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ecca Wei
제임스 크리스티 룸에서 수묵화 전시회가 열리고, 온라인으로 버킨 백을 주문할 수 있으며, 피카소 전문가의 강연을 듣거나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자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크리스티다. 레베카 웨이 회장이 옥션 하우스의 현주소와 미래를 전한다.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의 아시아 총괄(중국 제외) 회장 레베카 웨이(Rebecca Wei). 컨설팅 회사 매켄지 아시아 회장을 역임하고 중국의 대규모 요식업체 사우스 뷰티의 대표를 거쳐 2012년 크리스티 아시아 회장으로 영입됐다. “크리스티에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내가 옥션에 대해 뭘 얼마나 알고 있지?’였어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가까이했고 주얼리에도 관심은 가지만, 옥션은 백지 상태였죠.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건 크리스티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입니다. ‘각 분야의 능력 있는 전문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녀가 취임한 후 크리스티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결산을 보면 아시아의 새로운 고객층이 20% 이상 늘고, 온라인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71% 성장했다. 그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컬렉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뭘 원하는지 알아채야죠.”
제임스 크리스티 룸(James Christie Room) 이야기를 먼저 할까요? 크리스티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한 후 아시아에 처음으로 제임스 크리스티 룸이라는 전시 공간이 생겼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를 축하드립니다.
옥션은 시즌에만 활발하게 진행하지만 컬렉터들은 1년 365일 미술 작품과 만나길 원합니다. 제임스 크리스티 룸은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지난 2월 오픈한 후 벌써 여덟 차례 이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죠. 또한 많은 고객이 미술 작품과 작가에 대해 듣고 배우길 원해요. 이곳에서는 강연, 작가와의 대담, 패널 토론회 등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죠. NGO 단체의 문화 활동을 위해 무료로 장소를 대여하거나 자선 활동을 벌이는 등 비영리적으로 쓰이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런던, 뉴욕, 파리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임스 크리스티 룸이 있었고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이어 곧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에도 생길 예정입니다.
옥션 하우스와 갤러리 그리고 아트 페어 등이 대표적 미술 작품 구입처인데, 각각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옥션 하우스는 컬렉터에게 공정한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입니다. 컬렉터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곳이 옥션 하우스라면,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고 긴밀한 관계를 통해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한다고 봅니다. 아트 페어는 갤러리가 고객인 곳이죠.
개인적으로 크리스티를 통해 구매한 작품이 있나요?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을 컬렉팅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크리스티로 옮긴 후 얼마 되지 않아 작가에 대해 잘 모를 때였어요. 우리 옥션에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나왔는데,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습니다. 누군지도 모르고 가격도 몰랐지만, 그 작품을 본 순간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크리스티 직원으로서 가장 좋은 것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포기했어요. 그 후 갤러리를 통해 이우환 작가의 작품 2점을 구입했습니다. 저는 작품을 모으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Eventually collecting art is collecting yourself). 작품을 구입할 때 ‘이 작품을 내가 좋아하는가?’가 무엇보다 앞서야 하죠. 저는 작품이 맘에 들면 다음 단계로 작가에 대해 리서치하고 마지막으로 가격을 확인합니다. 알맞은 가격에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 부분은 제게 아주 쉬워요.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다 전문가니까요.
2013년 크리스티 홍콩에서 개최한 현대 수묵화 전시

2013년 크리스티 홍콩의 옥션 현장
한국 작가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크리스티에서 한국 작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김환기처럼 뛰어난 작가의 작품 가격이 동시대인 20세기 중국 작가와 비교해 절반 또는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점이 놀라워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20세기 말 파리에서 활동한 여류 화가 이성자의 작품도 제가 직접 비딩에 참여할 만큼 좋아하죠. 크리스티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고요. 컨템퍼러리 아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시다시피 한국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크리스티 홍콩에서도 올해 10월 최초로 한국 컨템퍼러리 아트 단독 전시회(프라이빗 세일)를 기획하고 있죠.
말씀하신 프라이빗 세일이 궁금합니다. 크리스티 아시아의 차세대 사업에 대해 공개해주시겠어요?
옥션을 통해 최고가 작품들이 거래된다면 프라이빗 세일은 세컨드 티어(second tier) 작가, 국내에선 알려졌지만 국제적으로 이제 막 성장하려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장입니다. 온라인 옥션은 미래의 고객을 위한 창구입니다. 에르메스 백과 와인, 프린트 등을 온라인 옥션을 통해 판매하죠.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새로운 컬렉터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 주요 임무예요. 미술품의 종목을 확장하는 것도 크리스티 아시아의 향후 사업 계획입니다. 중국의 수묵화에 이어 사진과 판화 등 다양한 작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크리스티 아시아의 경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요? 중국의 시장경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옥션 하우스는 스톡 마켓과 달리 GDP의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모네나 피카소 컬렉터의 자산 규모와 국가총생산이 늘 일치하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가장 큰 변수는 내부에 있습니다. 크리스티의 연구 결과 미술 시장에서 크리스티의 점유율은 9%입니다. 나머지 91%의 미술 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거죠.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시장경제라는 물살에 휩쓸리겠지만 ‘New Channel, New Category, New Client’를 목표로 한다면 우리 스스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언제쯤 크리스티 옥션이 열릴까요? 아직은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새로운 고객이 많을 텐데 말이죠.
현재 한국에 오피스를 둔 글로벌 옥션 하우스는 크리스티가 유일합니다. 그만큼 크리스티는 한국 컬렉터의 잠재력을 믿고 있어요. 한국 고객은 컨템퍼러리 아트와 사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컬렉터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 구성으로 자신 있게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현지 진행 이재명(홍콩 통신원) 사진 제공 크리스티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