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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경제’라는 용어가 있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만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한다는 뜻이다. 사용하는 이의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한 뷰티업계가 매장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1 매장 한편에 세면대를 배치한 르 라보.
2 셀프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배려한 샤넬 매장.
근래 꽤 많은 뷰티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부지런히 매장을 방문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저마다 매장 한편에 세면대를 배치한 것. 지나가던 손님이 한마디 한다. “집에 이런 세면대가 있으면 종일 손만 씻고 있겠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힘을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은 언제부터인가 귀한 손님이 됐다. 백화점 1층의 명품 뷰티 카운터에는 손님보다 직원의 수가 많은 날이 상당했고, 브랜드가 야심차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도 한산한 건 매한가지다. 그나마 드러그스토어만이 젊은 손님들을 맞이할 뿐. 하지만 최근 들어 고객들이 뷰티 매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객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오감 만족’형 매장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덕분이다. 이전 매장이 상품을 예쁘게 진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의 매장은 제품 체험 존은 물론, VR을 통한 셀프 메이크업 디바이스, 심지어 수영장까지 갖췄다. 보여주기식 매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매장으로 변화하며 고객이 직접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
이런 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고 민첩하게 움직인 건 신세계다. 그들은 로드숍과 드러그스토어에 소비자가 몰리는 이유를 제품 테스트가 가능한 매장의 특성에서 찾았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뷰티 편집숍 시코르. 시코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제품을 테스트하는 ‘셀프 바’를 마련했다. 여기에 영민함도 더했다. 예를 들면 헤어 제품 옆에 고데기나 드라이어를 준비하는식. 사람들은 ‘컬이 잘 살아나는 에센스’라는 스티커가 붙은 제품을 집어 들고 거울 앞에 앉아 머리에 바른 뒤 직접 드라이를 해본다. 마음 편히 제품을 사용한 만큼 제품에 대한 호감도는 자연스레 높아진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오픈한 디올 백스테이지 스튜디오는 반짝이는 조명과 트렌디한 매장 디스플레이가 실제 디올 패션쇼의 백스테이지 현장을 방불케 한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백스테이지 스튜디오 한정 제품을 브랜드 매장 중 유일하게 판매할 뿐 아니라 그 제품으로 메이크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품을 편안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프레쉬의 익스피리언스 바.
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과 별도로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또 다른 브랜드 공간을 오픈했다. 이 매장에는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테스트해본 제품을 SNS에 올릴 수 있도록 ‘셀피 존’을 만들었다. 그 옆에는 샤넬의 체험형 매장이 자리한다. 샤넬은 제품 진열대 옆으로 메이크업 컨설팅을 해주는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세워 고객이 자유롭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매장 직원과 일대일로 상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때 특정 브랜드의 상징이기도 했던 싱크(sink)는 이제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프레쉬의 부티크와 파미에스트리트에 런칭한 아틀리에 코롱의 메종에서도 만날 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테스트한 손을 몇 번이고 씻어내며 보다 편안하게 브랜드의 보디용품까지 경험할 수 있다.
뷰티 브랜드가 일제히 체험 매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소비재에 머무르던 제품이 ‘경험재’로 변화한 것에서 기인한다. 소비 패턴이 ‘가성비’에서 ‘가심비’ 중심으로 전환된 트렌드도 한몫했다.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어느 브랜드가 어떤 아이디어로 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지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기대가 된다.
에디터 김애림(alk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