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torial Elegance
극도로 로맨틱한 반면에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올 가을과 겨울을 위한 디올 옴므의 룩을 지켜본 소감. 지난 4월, 중국 광저우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디올 옴므의 2015-2016 F/W 컬렉션의 생생한 취재기를 공개한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군단을 중심으로 펼친 런웨이 현장


근사한 룩에 필적하는 무대
지난 1월 파리의 테니스 클럽에서 선보인 디올 옴므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 쇼를 찾은 각국의 프레스와 VIP, 업계 관계자 사이로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쇼의 시작이 임박했다.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런웨이만큼이나 긴 오케스트라석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선율, 쿵쾅거리는 북소리와 함께 등장한 모델들. 턱시도 슈트를 시작으로 차례로 등장한 모델 수십 명은 크리스 반 아셰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룩과 함께 잰걸음으로 런웨이를 수놓았다. 쇼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10분 남짓한 시간. 에디터는 쇼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끝없이 전율했고, 머릿속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컬렉션으로 자리했다.
운이 좋은 걸까? 에디터에게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4월 8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리-쇼(re-show)에 초대받은 것. 장소는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이곳은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모델의 워킹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탁 트인 것이 아니라 객석과 무대로 나뉜 공간인데 런웨이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안으로 들어서자 그 의문은 단번에 해결됐다. 객석을 사용하지 않고, 무대 위에 런웨이와 쇼를 관람할 자리를 함께 만든 것! 평소 거대 장치를 수반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만큼 넓고 깊은 공간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양쪽으로 늘어선 객석을 사이에 두고 거대 장막이 들어섰는데, 파리 쇼와 달리 이번엔 원형이다. 불빛이 사라지고 쇼가 시작됐다. 장막이 오르는 동시에 어림잡아 50여 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군단은 연주를, 모델은 군단의 가장자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에 맞게 편곡한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쿠드람(Koudlam)의 ‘The Landscapes’는 디올 옴므가 준비한 무대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쇼를 진행한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의 눈부신 외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
블랙과 그레이, 인디고 블루와 버건디로 이어지는 컬러 팔레트. 플로럴 패턴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중국인 모델을 대거 등장시켜 의미를 달리한 런웨이
크리스 반 아셰의 기치
이번 시즌 디올 옴므 쇼의 타이틀은 ‘Opening Night & Daydreaming’, 그리고 룩을 관통하는 메인 테마는 ‘테크노-사토리얼(Techno-Sartorial)’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포멀한 사토리얼 룩과 역동적 스타일의 결합 정도. “낭만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옷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오페라에 입고 갈 정도로 포멀한 이브닝 웨어, 동시에 실용적인 데이 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는 옷 말이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의 말에서 이번 컬렉션의 전체적 단상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슈 디올은 꽃을 사랑한 남자였어요. 저도 그렇고요. 옷깃에 꽃을 장식한 남자라고 해서 편견 어린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블랙과 그레이, 네이비, 버건디까지 비교적 어두운 컬러 팔레트로 룩을 전개했음에도 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곳곳에 포진한 플로럴 모티브 덕분이다. 턱시도 재킷, 길게 늘어뜨린 롱 코트의 라펠과 칼라에 꽃 모티브를 더한 버튼 형태의 브로치를 단 것이 그러한 맥락 중 하나다. 대신 현대적 감각을 더하기 위해 실제 꽃이 아니라 꽃을 프린트한 버튼을 매달았다고. 옐로 컬러 플라워 프린트는 코트와 니트에도 등장한다.
크리스 반 아셰의 천부적 감각은 다양한 스타일링 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영(young) 보이의 재치 있는 슈트 스타일링. 보타이를 한 턱시도 슈트에 캡을 매치하거나 말쑥한 슈트 차림에 옐로, 핑크, 블루 등 원색의 아웃솔 스니커즈를 더했다. 레이어링 또한 주목해야 할 특징으로 슈트와 후디드 점퍼의 조합, 슈트 안에 입은 롱 베스트, 카디건, 니트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한편, 올 봄·여름 시즌을 수놓은 데님의 변주는 디올 옴므의 룩을 통해 이어졌는데, 양털 칼라를 덧댄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재킷은 물론 슈트까지 등장해 데님을 고급스럽게 매치하는 방법을 전했다. 데님 재킷과 가죽 소재 짐 팬츠의 조화는 참신하기까지! 소재 역시 캐시미어와 울, 가죽, 실크 등 겨울을 위한 것으로 다채롭게 전개했는데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했다(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몸을 휘감는 소재의 향연에 에디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슈즈, 가방, 모자 등의 액세서리도 룩에 힘을 더했다.
클래식한 슈트부터 조금은 캐주얼한 룩까지 숨가쁘게 공개한 디올 옴므의 컬렉션은 아셰의 천재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테크노-사토리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옷에 적용한 테크니컬한 요소가 에너지 넘치는 남자들에게 자유를 부여합니다. 포멀하지만 실용적인 옷을 만드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목표였습니다.” 그가 세운 목표는 정확하게 달성한 듯싶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디올 옴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