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N-GP, 프랑스박물관협회와 그랑 팔레의 야심
프랑스 예술의 중심축을 이루던 프랑스박물관협회와 그랑 팔레가 합병 이후 보여주는 행보가 눈에 띈다. 더 젊어져 획기적인 전시를 보여주는 이들의 야심은 언제나 환영한다.
1 그랑 팔레에서 열린 전시
2 신선한 기획으로 호평을 얻은
3 아트피스 하이 주얼리의 매력을 보여준 까르띠에 전시
2014년 상반기 파리에서 개막하는 현대미술 전시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단연코 3월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 개인전이다. 그랑 팔레의 넓은 전시관을 30여 개의 비디오 스크린 작품과 장시간 상영할 영상 등 40여 년간의 창작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빌 비올라의 대표 작품으로 채울 예정이다. 비디오를 매체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동시대 현대미술가 중 독보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회고전이 지금 파리에서 열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전시를 기획한 기관이 프랑스박물관협회(Reunion des Musees Nationaux, 이하 RMN)-그랑 팔레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프랑스 내 35개 박물관의 전시를 관리하고, 특히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대규모 전시 공간인 그랑 팔레에서 해마다 관람객 수 기록을 경신하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해온 RMN은 독자적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던 그랑 팔레와 2011년 합병했다. 그 덕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국가적 지원을 아낌없이 받는 RMN이 1년에 40여 개의 전시를 유치하는 그랑 팔레와 함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멋진 전시를 야심차게 기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85년 창립 이래 RMN이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미술관에서 선보인 전시는 가능한 한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소위 ‘안전한 블록버스터’ 전시 위주였다. 피카소, 마티스,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의 전시는 연일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마디로 RMN의 그랑 팔레 전시는 대중의 사랑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았다. 흥행 성공을 위한 대부분의 전시는 미술사에서 대중에게 익숙한 올드 마스터나 근대 작가 위주로 진행했고, 전후 세계 미술사에서는 앤디 워홀 정도만 다뤘다. 그러나 합병 덕분에 프랑스 최고의 현대 아트 페어인 FIAC와 2007년 시작한 세계 현대미술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 개인전 ‘모뉴멘타(Monumenta)’ 등을 기획해온 그랑 팔레의 현대미술 프로그램은 폭이 더욱 넓어졌다.
대표적 예가 작년에 열린 <다이너모(Dynamo)>전이다. 4000m2가 넘는 전시장에서 ‘빛과 공간, 비전’을 주제로 전 세계 동시대 예술 작가의 추상적이며 개념적인 작품을 선보인 전시로, 어렵고 생소한 듯한 현대미술도 탄탄한 기획이 뒷받침되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순수 예술 영역에 머물지 않고 까르띠에나 불가리 같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 헬무트 뉴턴 같은 패션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RMN-GP의 전시 기획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해마다 250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찾고 40개의 전시가 열리며 2000만 유로에 해당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RMN-GP가 앞으로 어떤 환상적인 전시를 선보일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에디터 고현경
글 최선희(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