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Reset the Routine!

FASHION

패션계의 스케줄이 급변하고 있다. 컬렉션 쇼 개최 날짜가 우후죽순 바뀌고, 런웨이에서 공개한 다음 계절의 옷이 곧바로 백화점에 진열된다. 어찌 된 일일까?

버버리

모스키노

베트멍

프라다 파이오니어 백

지난 2월 초, 버버리에서 놀라운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기존 컬렉션의 관행을 뒤엎고 패션쇼 스케줄을 개편한다는 내용이었다. 좀 더 자세히 짚고 넘어가면 남성과 여성 별도로 연간 4회 진행하던 컬렉션 쇼를 남녀 통합해 2회(2·9월)로 줄이고, S/S 또는 F/W 시즌 대신 ‘버버리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 더욱 흥미로운 건, 쇼에서 선보인 컬렉션을 곧바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톰 포드 역시 버버리와 몇 시간 차이를 두고 런웨이 발표와 매장 입고 시기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F/W 시즌 컬렉션을 9월에 공개한다고 밝혔다(이들의 컬렉션도 쇼 직후 매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스타덤에 오른 베트멍 또한 올해 파리 패션 위크에 선보인 F/W 컬렉션을 끝으로 기존의 패션 캘린더를 따르지 않겠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패션계는 발칵(?) 뒤집혔다. 끝없이 탄탄하게 이어질 것만 같던 패션업계 스케줄에 문제가 생긴 것. 곱씹어보면 이들의 생각은 일리가 있다. “고객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기보다 4개월 전에 컬렉션을 공개하는 방식은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현시대에 뒤처진다. 더욱이 입을 준비가 되었을 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고객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 톰 포드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힘을 더하듯 타쿤(Thakoon), 토머스 테이트(Thomas Tait) 같은 젊은 디자이너는 컬렉션을 발표하지 않은 채 각 시즌에 맞춰 쇼윈도에 옷을 진열한다고 선언했다. 쇼를 공개하는 시점과 옷을 판매하는 시점의 간극이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되었다. 패션계의 악동 제러미 스콧이 이끄는 모스키노의 캡슐 컬렉션이 선봉장! 맥도날드 로고에서 영감을 받아 화제가 된 2014년 S/S 시즌 컬렉션을 발표하자마자 길거리에 이를 걸친 모델과 패셔니스타가 여럿 등장했고, 이어 패션 추종자들은 새 시즌이 오기도 전 이들의 제품을 손에 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행보는 트렌드의 한 축이 됐다(2월 초 밀라노에서 발표한 2016년 F/W 컬렉션 일부를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츠 릿(It’s Lit) 캡슐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만날 수 있다). 프라다는 지난 2월 F/W 시즌 컬렉션으로 발표한 파이오니어(Pionniere)와 카이에(Cahier) 백을 전 세계의 대표적 부티크 윈도에 곧바로 진열했다. 마이클 코어스 역시 ‘Ready-to-wear, Ready to go’라는 구호와 함께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고객은 더 이상 시즌의 개념으로 패션에 접근하지 않는다. 지금 본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파리 패션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디올, 샤넬, 생 로랑, 에르메스 등 프랑스의 유서 깊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파리의상조합이 이들의 견해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고객은 패션계의 전통 시스템에 익숙할뿐더러, 장인정신이 근간인 파리의 컬렉션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스케줄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아이러니한 건 베트멍이 파리 컬렉션에 속해 있고, 조합은 아직 이 혈기 넘치는 브랜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상태).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정확하게 예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의 결단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러한 변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패션업계의 긍정적 신호라는 사실이다.

에디터 |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