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Era of TAG Heuer
태그호이어가 두 번째 역사의 장을 연다! 드디어 두 번째 자사 무브먼트 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 이번엔 얇은 데다 강하기까지 하다. 이 새로운 무브먼트가 탄생한 곳, 스위스의 슈베네를 찾았다.
1 모던한 모습의 태그호이어 슈베네 매뉴팩처 외관 2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모습 3 벽에 실제 장인의 손을 촬영한 사진을 걸어놓아 공장(!) 같지 않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쇼드퐁(La Chaux-de-Fonds).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왜? 1800년대부터 스위스 시계 산업의 전설적 역사가 시작된 의미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일명 워치메이킹 마을이라고 할까. 스위스 최대 규모의 국제 시계 박물관이 있고 롤렉스, 제라드 페리고 등 많은 시계 브랜드의 매뉴팩처가 자리해 있다. 물론 태그호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탄생한 태그호이어의 ‘진짜 심장’, 즉 자체 제작 무브먼트 칼리버 1887 조립은 물론 케이싱과 브레이슬릿 결합, 품질 검사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올해 바젤월드에서 주목을 끈, 벨트 방식으로 구동되는 최초의 투르비용인 모나코 V4 투르비용 같은 오트 올로제리 역시 이곳 라쇼드퐁에서 완성한다.
CH 80을 탑재한 까레라 칼리버 CH 80 크로노그래프
지난 3월 바젤월드 취재차 떠난 스위스에서 태그호이어 매뉴팩처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상한 점은 행선지가 라쇼드퐁이 아닌 슈베네(Chevenez)라는 것. 그제야 작년 태그호이어 CEO 스테판 린더(Stephane Linder)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두 번째 자체 제작 무브먼트 CH 80을 위한 또 다른 매뉴팩처를 오픈했다고 설명한 것이 떠올랐다. 그것이 바로 슈베네 매뉴팩처. 작년에 완공한 만큼 최신식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내부에도 최신식 기계 설비가 가득했다. 60여 명이 근무하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한 최첨단 생산 시스템. 사실 라쇼드퐁의 공정 설비는 칼리버 1887에 초점을 맞춰 다른 무브먼트 생산이 힘든데, 이곳에서는 기계에 정보만 바꿔 입력하면 CH 80은 물론 칼리버 1887 외에 다른 무브먼트 생산도 가능하다. 효율적인 기계 설비가 이곳의 핵심인 것. 새로운 CH 80은 칼리버 1887에 비해 메인 플레이트의 구조가 더 복잡하지만 공정 자체는 비교적 단순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자체 제작 무브먼트의 생산량을 늘리려는 태그호이어의 야심찬 포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심지어 아직 공장 곳곳에 비어 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는데, 조만간 이 공간까지 첨단 설비와 워치메이커로 채우면 생산량을 더욱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을 거라는 매뉴팩처 담당자의 설명). 실제로 2014년 5만 개 이상의 무브먼트 생산을 목표로 잡고, 향후 3년 내 연 10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할 만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커다란 메탈 바(긴 금속 막대를 생각하면 된다)를 기계로 정밀하게 깎아내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 등을 만들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루비를 기계가 조립하는 모습 등을 지켜보던 중 의아하게 느낀 것은 다른 시계 매뉴팩처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기름(oil) 냄새가 안 난다는 점. 최신 기계라 기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는데, 그 덕분에 느끼한(!) 기름 냄새가 안 나는 것은 물론 바닥도 미끄럽지 않아 훨씬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분위기에서 시계 생산이 가능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계가 만들어낸 부품을 작은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시키는 기계가 워치메이커 앞으로 옮기면 워치메이커가 수작업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처리하고, 또 엄격한 품질 검사와 테스트를 거쳐 무브먼트의 결함을 발견하면 재조립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기계와 사람의 손이 이뤄내는 절묘한 조화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매뉴팩처 곳곳에 실제 그곳에 근무하는 워치메이커의 ‘손’을 촬영한 사진 액자를 걸어놓아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매뉴팩처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은 점도 눈에 띄었다.
칼리버 CH 80
CH 80 in Chevenez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무브먼트는 단연 CH 80(슈베네의 앞글자와 파워 리저브 80시간에서 착안해 이름 지었다). 칼리버 1887과 비교해 보여줬는데, 메인 플레이트는 CH 80이 더 두껍지만 조립 후 6.5mm로 얇아지며 본성(!)을 드러냈다. 233개 부품으로 구성, 시간당 2만8800회 진동하며 하루 -4~+6초 사이의 오차로 정확성을 자랑한다. 무려 80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CH 80은 3시, 6시, 9시 방향에 서브 카운터를 갖추고 날짜 창을 장착했다. 한마디로 얇은 두께와 긴 파워 리저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 코트 드 제네브 피니싱과 더불어 기어 트레인 브리지를 폴리싱 앵글링해 디테일한 측면까지 신경 쓴 점도 돋보였다. 기계와 사람 손의 완벽한 협업을 통해 탄생한 태그호이어의 두 번째 심장의 모습이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