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of You
시계 애호가들에게 들어본 그들의 시계, 그리고 시계의 형태 이야기.

송인준,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시계와 안경, 액세서리와 가구 등 빈티지 컬렉션의 가치를 되새기는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매장에서 다채로운 빈티지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빈티지 시계를 주로 수집한다. 독특한 형태의 시계와 빈티지 피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이로운 메커니즘의 무브먼트에 관심이 많다. 희귀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즐겨 차는 시계 밸주가 제작한 문페이즈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 중 알파(Alpha Co.)사에서 제작한 시계. 트리플 캘린더와 문페이즈의 조합이 무척 아름답다. 기분이나 TPO에 따라 선호하는 시계가 바뀌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문페이즈에 손이 간다. 하늘의 아름다움을 다이얼에 잘 표현해 매료된 것 같다.
당신의 개성을 대변하는 시계1940년대에 제작한 오메가 cal.30T2PC 드레스 워치. 로즈 골드 소재 케이스와 큼지막한 다이얼에 자리한 다채로운 디테일 덕에 첫인상이 화려하다. 하지만 계속 보면 화려함 이면에 감춘 이 시계의 깊은 매력이 드러난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특징. 처음 보는 사람은 나를 꾸미는 것을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계속 만나다 보면 진중하고 행동에 무게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웃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이 빈티지 시계가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시계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무브먼트, 다이얼, 스트랩 등 시계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케이스에 담느냐에 따라 시계의 이미지와 매력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드레스 워치라 할지라도 에지를 준 디자인의 케이스라면 보는 시각에 따라 섹시하기도 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시계가 될 수 있다. 무브먼트가 우수하다는 전제하에 케이스야말로 시계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시계 케이스 형태 수많은 빈티지 시계를 접하는데, 명작이라 칭하기에 충분한 무브먼트와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융화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조화를 이룬 시계를 만날 때 희열을 느낀다. 라운드 혹은 사각의 케이스라 할지라도 독특한 러그를 더해 차별화된 감성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바쉐론 콘스탄틴이 현재 히스토릭 컬렉션으로 선보이는 콘 드 바슈 1955(Cornes de Vache 1955) 워치처럼.

김선경, 사업가
자기소개를 해달라한남동에서 미니멀리즘 와인 바 Bar HWI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바버숍 겸 바 레드 스트라이프 한남(Red Stripe Han Nam)을 오픈했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테라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를 비롯해 에르메스 아쏘와 롤렉스의 첼리니.
즐겨 차는 시계한때 드레스 워치를 선호해 롤렉스를 애용했으나 바를 운영하면서 씨마스터를 데일리 시계로 착용하고 있다. 주말에 외출할 때는 에르메스의 아쏘 모델을 자주 차는데, 클래식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라 좋아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시계 케이스 형태 현재 소유한 시계가 모두 원형이어서인지 각진 형태에 눈길이 간다. 최근 본 에르메스 까레 아쉬(Carre H)의 독창적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완전한 직각이 아니라 네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한 케이스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 전공자로서 전체적 균형감이 단연 돋보였는데, 알고 보니 역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마르크 베르티에가 디자인한 시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초침 모양과 두 자리 숫자 인덱스 등 독특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마치 디자이너가 숨겨놓은 비밀을 파헤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김영균, CP
자기소개를 해달라 스튜디오드래곤 CP로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등의 프로듀서, <미스터 선샤인>, <아는 와이프>, <굿와이프>, <안투라지> 등의 책임 프로듀서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파네라이의 라디오미르 등. 드레스 워치보다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가죽 스트랩보다 활동성 좋은 메탈 브레이슬릿이나 러버 스트랩을 선호한다.
가장 아끼는 시계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작년에 오랜만에 구입한 시계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티타늄 소재를 색다르게 마감 처리한 고유의 그레이 컬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평소 캐주얼한 의상을 즐겨 입고 현장에서도 움직임이 많은데, 이 시계는 캐주얼은 물론 정장에도 잘 어울려 데일리 시계로 손색없고, 두께가 얇고 무게도 가벼워 착용감이 편안하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첫인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기능이나 브랜드에 앞서 시계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니까. 개인적으로 형태 자체보다는 케이스의 전반적 균형미를 주로 본다. 베젤과 케이스 두께, 그리고 러그까지 연결되는 전체적 밸런스가 좋은 시계를 선호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시계 케이스 형태 처음에는 가장 보편적인 원형 케이스를 좋아했는데, 점차 각진 시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남성적이면서 모던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불가리의 옥토만 봐도 팔각형 케이스와 원형 베젤의 조합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며 복합적 매력을 전한다.

한동률, 아우디코리아 마케팅 총괄부장
자기소개를 해달라 아우디 한국지사의 마케팅팀을 총괄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와 서브마리너, GMT-마스터 II,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IWC의 스핏파이어 UTC와 까르띠에의 탱크 솔로, 론진의 크리스토발 등이 있다.
가장 아끼는 시계 결혼 예물인 데이트저스트. 자주 착용하는 시계는 실용적인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정장과 캐주얼 등 어떤 스타일에도 자유롭게 찰 수 있어 좋다. 최고의 툴 워치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닮은 시계롤렉스 GMT-마스터 II(Ref 16710). 일명 ‘코크’라 불리는 이 시계는 베젤이 검은색과 빨간색이라 코카콜라의 아이코닉한 두 컬러가 떠오른다. 현재 단종되어 더 이상 판매하지 않지만, 독특한 색상과 함께 실용적인 GMT 기능이 매력적이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 시계처럼 나도 다양한 면모를 두루 지닌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골랐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형태, 곧 디자인은 기능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계의 성능이나 존재 가치를 잘 나타내고, 실제 기능을 최적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크기도 형태의 일부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오버사이즈 시계보다는 지름이 38mm 정도인 ‘적당한’ 크기의 시계를 선호한다.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드는 시계를 너무 커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안타까울 때가 없다. 가지고 있는 시계는 대부분 원형 디자인이지만, 최근 케이스를 뒤집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가 계속 눈에 띈다. 기능과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좋은 사례 중 하나인 것 같다.

김상인, 일러스트레이터
자기소개를 해달라시계를 포함해 남성들이 좋아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파네라이의 루미노르 마리나 PAM 111, 이세이 미야케의 트라페조이드(Trapezoid), 애플 워치 등.
가장 아끼는 시계 개인적 의견이지만 아무래도 파네라이 제품이 가성비와 만족도 면에서 최고인 것 같다. 특히 다이얼 위에서 초침이 회전해 시계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해 파네라이 모델 중 스몰 세컨드를 장착한 제품을 골랐다. 백케이스로 드러난 무브먼트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케이스 디자인이 맘에 든다.
당신을 닮은 시계모두 다. 이세이 미야케 시계는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했다. 일본에서 열린 그의 전시도 보러 갔고, 마루니목공과 협업한 히로시마 체어도 소유하고 있다. 쓰임새도 훌륭하고 그의 디자인 철학도 좋아한다. 누군가 내가 찬 시계를 보고 나의 디자인 감성이나 감각을 알아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웃음) 파네라이는 어떤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슈트를 입을 일이 없어 망설임 없이 파네라이를 선택했다. 게다가 소위 ‘줄질’이라 부르는 스트랩 교체 시스템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개성을 드러내기에도 제격이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착용자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 케이스 디자인(두께, 크기)과 다이얼 디자인(컬러, 인덱스, 시곗바늘의 형태와 두께)에 따라 시계의 인상이 크게 바뀌고 분위기도 달라진다. 그렇기에 작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큰 역할을 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시계 케이스 형태항공기 계기반 디자인을 본뜬 벨앤로스 컬렉션이 매력적이다. 케이스 못지않게 다이얼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벨앤로스 시계는 시계라기보다 남성의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든다. 아, 그리고 리차드 밀의 시계는 나의 감성과 상관없이 언제나 좋다.

유민주, 글래머러스 펭귄 대표 & 디저트 셰프
자기소개를 해달라 한남동의 디저트 전문점 글래머러스 펭귄을 운영하고 있다. 키즈 브랜드 유머러스 캥거루의 대표이자 다양한 셰프들과 팝업 형태로 선보이는 프로젝트 공간 공공빌라의 맏언니이기도 하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에르메스와 론진의 심플하면서 클래식한 가죽 스트랩 시계를 좋아한다. 직업상 화려한 액세서리를 할 수 없고 착용하더라도 일하는 동안 빼놓다 보니 그중 몇 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찰 수 있는 손목시계를 선호하는 편. 에르메스의 단아한 이미지와 론진의 세련된 느낌이 내겐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가게를 열고 6년간 매일 착용한 에르메스 시계를 잃어버려 크게 상심했는데 얼마 전 론진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찾았다. 심포네트의 여성스럽고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매우 만족스럽다. 무게도 가볍고 촘촘히 박힌 다이아몬드가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일 봐도 새로운 매력이 느껴지는 참 예쁜 시계라 절대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할 예정이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시간을 대하는 태도’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진 반듯한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을 선호했고, 늘 일에 몰두하면서 단 한 번도 약속에 늦는 일이 없었다. 스스로를 엄격한 틀에 맞춰 관리했다. 반면 지금은 기다란 타원형 시계를 착용하는데, 신기하게도 어쩐지 마음이 조금 유연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일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하고,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도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시계가 더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처럼 시계 형태가 주는 시각적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언젠가 반클리프 아펠의 참 워치도 구매하고 싶다. 특유의 서정적이고 우아한 디자인처럼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정재옥, 제인마치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동생 정재인과 함께 웨딩 컨설팅을 하는 제인마치, 성수동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제인마치 메종을 운영 중이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롤렉스, 오메가, 에르메스, 구찌 등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중 롤렉스와 에르메스 시계를 자주 착용하는데, 롤렉스는 실버 오이스터 스틸 소재라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 주로 찾는다. 에르메스 시계는 블랙 가죽 스트랩을 매치해 캐주얼한 옷차림에 잘 어울린다.
당신을 닮은 시계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트렌디한 디자인보다는 편하고 클래식한 이미지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스스로 캐주얼한 분위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제품만 꼽으라면 셔츠나 데님 룩에 쉽게 매치할 수 있는 모던한 디자인의 에르메스 블랙 스트랩 시계가 좋을 것 같다.
시계에서 케이스 형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착용하는 사람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 같다. 각 모양마다 다른 느낌을 전하는 것처럼 개개인의 성향을 드러내는 도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다소 무거운 사각 형태보다는 부드러운 라운드 형태를 선호한다. 화려한 장식의 베젤이나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시계보다는 중성적이거나 조금은 남성적인 디자인이 좋고, 실제로 소장 중인 대부분의 시계가 그런 디자인이다.

조유리, 피크닉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2018년 5월 오픈한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Piknic)을 운영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노모스 글라슈테의 탄젠트, 론진 마스터 컬렉션부터 스와치의 페이턴트 레더 워치, 러시아산 빈티지 시계, 하나의 시침만 지닌 슬로(Slow), 그리고 애플 워치(에르메스와 협업한 에디션)나 위딩스(Withings)의 스마트 워치 등.
가장 아끼는 시계 노모스 글라슈테의 탄젠트. 극도로 단순하고 모던해 평생 변심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 듯. 진정한 유니섹스 시계로 3년 전 독일 출장길에 남편에게 선물한 시계인데, 함께 사용한 기간이 길어지며 우리 두 사람의 연결 고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한편 24시간에 걸쳐 시침이 천천히 한 바퀴 돌도록 설계된 슬로는 ‘좀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차곤 한다.
당신을 닮은 시계 반대로 답해도 될까? 나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시계는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다. 나머지는 남자 시계 혹은 유니섹스 시계인데, 롤렉스만 여성용이다. 어릴 적부터 중성적 스타일에 끌렸고, 레이스 드레스와 하이힐보다는 블랙 팬츠와 스니커즈의 조합을 더 선호했는데, 그래서인지 시계도 남자 것을 좋아했다. 나의 인식 속 시계는 주얼리와 엄연히 다른 ‘기계’에 속하는 물건이었고, 그래서 남성적이거나 중성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유일한 여성용 시계인 데이트저스트가 가장 닮지 않은 시계인 듯하다.
위시 리스트에 있는 시계 언젠가 꼭 소유하고 싶은 시계가 있는데, 바로 까르띠에의 크래쉬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서처럼 비정형적으로 축 늘어진 독특한 모양이 매력적이다. 워낙 고가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한정 수량만 선보이니 그 어떤 모델이라도 소장 가치가 있겠지만 1978년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모델이 가장 탐난다.
그 시계를 선호하는 이유 평소 착용하는 시계와 전혀 결이 달라서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달까. 크래쉬는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까르띠에 베누아 워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망가진 시계에서 오히려 창조의 영감을 얻은 탄생 스토리 자체가 매우 예술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베누아와 크래쉬를 각각 소장해 두 시계의 관계성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만의 스토리를 더해가고 싶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이현상(ryan.lee@noblesse.com),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