디터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하는데, 이번 시즌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결심을 부추긴 것은 로에베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컬렉션이다. 이들은 남성적 디자인의 낙낙한 재킷과 팬츠에 파스텔 컬러를 접목해 파스텔 컬러가 지닌 여성성의 수위를 낮춘 것은 물론 평범하지 않은 매력까지 동시에 갖췄다. 그러니 이를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도, 피할 이유도 없다.

Prada

No.21

Max Mara

Tone on Tone
비슷한 컬러를 한데 아우르는 톤온톤은 가장 쉬운 컬러 매치법이다. 넘버 21은 피치 컬러 블라우스에 연한 핑크 컬러 팬츠를 매치해 균형을 맞췄고, 프라다는 이와 반대로 핑크 컬러 재킷에 피치 컬러 팬츠를 더해 파스텔 컬러를 조화롭게 연출했다. 또 막스마라는 니트와 스커트, 안경, 펌프스까지 모든 아이템을 채도가 다른 블루 컬러로 통일해 화사하면서 감각적인 룩을 완성했다. 평소 컬러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톤온톤을 활용해보길 권한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컬러 매치는 도리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채도와 명도로 적절히 변화를 주면서.

Marni

Tod’s

Antonio Marras

Giambattista Valli

Mix & Match
톤온톤으로 파스텔 컬러와 친숙해졌다면 이번엔 믹스 매치를 시도해볼 차례다. 일반적으로 화려한 컬러에는 블랙과 그레이 등의 무채색을 더하는 것이 컬러 조합의 기본 공식이다. 하지만 마르니와 지암바티스타 발리, 토즈에선 조금 별난 제안을 했다. 캐멀과 버건디, 베이지 등 가을을 연상시키는 컬러를 파스텔 컬러와 짝지어준 것. 어울릴까 하는 의문은 컬렉션을 보는 순간 사라진다. 의외의 콤비가 뿜어내는 차분하면서 도회적인 분위기는 이보다 좋은 궁합은 없을 것 같은 확신마저 들게 한다.

Chloe

Dior

Animal Pattern F/W
시즌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패턴이 있다. 지브라, 레오퍼드, 파이손 등의 애니멀 패턴이 그것이다. 한데 이번 시즌엔 본연의 컬러가 아닌 파스텔 컬러를 입혀 사랑스럽게 변모했다. 이는 애니멀 패턴을 보다 다채롭게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아하면서도 섹슈얼한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디올의 라프 시몬스는 여리여리한 핑크 컬러의 지브라 패턴을 전면에 프린트한 롱 드레스를 선보였고, 미우 미우와 끌로에는 레몬 컬러의 파이손 패턴을 적용한 플리츠스커트와 원피스로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룩을 그려냈다. 자칫 강해 보일 수 있는 애니멀 패턴을 파스텔 컬러를 통해 부드럽고 유연하게 중화한 것. 적재적소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는지.

Acne Studios

Balenciaga

One Point
디자이너의 숱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파스텔 컬러 의상을 입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라 여긴다면 발렌시아가와 아크네 스튜디오, 베뜨멍의 컬렉션을 눈여겨보자. 먼저 하우스의 유산에서 영감을 찾았다는 발렌시아가는 그레이 스커트에 한 가닥의 분홍색 붓 터치를 더해 유니크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클래식한 체크 코트에 블루 컬러 단추를 포인트로 가미해 브랜드 특유의 위트를 더했고, 베뜨멍은 파스텔 컬러 미니 백을 매치해 파스텔 컬러의 위력을 드러냈다. 블랙 일색이 되기 마련인 F/W 시즌, 봄을 닮은 컬러는 당신의 스타일 지수를 올려주는 작지만 강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에디터 현재라 (hjr0831@noblesse.com)
사진 ImaxTree(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