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 Rhapsody
니치 향수 브랜드를 대표하는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을 견고하게 건축하고 있는 프레데릭 말. 그의 방한 소식을 듣고 에디터가 보낸 메일에 그가 답장을 보내왔다.

30ml 컬렉션 기존 100ml 용량의 향수를 콤팩트한 사이즈로 새롭게 선보이는 향수 컬렉션. 총 22가지 향으로 출시한다.
‘향의 저자’라 불리는 프레데릭 말은 2000년 세계 최고의 조향사 13명과 함께 향수 브랜드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을 만들었다. 본인의 이름을 브랜드에 각인한 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이다. 런칭 이후 지금까지 향수 보틀엔 오로지 조향사와 향의 이름만 새길 뿐이다. 이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브랜드의 모습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프레데릭 말은 언제나 향에 대한 확신에 차 있다. 이는 패션 하우스나 셀레브러티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조향사의 이름이 뷰티업계의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었고, 향수 마니아의 향 취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좋은 향수는 좋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프레데릭 말. 그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30ml 컬렉션은 또 다른 의미로 그의 향수 철학을 대변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담아 ‘small size, maximum luxury’를 모토로 100ml로 선보이던 향수 용량을 30ml로 줄여 런칭한 것. 이번 라인도 마치 서재에 나란히 꽂혀 있는 전집처럼 고광택의 블랙 보틀과 간단명료한 레이블만 입었다. 제목만 보고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향은 총 22가지로, 휴대하기 편하며 보틀의 그립감 역시 훌륭하다.

Interview with Frederic Malle
기존 향수 용량을 줄여 30ml 컬렉션을 출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더 많은 이들이 프레데릭 말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우리는 최상급 원료로 세계 최고 조향사들과 작업하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향수 가격을 낮추며 타협할 생각은 없다. 그저 ‘small luxury’를 만들 뿐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편의를 높인 것이다. 마그네틱 캡을 장착해 보틀 캡을 열고 닫는 사용감 또한 훌륭하다.
13명의 개성강한 조향사와 함께하고 있다. 조향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그들만의 남다른 취향 그리고 고집.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혁신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향을 만들기보다는 그들만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할 수 있길 바란다.
오늘 사용한 향수는 무엇인가?도미니크 로피옹이 만든 베티베르 엑스트라오디네르. 이 향은 우리가 최초로 만든 남성 향수다.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과는 함께 일한 지 3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굉장한 동지애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도미니크와 나는 오랜 친구다. 30년 전에 만났지만 이것이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이유는 아니다. 내게도 그렇고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도미니크는 현시점에서 최고의 조향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자기 분야에 대한 확신과 존중이 있다. 실제로 그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대담할 뿐 아니라 꿈에 가까운 향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기분을 알 수 있는 사이지만 늘 끊임없이 대화한다. 이는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향에 대한 아이디어와 컨셉을 찾고, 그에 대한 스케치를 한 후 그것이 마음에 들면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그렇게 시작한 향의 여정은 적게는 9개월, 길게는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조향사와의 후각적 스케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향을 구체화해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궁금하다. 향수를 만들기 위해선 세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언어는 향수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음식, 음악, 비주얼 아트에 사용하는 단어를 말하기도 하고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원료와 관련해 전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는다면 마치 외국어를 듣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그렇게 대략의 주제가 정해지면 두 번째 단계로 향을 스케치한다.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처럼 실제로 작품을 만들기 전에 드로잉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구체적 원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향사를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여행에 관한 것이다. 풍경과 그 도시의 향, 음식 등은 향수의 탄생 배경에 자주 등장하는 재료다. 사실, 여행은 내게 영감의 원천이 아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은 날것의 원료 그 자체이거나 그들끼리의 조합이다. 꽃이나 나뭇조각 같은 것도 영감을 준다. 향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물질적인 것, 다시 말해 원료를 가지고 노는 행위다.
원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브랜드 런칭 당시, 모든 향에 같은 용기를 사용한 것은 굉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는 곧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향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든 내용물이지, 용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투자를 원료에 집중한다.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다.
매장에 설치한 향 냉장 캐비닛은 아주 유니크한 서비스다. 이것을 보고 집에서도 향수를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나 궁금해졌다. 향수는 빛, 산소 그리고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다. 15℃보다 온도가 올라갈 경우에는 향이 더 빨리 날아가버리고, 8℃보다 낮으면 드물지만 몇몇 원료는 고체화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연구실에서는 15℃로 냉장 보관을 하는데, 매장에도 이를 차용한 것이다. 가장 좋은 컨디션의 향수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는 일반적으로 2℃로 설정되어 있기에 향수 보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둘 것을 권한다.
요즘은 몇 가지 향수를 블렌딩해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향수 블렌딩에 관한 견해가 궁금하다. 세계 최고 조향사들과 하나의 향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한다. 하나의 향을 만들기 위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예술 작품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피카소와 같은 엄청난 아티스트의 작품인데, 그 위에 추가로 페인트칠을 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향을 왜 변형시키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좋은 향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향수를 입는 사람과 향수가 한 몸이 되길 바란다.
브랜드의 미래를 위해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 직업적으로 요즘 나의 관심사는 젊은 세대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꿈, 포부가 더 크다. 젊은 조향사들은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나는 미래의 도미니크 로피옹이 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의 젊은 조향사는 만나보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있다면 내게 꼭 소개해주기 바란다. 내 마음은 활짝 열려 있다.
에디터 박은아(eunahpark@noblesse.com)
사진 김래영(제품) 스타일링 류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