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Duo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이는 디자인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얘기다.
1 에드워드 바버 (오른쪽)와 제이 오스거비
2 비트라의 팁톤 체어
3 B&B 이탈리아의 토비이시(Tobi Ishi) 테이블. 돌의 매끈한 질감을 표현한 상판과 직각을 이룬 다리가 특징이다.
4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봉
Edward Barber & Jay Osgerby
아름다운 실용주의 전도사, 영국의 남남 디자이너
1969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는 1996년 런던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둘의 이름을 딴 ‘바버오스거비’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카펠리니, 비트라, 플로스, 마지스, E&S, B&B 이탈리아 등 세계적 가구 브랜드가 주요 고객으로 ‘영국적인 실용성과 실험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봉 디자인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 참여해 신선한 램프 디자인을 선보였다. 영국 왕실이 인정한 산업 디자이너로, 2004년에는 권위 있는 저우드 응용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들의 작품은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런던 디자인 뮤지엄, MoMA,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의 영구 소장품으로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두 분이 함께 일하게 되었나요? 대학(RCA 건축학과)에서 처음 만났는데 잘 통했어요. 죽이 잘 맞았죠. 둘 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뭔가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는 걸 알았어요. 자연스럽게 많은 프로젝트를 공유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파트너십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거죠.
바버오스거비를 설립하고 1996년 100% 디자인 런던전에 들고 나간 첫 작품으로 줄리오 카펠리니와 재스퍼 모리슨에게 발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루프(Loop)’ 테이블이었습니다. 플라이우드로 만든 나지막한 소파 테이블이었죠. 우리는 늘 오브제는 단순해야 하며 명확한 용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어느 날 낮은 테이블에 수납공간을 만들어보자 하고는, 1시간 만에 뚝딱 스케치를 완성했어요. 근데 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뜻밖의 결과를 낳았죠.
아주 성공적인 데뷔였어요. 카펠리니에서 제품을 양산하면서 바로 주류 디자인 세계로 진입했잖아요. 하지만 그 후 클라이언트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줄리오 카펠리니가 ‘괜찮은 영국인 젊은이’라며 여기저기 추천한 덕에 비로소 하나 둘씩 일을 받기 시작했어요.
많은 브랜드와 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은 늘 즐거워요. 리서치와 실험, 대화와 토론을 거쳐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죠. 최근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던 루이 비통과 작업한 것도 큰 영광이었어요. 최고의 장인기술과 타임리스한 디자인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잖아요.
노마드(여행)를 테마로 벨(Bell) 램프를 만들었죠. 어떤 작품인가요? 루이 비통 가방과 함께한 여행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현대식 전등을 상상했는데 휴대성과 견고함을 갖추길 바랐죠. 베니스 무라노 유리 장인의 세공술과 태양광 충전이라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습니다. 루이 비통의 노마드 가죽 스트랩으로 이 둘을 엮어 완성했어요. ‘벨’이라는 이름은 종처럼 생겨서 붙인 거고요. 종은 사람들을 불러 서로 어울리도록 하는 역할을 해요. 야외에서 이브닝파티를 밝혀주는 용도를 상상했어요.
5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벨 램프
6 팁톤 체어와 함께 제작한 맵 테이블 (Map Table). 유기적으로 상판을 연결해서 쓸 수 있다.
7 바버오스거비의 데뷔작, 루프 테이블
8 알루미늄을 접어 만든 탭(Tab) 조명. 플로스 제품이다.
9 E&S의 드라워 파빌리언 체어 (De La Warr Pavilion Chair). 아웃도어로만 사용하기엔 너무나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그 밖에 지금까지 한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매 프로젝트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사실 도전과 통제는 디자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긴 해요. 통제가 있어야 창조성을 더 발현할 수 있으니까요. 일생 최고의 도전은 올림픽 성화봉이었죠. 다른 어떤 것보다 명확하고 명백한 디자인 컨셉이 필요했고, 기능적 아름다움을 갖춰야 했어요. 런던에서 개최하는 세 번째 올림픽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삼각 기둥 형태를 만들었고,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게 8000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이는 8000명에 달하는 성화 봉송자를 의미해요. 비트라의 ‘팁톤(Tip Ton)’ 체어도 만만치 않았죠. 의자 다리에 살짝 각도를 주는 것뿐인데도 허리와 등을 완벽히 받쳐줄 수 있는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웬만한 끈기와 인내가 없으면 힘든 일이죠.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아이디어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때 찾는 런던의 아지트가 있나요? 디자인 영감은 대부분 우연히 떠오릅니다. 우리 머릿속은 항상 주전자 손잡이, 의자의 색깔, 소파의 이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가득하지만 바로바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죠.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작업실이 위치한 쇼디치예요. 런던에서 가장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젊고 감각적이죠. 하지만 일상적인 곳과 낯선 곳 어디에서든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는 여행을 많이 하는데 종종 비행기 안에서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해요.
두 분 사이에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서로 특정한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컨셉을 제안하거나 세부 디자인을 그리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번갈아 수행합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죠. 사실 어떤 디자이너도 혼자 작업하진 않아요. 일의 성격상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그래서 사람이 많은 것이 유리하죠. 저희 스튜디오에는 50명의 직원이 있고 한 아이템당 6~8명이 함께 참여해요. 바버와 오스거비가 아니라 바버오스거비의 작품이 되는 겁니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세요. 디자인은 무엇보다 ‘실용적인 오브제를 창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에 저마다 ‘의미(soul)’를 담고자 합니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요.
1 스튜디오 욥의 대표작으로 연출한 전시장
2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테이블 램프
3 청동으로 만든 일상의 오브제, 크래프트 시리즈다.
4 위풍당당하면서 유니크한 디자인 언어를 보여주는 암체어. 레브린스(Labyrinth, 미로라는 뜻), 모오이 제품이다.
Job & Nynke Smeets
21세기 장식 예술가, 네덜란드 부부 디자이너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한 욥(1970년생)과 닝케(1977년생)는 2000년 ‘스튜디오 욥’을 설립하고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디자인 접근법은 모더니즘을 탈피, 전통적 길드의 생산 방식을 따라 과도한 장식과 수준 높은 장인정신을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우 기념비적이면서 원시적이고 문장성, 만화적 요소 등이 혼재하는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모오이, 비사자 같은 브랜드와 선택적으로 협업을 하지만 박물관이 그들의 주요 고객으로 애당초 작품은 1점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안트베르펜에 컨템퍼러리 아트 & 디자인 전시 공간 스튜디오 욥 갤러리를 개관했고, 2011년에는 베르헤이크 지역의 한 1950년대 주택을 개조해 그들의 수집한 모던 디자인 컬렉션과 아이코닉 작품으로 채운 스튜디오 욥 하우스를 열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그들만의 디자인 제국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혼자가 아닌 둘의 힘, 듀오 디자이너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로켓 같은 추진력을 갖게 된다는 것, 그것이 듀오 파워입니다.
10년 넘게 파트너로 일하다 최근 부부가 되었어요. 우리는 그동안 단순히 함께 작업을 해왔다기보다 삶을 공유해왔습니다. 함께 모든 것을 창조했고, 함께 웃고 울었죠. 완벽하진 않지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결혼을 결심했어요.
20세기 유명한 부부 디자이너 찰스 & 레이 임스가 떠오르네요. 그런가요? 그들이 과연 그토록 위대했던가요? 세기의 갱단 연인인 보니 앤 클라우드나 지킬 앤 하이드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극적인 것을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그편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남다른 생각이네요. 극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당신 작품처럼. 너도나도 독특한 실용성을 지닌 제품으로 승부를 걸 때 조형적이면서 조각적이고, 거의 실용성이 없는 작품을 들고 나오는 배짱이 있죠. 디자이너라기보다 예술가로 불리고 싶은 건가요? 많은 사람이 이미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시대에 디자이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예술은 그 과정에 주목합니다. 컨셉만 가져오는 거죠. 우리가 하는 게 디자인이냐고요? 글쎄요. 예술일까요? 디자인이면 어떻고 예술이면 또 어때요. 중요한 건 우리가 이 일을 즐긴다는 것이고,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장르라는 거죠.
지난 10여 년간 당신들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해왔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자유롭게 창조하고 싶었어요. 특정 브랜드를 위해 상품을 제작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죠. 다행히 우리 고유의 조형 언어를 창조했고, 누가 봐도 욥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적인 작품들을 만들었어요. 확실히 우리는 오직 제품만 만드는 디자이너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요. 우리의 철학은 오트 쿠튀르 패션과도 맞닿아 있어요. 조각 같은 예술성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시도하는 거죠.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네요. 처음 개척하는 일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죠. 사람들이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고 작품에 투자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고 한 작품당 엄청난 돈을 받고 팔게 되었죠. 각종 페어와 갤러리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큰 (금융) 위기가 찾아왔지요. 지금이 적당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부담스러울 만큼 과도한 돈을 지불하지도 않고, 어떤 의욕도 없던 2008~2009년에 비해 중도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5 후기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적 위용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로버바론 시리즈의 테이블
6 스튜디오 욥 하우스의 다이닝 룸. 페이퍼 샹들리에, 고전적 양식을 재해석한 고딕 체어가 보인다.
7 욥(오른쪽)과 닝케 스메이츠 부부
8 옛날 독일식 찬장을 재현한 제품으로 장미, 해골, 열쇠, 깃털 등을 해학적인 핸드 페인팅으로 그려 넣었다.
포트폴리오를 보니 유독 청동 소재가 눈에 띄네요. 청동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죠? 기원전 800년경 청동기 이후로 청동은 더 이상 일상용품을 만드는 데 인기 있는 재료가 아니에요. 지나치게 무겁고 비싸기까지 하죠. 하지만 예술, 특히 조각의 영역에선 환상적인 형태를 구현하는 데 꽤 적합해요. 크래프트(Craft), 로버바론(Robber Baron), 홈워크(Homework) 등의 시리즈를 통해 청동을 다루는 기술을 연마해왔어요.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청동 말고도 다양한 재료와 공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 도자기, 그냥 나무와 상감세공한 나무, 스테인드글라스,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 핸드 페인팅, 각종 직물, 크리스털, 종이 등이죠.
모오이의 페이퍼 퍼니처 컬렉션도 인상 깊었어요. 특히 종이로 만든 샹들리에요! 사실 종이는 청동보다 오랫동안 우리 작업에 쓰였어요. 대학 때부터 판지 박스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었죠. 나무를 쓰는 건 너무 투박해 보였거든요. 종이는 섬세하면서 조형적 작업이 가능해요. 또 원재료비도 매우 저렴하죠.
당신들의 작품에선 조각적이면서도 정교한 벽화 같은 회화적인 요소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닝케의 전공이 그래픽 디자인이죠. 끊임없이 2차원적 아이콘과 상징적인 테마들을 개발해서 화가가 캔버스에 칠을 하듯 또는 석공이 벽돌을 쌓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 작품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요.
워낙 유례가 없는 작품을 창조하고 있지만 디자인에 영감이나 영향을 준 다른 디자이너가 있나요? 게리트 리트벨트, 알레산드로 멘디니, 에트로 부가티, 제프 쿤스. 모두 훌륭한 분들이죠. 단순한 정물화만 그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 그를 통해 반복이 진정성과 개성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독일의 공예가 요한 멜히오르 딩글링거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서로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서로에 대해 묘사한다면? 닝케는 공주, 저는 어리석은 바보.(웃음)
★ 위 인터뷰는 욥 스메이츠와 진행했습니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