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ch Osathanugrah 페치 오사타누그라
페치 오사타누그라는 직함만 해도 여러 개다. 태국의 대표적 현대미술 컬렉터로 1980년대에 첫 음반을 발매하며 일약 스타가 된 뮤지션이자 영화배우다. 태국의 시세이도 대표이고, 음료 회사 오솟스파의 대주주이며, 방콕 대학교 이사장인 동시에 개관을 앞둔 태국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 대표이기도 하다. 자국에서 손꼽히는 부유층 이면서도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을 한 그를 방콕의 자택에서 만났다.



Courtesy of Prestige Magazine(Thailand), Photographer: Vatcharasith Wichyanrat, Stylist: Masiri Tamsakul
컬렉터가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원래 제 꿈은 미술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결국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비즈니스를 공부해야 했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고, 2년간 방콕에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가서 학업을 마쳤습니다. 당시 뉴저지에 살았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맨해튼으로 건너가 미술 전시를 감상하곤 했죠.
지리적으로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겠네요.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주 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상업 화랑에 대해선 알지 못했어요. 현대미술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그때가 1970년대 초반이에요. 앤디 워홀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인데, 전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죠.
만약 알았다면 앤디 워홀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요 .
그래서 어리석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 소중한 시간에 저는 미술관에서 인상주의 작가나 피카소의 작품을 보았죠. 개인적으로 키리코(Chirico)를 좋아했어요. 물론 당시엔 앤디 워홀이 지금만큼 유명한 아티스트는 아니었지만제, 가 원하고 또 미리 알았다면 그곳에서 작가들과 어울릴 수 있었겠죠. 나중에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과는 단둘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어요.(웃음)
처음 컬렉션을 시작한 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구입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아무래도 초보 컬렉터가 그의 작품을 구입하긴 쉽지 않을 테니까요.
10년 정도 걸렸죠. 저는 30년 넘게 미술품을 수집해왔습니다. 보기보다 젊지 않아요.(웃음)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구입한 때가 1990년대 초반입니다. 당시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데니스 오펜하임(Dnenis Oppenheim), 데이비드 살(David Salle)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구입했어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Moby Dick’을 소장하기 위해 작가의 작업실에 직접 찾아간 적도 있고요.
태국 작가들의 작품은 어떻게 소장하시게 되었나요?
처음 방콕으로 돌아와 제가 사는 작은 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가 이곳에 집을 짓게 하셨어요. 그래서 작은 집 몇 채를 지어 다시 내부를 꾸미기 시작했죠. 그때는 태국 현대미술품 작 위주로 구입했습니다. 수라시 쿠솔웡(Surasi Kusolwong)의 경우 지금은 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였고, 제가 그의 작품을 소장한 첫 컬렉터가 되었죠. 나빈 라완차이쿨(Navin Rawanchaikul)의 첫 컬렉터도 저예요.
문티엔 분마(Montien Boonma) 같은 작가와 한때 어울리기도 했나요?
작가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은 아닌데, 문티엔과는 갤러리 전시를 보러 다녔죠. 그가 전시를 열 때도 꼭 갔고요0. 여1 년 전 40대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그는 태국이 낳은 최고의 현대미술가입니다. 게다가 안목 또한 훌륭해서 제가 심관 있는 다른 작품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한번은 그가 제게 와산 시티껫(Vasan Sitthiket)의 그림을 사라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작품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작가의 최고 작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에게 얻은 조언은 대부분 신뢰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항상 조언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작가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해도 실제 태국 작가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제가 미술을 사랑하고 작가를 꿈꿨기 때문에 방콕 대학교에도 미술학부를 만들었습니다. 방콕 대학교는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대학인데, 저희 부모님이 설립하셨어요. 처음에는 디자인과로 시작했다가 미술대학을 설립한 후 방콕 대학교 갤러리도 열었죠. 현재 활동하는 많은 작가가 그곳에서 첫 개인전을 선보였어요. 젊은 작가의 전시를 지원하고, 작품도 꾸준히 구입해왔죠. 다행히 학교에는 언제나 좋은 조언자가 있지만, 그들을 항상 신뢰하지는 않아요. 저도 꽤 좋은 감식안을 갖고 있다고 믿거든요.
미술관 설립을 미리 계획하고 컬렉션을 시작하셨나요?
사립 미술관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지난 20여 년간 줄곧 해왔어요. 태국 정부는 그 분야에 별 관심이 없거든요. 다만 제가 완벽주의자다 보니 여러 가지 것과 타협하면서 미술관을 열 수 없어 여태껏 꿈을 이루지 못했죠. 지금이 미술관을 열기 위한 제 첫 번째 시도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 Hiroshi Sugimoto / Courtesy of Gallery Koyanagi
Hiroshi Sugimoto, Sea of Buddha(001, 002, 003), gelatin silver print[triptych], 42.3×54.2cm(each), 72.4×200.7×7.6cm(frame), 1995
미술관 개관이라는 궁극적 목표 때문에 컬렉션의 방향이 바뀌기도 했나요?
물론이죠. 실제로 아주 오래전에 그 방향이 바뀌었어요. 문티엔을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죠. 그의 작품을보 면 알겠지만, 절대 개인 소장가를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특히 그의 거대한 설치 작품은 공립 미술관 같은 공공장소를 위한 것이죠. 쏨분 홈티엔통(Somboon Hormtientong)의 ‘The Unheard Voice’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꿈 은 사립이지만 공적 역할을 하는 미술관을 여는 것이고, 그래서 작품을 구입할 때 개인적 취향만 고려하진 않았어요. 예를 들어 조각 작품을 구입할 때면 제 아가는 최고의 조각가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들이 저보다 좋은 안목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미술관 개관을 꿈꾸게 된 건 태국에 미술관 역할을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군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죠. 정부를 믿지 말라고요. 어떤 작가는 나라에 작품을 기증하지만, 잘 보관하기는커녕 여기저기에 처박혀 있죠. 내가 직접 만들지 않은 다른 재단도 믿을 수 없어요. 작품의 관리 문제를 떠나 그들의 안목을 신뢰할 수 없으니까. 요물론 태국 컬렉터들과의 협업도 쉽지 않아요. 어쨌든 저는 오랜 시간 미술 분야에서 소양을 쌓아왔고, 현재 이런 일을 하는 가데장 적합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제 컬렉션은 여기저기서 사 모은 것이지만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작품 구입자을제 하고 있어요. 아직 미술관 건물 디자인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작품이 새로운 공간 속에서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거든요.
이미 미술관의 디자인과 소장품의 설치를 연관 짓고 계시네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시나요?
사실 저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작품을 구입하지 않았고, 미술관을 제 컬렉션으로 가득 채우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저그 몇 점의 주요 작품을 보여주고, 그것을 정기적으로 바꾸는 형태가 되겠죠. 무엇보다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의 관심은 동남아시아 작가에게 편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반해 상당히 국제적 컬렉션을보 유하고 계시네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일종의 전략인데요, 해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이유는 태국 작가의 작품 세계 와관련 짓기 위해서입니다. 제 컬렉션의 방향은 ‘영성(spirituality)’이에요. 문티엔의 작품은 매우 영적이죠. 제임스 터렐이나 데이미언 허스트도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 허스트의 작품은 한 가지 주제, 즉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합니다. 그게 영적 측면이. 죠비록 작가 자신이 영적 인간은 아닐지라도, 지그소 퍼즐을 맞추듯 작품은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제 컬렉션의 또 다른 주제는 ‘자연과의 대화’예요. 지금 짓고 있는 미술관이 메마른 방콕의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마치 사원에 갔을 때의 느낌럼처요. 정기적으로 작품을 교체하겠지만, 결국 영성과 자연에 근거한 컬렉션이 될 거예요. 이 점이 매우 특수합니다. 전 제 미술관 작속품이 백과사전식으로 진열되기를 바라지 않거든요.
지난 몇 년간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구입하셨나요?
아트 페어에서 많이 구입했어요. 하지만 대부분 페어에 나오지 않은 작품이죠. 우선 갤러리 측과 이야기를 나눈 그뒤들 에게 작품을 추천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구입한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작품은 받기 전까지 실제로 감상한적 이 없어요.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을 봐왔기 때문에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상상을 통해 미술관 안에 설치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 컬렉에션 이미 특정한 방향이 생겼기 때문에 좀 더 구입하기 쉬워졌다고 보는 게 맞겠죠. 이제 아트 페어에 가면 제가 어떤 작품을 감상야해 하는지, 어떤 것은 감상하지 않아도 되는지 알거든요.
미술관(O Museum)은 언제쯤 오픈 예정인가요?
2018년 개관이 목표인데, 모든 과정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요. 계속해서 태국의 건축가와 미술관 디자인을 상의하는 중입니다.
미술관 개관 후에 관한 장기적 계획도 잡혀있나요? 누구나 영원히 살진 못하잖아요. 다음에 누가 미술관을 운영하게될 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어요. 제 인생에 2개의 생명보험이 있다면 하나는 가족이고, 다른하 나는 이 미술관입니다.
자녀들은 미술관에 관심이 좀 있나요?
별로요.(웃음) 하지만 둘 다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큰아들은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죠. 좋은 안목을 가지고 있어요.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의 작품을 구입하도록 자극한 게 바로 큰아들인데 고등학교 때까지 순수미술을 공부하다 애니메이션이 더 적성에 맞는다며 전공을 바꿨어요. 작은아들은 음악을 해요. 300만 달러짜리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구입하라고 할 정도로 엉뚱한 면이 있어요. 이들이 장차 어떻게 자랄지 지켜봐야겠죠. 보다 먼 미래는 미술관을 개한관 후에 생각하려고요. 재단을 설립할 계획인데 어떻게 진행할지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봐야 해요. 다른 후원자들도 있고요. 재정적으로 든든하다면 오래갈 것이고 아니면 프로그램을 축소해야겠죠. 아마 개관 후 5년이 지나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재단을 설립하면 컬렉션을 기부하실 계획인가요?
제가 수집한 작품을 모두 재단에 기부하고 싶어요. 다만 그럴 경우, 작품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태국의실 현입니다. 제겐 이 미술관의 공적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만약 어떤 작품이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걸 팔아서 다른 가치 있일는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런데 태국에서는 재단에 미술품을 기증하면 영원히 판매할 수 없도록 되어 있거든요. 언젠가는 법 조항 에대한 공부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Pinaree Sanpitak, Breast Stupa Cookery, Cast aluminium, glazed terracotta, glazed porcelain, Murano glass molds; Glazed, unglazed and with gold leaves terracotta; Stainless steel cookie cutters; Bamboo Fah-chee; Paper box; Ceramic plate and Acrylic shelf, 2005-2013
Courtesy : Numthong Sae-tung, Murano Glass Breast Stupa Cookery molds
Credit : Pim Suthikam, Special Edition Glazed Porcelain; Mana and K, Glazed terracotta molds
Tawatchai Puntusawasdi
태국 작가 타와차이 푼투사와스디(1971년~)는 현재 치앙마이의 스튜디오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 단단한 목재와 슬레이트, 유기 섬유, 금속 등의 재료로 3차원의 건축 조각을 만들어왔는데,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관람객에 게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질문을 던진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전 세계 유망 작가를 대상으로 하 는 ‘폴록 크래스너 미술재단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문티엔 분마의 제자이기하도다.
Tawatchai Puntusawasdi,
Pixelated Heaven,
Hand-tooled, cut and lead-welded galvanized sheet metal,
300×160×180cm approx, 2013
Dexter Dalwood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브리스톨 출신 현대미술 작가 덱스터 댈우드(1960년~). 그는 예술의 역사는 물론 동시대의 다양한 문화 적·정치적 사건과 개인적 상상력을 접목한 작품을 통해 회화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2002년 시드니 비엔 날레를 비롯해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 런던 사치 갤러리 등 국제적 무대에서 폭넓게 활약했으며 2010년에는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런던의 사이먼 리 갤러리(Simon Lee Gallery)에서 개인전(2015년 1월까지)을 진행하고 있다.
ⓒ Dexter Dalwood. All rights reserved, DACS 2014
Dexter Dalwood, Resist, Oil on canvas, 150×207cm, 2013

Photo by Alan Dimmick
Subodh Gupta, Incubate, 25 stainless steel eggs, 5 chandeliers, Variable dimensions, 2010,
Installation view “Subodh Gupta: Take off your shoes and wash your hands”, Tramway, Glasgow, Scotland, 2010
Rirkrit Tiravanija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니야(1961년~)는 뉴욕과 베를린, 치앙마이 등에 거주해온 다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의 문화와 환경, 공동체 문제에 집중한다. 특히 뉴욕에서 라이프치히, 도쿄, 베니스 등을 거쳐 진행한 ‘태국 요리 접대 프로젝 트’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그는 갤러리를 카페나 휴게실, 도서관, 음악 공간으로 바꿔 일상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작품과 공 간, 관람객 사이를 재구성하고 공동체의 사회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neugerriemschneider, Berlin
Photo by Jens Ziehe, Berlin
Rirkrit Tiravanija, Untitled 2013 (endless rolling rock), Aluminum alloy with chromium finish, 412×40×30cm, 2013
Heri Dono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 헤리 도노(1960년~)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다. 주로 인도네시 아의 정치 및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루며 서양의 예술 헤게모니에 맞서 인도네시아의 전통 예술을 강조하는 작품 스타일을 보여준다. 1995년과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2013년 제주도에 진행한 ‘Hands Across the Water’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작품은 제주도 또는 제주 해녀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작가가 줄곧 관심을 가져온 전쟁과 평 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Heri Dono, Narcissism of the Dono Raurus,
Polyester resin, enamel paint, electronic mechanical devices, sound objects, variable dimension, 2013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14
Damien Hirst, Blue Angel, Butterflies and household gloss on canvas, 183cm in diameter, 2005
에디터 류현경
글 김정연(스페이스 코튼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