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 on your wrist!
관리만 잘하면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하이엔드 시계라지만 안타깝게도 케이스에 연결하는 가죽 스트랩은 시간이 흐르면 닳아버리는 소모품이다. 그렇기에 시계 스트랩 교체는 시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행사이자 일종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재와 컬러의 스트랩을 선보이고 있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해 제작한 스트랩을 손목에 얹기는 쉽지 않은 일. 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커스텀 스트랩 제작 브랜드 세 곳을 소개한다. 이곳에선 자신이 원하는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한 땀 한 땀 공들여 완성하는 장인정신까지, 진짜 명품 스트랩의 조건을 경험할 수 있다.

커스텀 가죽 스트랩의 제작 공정은 브랜드마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세한 디테일은 제작자의 손맛과 능력에 좌우된다. 스트랩이 시계 케이스의 디자인과 스트랩을 연결하는 러그 폭과 형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실루엣보다는 선택한 컬러와 소재, 염색 기법, 박음질 등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얘기. 보통 패턴을 만든 후 재단, 부착, 스티칭(박음질), 에지코트 작업(가죽 모서리의 컬러 마감), 버클 연결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파티나(가죽의 그러데이션 효과)나 추가 마감 기법을 더하기도 한다. 결국 고객이 해야 할 일은 원하는 컬러(스티치 컬러까지 고를 수 있다)와 소재(소가죽과 앨리게이터 가죽이 대표적) 등을 정하고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뿐! 치수는 의뢰자가 미리 제작자에게 알려주거나 혹은 공방을 직접 방문해 측정하면 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문량에 따라 제작 기간이 달라질 수 있지만 주문 후 손에 넣기까지 보통 2~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제작자별 차이 있음).

1 새들 스티칭을 통해 견고하게 스트랩을 박음질하는 과정 2 자신이 원하는 스트랩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크레마레인의 웹사이트 3 파티나 기법으로 완성한 매력적인 컬러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크레마레인www.cremalane.com
좋은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시계 스트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시계 스트랩 제작에 뛰어들었다(각 시계 브랜드의 매장에 스트랩 재고가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한몫했다). 시계를 좋아하는 젊은 장인 여럿이 스트랩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공동 대표인 김민수는 크레마레인 이전부터 가죽 제품을 다룬 인물. 스와치부터 국내에서 보기 힘든 F.P. 주른(F.P. Journe)까지 다양한 시계의 스트랩을 제작해왔지만 롤렉스, 까르띠에,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를 들고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특히 파티나 기법으로 색을 낸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은 크레마레인의 자랑 중 하나로, 스케일(칸으로 나뉜 악어무늬를 뜻한다)마다 그러데이션을 살려주는 이 기법은 시계에 품격을 더하기에 제격이다. 이들은 외피뿐 아니라 내피에도 신경을 쓴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내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사람의 피부와 맞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는 시계 스트랩 내피 목적으로 개발한 가죽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가죽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생산한 것이다. 웹사이트뿐 아니라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며, 그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내 팝업 스토어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해온 것 또한 이들의 강점.

1 다양한 무늬와 스티칭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2 하이엔드 시계뿐 아니라 애플 워치로도 고급 스트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3 견고한 스티칭이 돋보이는 아틀리에 두 꾸르의 스트랩
아틀리에 두 꾸르www.ducuir.com
2003년에 설립, 국내 스트랩 제작 분야의 선구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랩 제작의 선두 국가인 일본과 프랑스의 장점을 추린 기술로 만드는 것이 아틀리에 두 꾸르 오중하 장인의 특징. 시계 관련 고서와 브랜드 홍보 북을 참고해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시계 스트랩을 직접 만든다는 개념 자체를 찾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고. 스트랩 교체 문화가 가장 발달한 브랜드 파네라이를 필두로 최근에는 애플 워치 스트랩과 대다수 시계에 착용 가능한 줄루 밴드를 제작하고 있다. “좋은 가죽은 표면의 촉감이 사람의 피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하죠.”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 부테로와 미국 호윈의 셸 코도반, 호주산 앨리게이터 가죽을 소재로 택했다. 특히 그는 날염(무늬를 내는 기법), 긁거나 눌러서 표면의 독특한 질감을 살리는 특별한 가죽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다. 손으로 만들었지만 손으로 만든 것 같지 않은,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마감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트랩을 손에 넣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1 원하는 가죽 소재와 컬러는 물론 스티치 컬러까지 고객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맞춤 제작 스트랩의 매력 2 빈티지 워치를 더욱 멋스럽게 만드는 노스타임의 핸드메이드 스트랩 3 타조의 특징적인 스킨을 고스란히 살린 컬러 스트랩
노스타임www.nostime.com
빈티지 롤렉스 시계 컬렉터로 유명한 심현엽 대표가 이끄는 스트랩 공방. 시계를 수집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시계 고유의 가치에 부응할 만한 스트랩을 찾지 못해 직접 스트랩 제작을 시작한 것이 브랜드의 발단이다. 빈티지 시계를 다루다 보니 롤렉스와 오메가, 파텍필립의 시계 스트랩을 의뢰하는 고객이 많지만 현재 나오는 시계 대부분의 스트랩을 제작한다. 여느 가죽 제품과 달리 손목에 채우는 가죽인 만큼 조금만 불편해도 고객이 금방 알아채는 동시에 고가의 시계를 든든히 붙잡아야 하는 스트랩의 특성상 미국에서 수입한 소가죽, 코도반 가죽과 남아프리카산 타조 가죽을 사용한다고. 맞춤 정장처럼 재단부터 마무리까지 그의 손으로 직접 작업하며 일주일 정도면 완성한 스트랩을 손목에 채울 수 있다. 고급스러운 광택과 빈티지한 감성의 가죽 스트랩을 찾는다면 노스타임의 스트랩이 제격! 특히 군용 제품으로 납품하던 시절의 스트랩을 복각하는 것 또한 그의 주특기 중 하나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