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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Space Age

FASHION

이번 시즌 퓨처리즘에 빠진 패션 월드의 시곗바늘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가리키고 있다.

1 구찌의 2017년 F/W 시즌 광고 캠페인.   2 몽클레르의 ‘문레이’ 포스터.  

패션 월드에 우주 시대가 도래했다. 패션쇼장에서 대형 로켓을 발사하는가 하면 ‘신상’으로 차려입은 외계 생명체가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런웨이에서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메탈릭한 룩과 우주 모티브의 액세서리를 찾아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몇 년간 놈코어 룩, 너드 룩, 그래니 룩 등을 가장 쿨한 것으로 여기며 ‘보편적인 인물의 보편적인 스타일’을 제시한 패션계의 시선이 갑작스레 ‘미래’, ‘우주’로 향한 것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어제보다 내일의 유행에 촉을 세우는 패션의 본질적 속성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다시금 정상 궤도에 안착한 듯 보인다. 사실 ‘스페이스 룩’이라 불리는 퓨처리즘 패션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다.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 1962년 미국의 유인위성 발사와 함께 본격적인 우주 개발 시대가 시작되자 패션계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앙드레 쿠레주, 피에르 가르뎅, 파코 라반 등을 중심으로 신소재와 기하학적인 실루엣이 어우러진 옷을 쏟아냈다.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이제껏 보지 못한 스타일을 경험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상상이 현실로 구체화된 2017년 현재, 많은 것이 변했다. 우주는 가까운 미래가 되었고 퓨처리즘 패션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미래를 향한 낭만적 시선마저 사라진 가운데, 디자이너는 이를 제시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레트로 퓨처리즘’이 대두했다. 1960년대 이전의 대중이 미래를 구상한 창작 예술의 경향, 다시 말해 과거에서 미래를 바라보던 시선을 현재로 옮겨왔다는 뜻! 제작 연도를 의심케 하는 완벽한 복고 무드의 2017년 F/W 구찌 캠페인이 대표적 예.

‘외계인의 쇼핑’을 테마로 한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

1966년 TV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영감을 얻은 영상 속, ‘구찌 침공’에 맞서 싸우는 외계인과 로봇 분장의 모델은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빈티지하고 환상적인 컬렉션 룩을 예상외로(?) 잘 소화했다. 몽클레르는 이번 시즌 스페이스 룩을 모티브로 한 ‘문레이’ 컬렉션을 선보이며 동명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전형적인 B급 영화 구성을 따른 짤막한 패션 필름은 1960년대에 인기를 끈 SF 장르를 연상시킨다. 나사의 아폴로 로켓과 우주인 캐릭터로 장식한 코치의 ‘스페이스 컬렉션’ 역시 디자인의 배경이 된 시대로 회귀해 제품과 캠페인에 모두 레트로 무드를 녹여냈다. 최근 미래주의 패션에서 두드러지는 또 한가지 경향은 지나치게 아방가르드하고 진지한 디자인 대신 위트를 가미한 직설적인 스타일이 사랑받는다는 것! 칼 라거펠트는 우주선을 축소한 듯한 형태의 클러치, 행성 모양 브로치, 샤넬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프린트의 컬렉션을 통해 샤넬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공상과학만화의 한 장면처럼 로봇이 은하계를 유영하는 모습을 가방 위에 옮긴 돌체 앤 가바나,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파리 포부르 매장을 습격해 오렌지 박스를 우주선으로 실어 나르는 흥미진진한 장면을 실크 스카프에 담은 에르메스까지. 보는 것만으로 유쾌해지니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고, 때로는 어지러운 현실의 완벽한 도피처 역할을 하니 기분 전환을 위한 쇼핑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다.

3 우주를 모티브로 삼은 샤넬의 위트 넘치는 액세서리.   4 돌체 앤 가바나의 2017년 F/W 시즌 시실리 백.  

 

에디터 이혜미(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