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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 2016-II

FASHION

지난 1월 18일부터 5일간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제26회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 그 현장을 취재해 하이엔드 매뉴팩처 시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새 작품과 박람회에 새로 참여한 신진 워치메이커가 내놓은 기발한 제품까지, 시계업계의 풍성한 한 해를 책임질 최신 경향을 담았다. 빼어난 시계 제작 기술과 섬세하고 매혹적인 장인의 손맛은 결코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PIAGET
늘 하이엔드 워치메이커와 주얼러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피아제는 올해도 그 2가지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시계로 부스를 채웠다. 우선 울트라 신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면모를 발휘한 알티플라노 38mm 900P의 하이 주얼리 버전을 출시했는데, 얇은 플레이트 위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장식하는, 기교에 가까운 젬스톤 세팅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브 피아제의 정신을 대변하는 피아제 로즈를 마케트리, 인그레이빙 등의 기법으로 다이얼 위에 수놓은 3개의 알티플라노 모델, 골드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라임라이트 갈라 역시 온전한 ‘피아제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시계. 그뿐 아니라 기존의 무브먼트와는 전혀 다른 발상의 칼리버 700P를 탑재한 엠퍼라도 쿠썽 XL 700P를 야심작으로 내놓으며 남성 고객을 유혹할 준비를 마쳤다.

Emperador Coussin XL 700P
1976년 선보인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쿼츠 울트라 신 무브먼트 7P의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메종은 기계식 무브먼트와 제너레이터를 조합한 칼리버 700P를 개발했다. 이는 밸런스 휠과 이스케이프먼트가 없는 대신 다이얼 9시 방향에 위치한 마이크로 로터가 초당 5.33회 회전하며 에너지를 축적하고, 1시 방향의 제너레이터가 시간당 3만2768회 진동하며 시계에 동력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 덕분에 중력과 자기장의 영향을 최소화해 더욱 정교하게 시간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쿠션형 케이스로 다이얼에서 무브먼트의 주요 구성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리버스(reverse) 구조가 대담한 미학을 자랑한다.

Altiplano Rose
피아제는 지난 5년간 알티플라노 38mm를 통해 예술성을 가미한 시계를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한 3개의 피아제 로즈 가든은 우드와 머더오브펄 마케트리, 골드 인그레이빙이라는 2가지 기법을 활용해 탐스러운 장미꽃 송이를 다이얼에 채운 모델. 연분홍색의 새눈무늬목 단풍나무, 옅은 붉은색을 띠는 시카모어, 화이트 머더오브펄 등의 재료를 섬세하게 가공해 꽃잎 한 장 한 장을 표현했고, 핑크 골드를 조각하고 꽃잎의 각도와 두께까지 고려하며 수놓은 덕분에 금방이라도 향기가 날 듯한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디자인이 완성됐다.

Altiplano 38mm 900D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하나로 통합해 두께가 3.65mm에 불과한 울트라 신 워치 알티플라노 38mm 900P. 올해는 이 시계의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케이스 모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하이 주얼리 버전을 출시했다. 총 5.77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만 4일. 작은 부피와 간결한 곡선을 유지하며 젬스톤을 세팅하는 작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요한다. 피아제가 보유한 여러 가지 장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마스터피스다.

Limelight Gala Milanese
2013년 첫선을 보인 라임라이트 갈라 워치를 새틴 스트랩이 아닌 밀라니즈 메시 스트랩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한다. 피아제의 골드 세공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시계는 화이트 골드 또는 핑크 골드 모델로 선보이는데, 우아한 곡선형 러그와 브레이슬릿의 조화가 멋스럽다.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 링크 분해 없이 간편하게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슬라이딩 클래스프는 주목할 만한 특징!

PANERAI
파네라이가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에 시계를 납품할 때부터 이들 시계의 디테일과 디자인은 명백한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특징은 현재의 파네라이 컬렉션을 이루는 중추 요소다. 언뜻 보면 거의 모든 시계가 비슷한 모습이지만 제각각 다른 특징을 부여한다는 이야기. 올해는 라디오미르 1940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940년대에 처음 선보인 디자인(튼튼한 러그, 크라운 가드 미적용)에 현대적 무브먼트가 조화를 이룬다. 함께 출시한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42mm 화이트 다이얼 버전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모델. 파네리스티(파네라이 애호가)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도 풍성한데, 1954년 이집트 해군을 위해 출시한 ‘이기지아노 피콜로’ 모델을 빼닮은 갈색 다이얼의 라디오미르 1940 & 루미노르 1950 3 데이즈 모델을 주목할 것!

Radiomir 1940 3 Days GMT Power Reserve Automatic
폴리싱 가공을 통해 광택이 흐르는 쿠션형 스틸 케이스 안에 작은 격자무늬(클로드 파리) 다이얼이 옹골차게 들어찼다. 4시 방향에는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알리는 인디케이터, 9시 방향에선 24시 표시와 스몰 세컨드 핸드가 축을 공유한다. 특히 제로 리셋이 가능해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시침만 움직일 수 있어 간단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영리한 데일리 워치의 탄생이다.

Radiomir 1940 3 Days Automatic 42mm
여타 파네라이 시계보다 작고 얇은(지름 42mm, 두께 10.93mm) 케이스 덕분에 더욱 뛰어난 착용감을 선사한다. 시계의 형태와 비율은 당연히 빈티지 파네라이의 전통을 따른다. 무엇보다 라디오미르 1940 컬렉션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화이트 다이얼이라 애호가는 물론 여심까지 자극한다.

Luminor 1950 3 Days Special Edition
파네라이에 발광 물질은 시계의 시인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물질 때문에 블랙 다이얼이 갈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 디테일에 착안해 완성한 시계가 사진 속 스페셜 에디션이다. 다이얼 컬러 외에도 핸드의 생김새, 케이스에 새긴 제품 번호 위치 등 역사적 모델을 빼닮았고, 플렉시글라스를 사용해 당시 유리의 볼록한 구조까지 재현했다. 동일한 사양에 크라운 가드가 없는 라디오미르도 함께 출시한다.

FOCUS 3 Realistic Moon
시계가 달을 품었다. 그것도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랑에 운트 죄네가 선보이는 그랑 랑에 1 문페이즈 ‘루멘’의 달은 형광 물질을 입어 밤에 더욱 환하게 빛난다. 달 주변에는 무려 1400여 개로 이루어진 별무리가 있어 작은 시계 속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 9월 처음 공개한 피아제의 라임라이트 스텔라는 문페이즈를 장착한 첫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이번엔 주얼러의 기지를 살려 달 주변을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채웠다. 달과 별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여성이 좋아하는 모티브 아닌가. 파르미지아니의 톤다 메트로폴리탄 셀레네도 처음 등장한 문페이즈. 브론즈 컬러 달이 구름 조각 뒤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이 몽환적인 데다 달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A.Lange & Sohne

Piaget

Parmigiani

PARMIGIANI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마스터 워치메이커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타고난 천재성과 꾸준한 노력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파르미지아니를 하이엔드 매뉴팩처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창립 20주년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들은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기념비적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는 통합 크로노그래프 톤다 크로노 아니베세, 여러 점의 유니크 피스로 선보이는 토릭 미니트리피터, 가장 얇은 ‘플라잉 투르비용’ 오토매틱 시계로 기록된 톤다 1950 투르비용,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머더오브펄 등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하이 주얼리 피스가 그 주인공. 오랜 역사가 하이엔드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르미지아니를 통해 알 수 있다.

Toric Kaleidoscope Prestige
해머가 공을 때려 미니트리피터를 작동하는 순간 청아한 소리와 함께 다이얼 중앙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겹쳐놓은 2개의 장미 모양 골드 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모습은 어린 시절 만화경을 보는 듯 신비하다. 파르미지아니가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말의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유니크 피스로 아트 피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Tonda Chronor Anniversaire
통합(일체형) 크로노그래프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양산된 무브먼트를 구입한다. 하지만 파르미지아니는 이를 완성했다. 그것도 더블 크로노그래프로 말이다. 이 시계는 시간당 3만6000번 고진동을 하는데, 진동수가 높을수록 크로노그래프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백케이스로는 연성이 커 다루기 어려운 금으로 만든 무브먼트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부분!

IWC
올해 IWC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파일럿 워치 컬렉션에 힘을 실었다. 오리지널리티에 입각한 빅 파일럿 헤리티지 워치는 지름 55mm, 48mm 2가지 모델로 선보이고, 파일럿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회전 베젤을 통해 타임 존을 변경할 수 있는 파일럿 워치 타임 존 크로노그래프, 애뉴얼 캘린더를 탑재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에디션 등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간결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마크 XVIII, 파일럿 워치 오토매틱 36 등은 기존보다 아담한 크기로 출시해 손목이 가는 남성은 물론 여심까지 공략할 계획.

Big Pilot’s Watch Annual Calendar Edition ‘Le Petit Prince’
파일럿 워치 최초의 애뉴얼 캘린더 모델. 2개의 배럴을 장착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52850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12시 방향에 위치한 3개의 창을 통해 달, 날짜, 요일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계가 특별한 것은 시인이자 작가, 파일럿이기도 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를 기념하는 모델이기 때문. 그의 유명 작품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해 백케이스의 로터 부분을 어린 왕자가 소행성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로터가 회전하는 모습이 소설 속 한 장면을 연상시켜 착용자에게 낭만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Big Pilot’s Heritage Watch
1940년대에 선보인 빅 파일럿 헤리티지 워치를 동일한 디자인, 사이즈의 티타늄 모델로 다시 부활시켰다. 항공시계인 만큼 케이스 지름 55mm, 48mm의 대형 사이즈를 자랑하는데 그 덕분에 한눈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가독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관측용 시계로서 뛰어난 정확성까지 갖췄다. 그럼에도 무게는 150g이 채 되지 않는다. 파일럿 워치의 전형적 특징인 블랙 다이얼과 프로펠러를 형상화한 베이지 컬러 핸드, 스티치가 돋보이는 레더 스트랩 등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 역시 멋스럽다.

JAEGER-LECOULTRE
새 기술력을 뽐내는 것 이상으로 아이코닉 모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완하는 일은 하이엔드 매뉴팩처 브랜드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의 대표 얼굴에 익숙할뿐더러 특별한 애정을 보인다(그리고 실제 판매로도 이어진다). 리베르소가 그러한 컬렉션이다. 회전하는 케이스가 특징인 리베르소는 1931년에 탄생한 이래 시계 애호가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으며 올해 런칭 8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했다. 많은 모델에 사용하기 편리한 새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이식했고, 사각 케이스의 단점을 보완해 손목에 부드럽게 감길 수 있도록 러그의 길이를 줄였다. 특히 클래식 컬렉션의 경우 사이즈를 3가지로 다양하게 구비했다(가장 케이스가 큰 기존의 그랑 리베르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런가 하면 ‘나만의’ 시계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새로 마련한 ‘아틀리에 리베르소’도 주목할 만하다. 시계 뒷면의 인그레이빙은 물론 주얼 세팅, 다이얼 컬러와 스트랩 종류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서비스다. 이와 함께 여성을 위한 리베르소 원 컬렉션은 보통의 리베르소보다 폭이 좁고 긴 시계로 여성들의 심미안을 충족한다. 남녀 모두를 만족시킬 리베르소 컬렉션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Reverso Tribute Gyrotourbillon
리베르소 자이로투르비용은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모은 ‘히브리스 메카니카’ 컬렉션 중 하나로 2008년 탄생했다. 그리고 지금 선보이는 또 하나의 자이로투르비용은 기존보다 폭과 두께를 30% 정도 축소하고 구 형태의 헤어스프링을 장착한 모델. 이미 보유한 기술력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크기를 줄였다는 건 그 안에 들어간 모든 요소가 더 작고 정교해졌다는 의미다. 이것이 실력이다. 어디 그뿐인가. 다이얼 뒷면,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인그레이빙하는 무브먼트 장식도 더욱 예리한 손맛이 필요하다.

Reverso One Duetto Moon
시간을 알리는 시곗바늘이 2개의 다이얼에 있지만 하나의 무브먼트로 구동한다. 그것으로 모자라 하나의 다이얼에는 머더오브펄을 사용한 서정적인 문페이즈까지 더했다. 데일리 워치는 물론 화려한 밤에 어울리는 칵테일 워치로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여성용 시계. 사진 속 스틸 버전 외에 핑크 골드 브레이슬릿 버전으로도 선보인다.

Reverso Tribute Calendar
‘트리뷰트’라 이름 붙인 리베르소는 시계 애호가를 위한 상위 컬렉션. 여기에 속한 모든 시계에는 케이스 회전 시 또 다른 다이얼이 드러나는 듀오 컨셉과 낮/밤 인디케이터를 적용했다. 사진 속 제품은 문페이즈와 함께 월, 일, 요일 기능을 탑재한 캘린더로 실용성은 물론 미적 감각까지 챙긴 올해의 얼굴이다. 모래를 흩뿌린 듯한 질감을 살린 그레인 다이얼, 해머링을 통해 표면을 살린 문페이즈의 달은 시계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 한편 케이스를 뒤집으면 등장하는 세컨드 타임 존은 전혀 다른 클루 드 파리 패턴의 블루 다이얼로 완성해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일석이조란 이런 것.

The Dream Factories
뛰어난 창의력과 정통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전승받아 펼치는 파인 워치메이킹의 세계. 원년 멤버인 그뢰벨 포시를 제외하고 MB&F, H.모저&시에.(H.Moser&Cie.), 우르베르크 등 총 9개의 브랜드가 ‘카레 데 오를로제’란 이름으로 SIHH에 합류했다. 아직 국내에 터를 잡지는 않았지만 하이엔드 시계 문화가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곧 만날 수 있길 바란다

GREUBEL FORSEY
Double Balancier a Differentiel Constant
제네바 그랑프리를 두 번이나 거머쥐며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현대적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는 그뢰벨 포시가 선보인 신작. 제품 이름에 직관적으로 언급했듯 이 시계는 무브먼트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2개의 밸런스 휠을 탑재했다. 사진과 같이 5시와 9시 방향에 기울기를 달리한 밸런스가 사이좋게 하나씩 놓여 있는데, 성능뿐 아니라 기계의 복잡함을 좋아하는 남성을 위한 요소로도 충분하다. 양쪽의 밸런스에 동력을 정확하게 배분하는 건 디퍼런셜 콘스탄트 메커니즘(차동장치의 일종)이 맡았다. 참고로 매뉴팩처의 창립자인 로베르 그뢰벨과 슈테판 포시는 브랜드를 만들기 전인 1999년부터 멀티플 레귤레이터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에 발을 들였고, 이후 2009년 2개의 밸런스를 포갠 더블 밸런시어 앵클리네(Incline´)를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여 주목받은 전례가 있다. 투르비용 없이 중력을 상쇄하려는 실험은 이곳저곳에서 계속된다.

HYT
H1 Iceberg 2
<노블레스>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HYT. 이들의 발상은 매우 기발하다. 성질과 색이 다른 두 액체를 유리관에 넣어 시간을 알리는 메커니즘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에서 착안해 완성했고, 발표 즉시 시계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액체는 6시 방향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한 쌍의 피스톤 덕분에 유동한다. 2016년 이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H1 아이스버그 2는 블루와 화이트의 조화가 청량감을 선사하는 시계로 2014년 런칭한 H1 아이스버그의 후속작. 비비드한 블루 컬러 액체가 시를 알리고, 12시 방향에서 같은 컬러의 서브 다이얼이 분을 알린다. 지름 50mm에 가까운 크기지만 티타늄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하고, 러버 스트랩을 장착해 결코 무겁지 않다.

H.MOSER & CIE.
Perpetual Calendar Heritage Limited Edition
1828년 창립했지만 1970년 쿼츠 파동으로 모습을 감춘 워치메이커 H.모저&시에. 하지만 2005년 빼어난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업계에 재등장했고, 인하우스 방식으로 한 해에 1200점 정도 소량생산하며 영광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중이다. ‘희귀함(very rare)’은 이들의 캐치프레이즈! 지금 소개하는 시계는 19세기 말 제작한 포켓 워치를 손목시계 형태로 복각한 모델로 스트랩을 채우기 위한 러그와 조금 더 커진 케이스 지름을 제외하곤 옛 모델과 같은 모습이다. 기요셰 패턴에 블루 에나멜링을 더한 뚜껑, 그랑푀 에나멜링을 적용한 순백의 다이얼까지 꼭 닮았다. 옛 모습 이상으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퍼페추얼 캘린더 고유의 복잡함이 다이얼에 드러나지 않는데, 월 표시를 시·분 핸드와 축을 공유하는 아주 짧은 바늘로 알린다(사진 속 시계의 날짜는 12월 12일). ‘퍼페추얼’인 만큼 2월의 마지막 날과 윤년에도 별도의 날짜 조정이 필요 없다. 언뜻 보면 스몰 세컨드만 장착한 심플한 시계 같아도 다이얼 너머에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응집했다는 얘기다.

HAUTLENCE
HL 2.6
뇌샤텔에 위치한 매뉴팩처 오틀랑스는 2004년 설립한 신진 워치메이커로 무브먼트의 독보적 구조와 디자인 덕에 시계 애호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매번 여러 개의 특허를 챙기는 무브먼트를 통해 이들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선보인 HL 2.6은 2011년 상용화에 성공한 HL 2.0의 베리에이션으로, 기존 작이 ‘완판된’ 덕에 새 레드 골드 케이스를 입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사각 형태의 체인이 회전하며 시간을 알리는 하프-트레일링(half-trailing) 점핑 아워. 12개의 숫자를 적은 체인이 매시 정각에 벨트 위를 3~4초간 이동하며 다음 ‘시’를 알린다. ‘분’은 케이스 가운데에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구동한다. 사진 속 시계는 8시 10분을 가리키며, 분을 알리는 삼각형 핸드가 레트로그레이드에 의해 60분까지 도달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 상단의 8이 적힌 체인이 옆으로 밀리고 9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사용자는 시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까지 워치메이커의 오랜 시간과 수고가 필요했다.

LAURENT FERRIER
Galet Traveller Globe Night Blue
파텍필립에서 30년 넘게 일한 제작자 로랑 페리에가 그의 아들 크리스티앙과 손잡고 2010년 시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로랑 페리에. ‘심플하고, 정확하고, 결점 없는’ 시계를 선사하려는 창업자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제작하는 시계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하며, 간간이 선보이는 아티스틱 피스조차 정갈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지금 소개하는 갈렛 트래블러 글로브 나이트 블루도 마찬가지다. GMT 기능을 탑재한 갈렛 트래블러(2013년 런칭)에 다이얼 아트를 구사한 이 시계는 우주에서 바라본 한밤 지구의 모습을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으로 다이얼에 구현했다. 대도시의 불빛을 일일이 표현해 아티스틱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별도의 GMT 핸드 없이 9시 방향의 숫자 창으로 알리며, 8시와 10시 방향에 자리한 푸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쉽게 시간을 바꿀 수 있다.

MB&F
Horlogical Machine No.6 SV
기존의 시계를 뒤엎는 구조와 디자인으로 시계 애호가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 MB&F의 오를로지컬 머신(HM) 컬렉션. 막시밀리안 뷔서(Maximilian Bu˙˙sser)와 친구들을 뜻하는 브랜드 이름처럼 창의력 넘치는 워치메이커들이 함께 제작한 HM은 벌써 여섯 번째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매번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HM No.6 SV(Sapphire Vision)는 지난해에 출시한 HM No.6의 속살을 훤히 드러낸 모델로 기계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케이스에는 총 5개의 볼록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덮여 있는데, 가운데는 플라잉 투르비용이 자리했고 하단의 왼쪽은 시간, 오른쪽은 분을 알린다. 그리고 나머지 상단의 2개는 로터가 동력을 축적하는 순간 비행기 엔진의 터빈처럼 회전한다. 백케이스 역시 같은 모습으로 속을 드러냈는데 475개의 부품이 케이스를 가득 채운 모습에 경탄을 금할 수 없을 듯.

CHRISTOPHE CLARET
Allegro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1989년 라쇼드퐁에 매뉴팩처를 설립한 이래 독창적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선보이며 컴플리케이션의 선두 자리를 꿰찼다. 올해는 잠시 쉬어가려는 듯 기존 모델의 베리에이션 모델에 집중하는 모습인데, 미니트리피터를 탑재한 알레그로도 그중 하나. 3시 방향의 낮/밤 인디케이터를 더한 GMT와 9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가 다이얼과 조화를 이루고, 12시 방향엔 날짜 창이 자리했다. 그리고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해 복잡한 무브먼트를 드러냈다. 케이스와 러그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세팅해 미니트리피터에 어울리는 화려함을 부가한다. 하지만 이 시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백케이스에서 도드라지는데, 리피터 작동 시 해머가 공을 치는 모습은 물론 크리스토프 클라레 고유의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무브먼트 구조를 과감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VOUTILAINEN
GMT-6
창업자 카리 보틸라이넨(Kari Voutilainen)은 지난 30년간 피니싱에 몰두한 장인이다. 그의 목표는 그간 선조들이 완성한 아티스틱 피스의 명맥을 잇는 것. 보틸라이넨이 창조한 결과물을 보면 그의 목표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다. 올해는 이들이 선보인 기존의 GMT-6를 토대로 다이얼 아트를 구사한 유니크 피스를 소개했다. 먼저 다이얼에 엔진 터닝 기계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새긴 여러 모양의 기요셰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위를 덮은 투명한 그랑푀 에나멜링은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다. 6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와 함께 낮/밤 인디케이터를 더한 GMT 서브 다이얼이 자리했다. 백케이스에서도 화려함은 이어진다. 하프헌터 방식으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위에 뚜껑이 하나 더 달려 있는데, 그것마저 청량한 블루 컬러 에나멜로 덮은 것. 시계의 앞과 뒤를 통해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계다. 그렇다고 다이얼과 케이스를 장식하는 데만 혼을 쏟은 건 아니다. 2개의 이스케이프먼트가 시계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며 보통의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다.

URWERK
UR-105 T-Rex
“우리의 목표는 기존 컴플리케이션의 다른 버전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우르베르크의 공동 창립자인 천재 워치메이커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의 의지대로 이들은 연간 150개의 소량생산을 목표로 기존에 없던 혁신적이고 다양한 얼굴의 시계를 창조한다. 내년에 브랜드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며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 전초전으로 올해 선보인 UR-105 티렉스는 제품 이름처럼 공룡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모델로 파충류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 역할을 하는 부분은 청동이며 브러싱 처리해 빛바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우르베르크 특유의 시간 표기 방식인 ‘아워 새틀라이트 인디케이션’은 여전하다. 12까지 숫자를 새긴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분 트랙 위를 지나가며 시간을 알리는 방식으로 사진 속 시계는 현재 8시 18분이며, 8을 새긴 디스크가 60분에 다다르는 사이 9시를 알리는 숫자 디스크가 창의 왼쪽 부분에서 등장한다. DE BETHUNE
DB25 World Traveller
2002년 마스터 워치메이커 데니스 플라지올렛(Denis Flageollet)과 큐레이터 출신인 데이비드 자네트(David Zanett)가 설립한 드 베튠은 인하우스 매뉴팩처링으로 제품을 한정 수량 제작하는, 파인 워치메이킹의 미래를 책임질 브랜드 중 하나다. 10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이들은 총 25개의 칼리버를 발표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중. 이들이 올해 선보이는 작품은 새 칼리버를 탑재한 DB25 월드 트래블러. 이 시계는 기존의 여타 시계와는 차별화한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압도한다. 중앙에 시·분을 알리는 블루 핸드를 놓았고, 가장자리에선 포인터가 하루에 한 번 점핑하며 날짜를 알린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시계와 다를 바 없다. 다이얼에 원형 홈을 파고 들어앉은 볼 형태의 포인터가 재미있는데, 이것이 GMT 핸드 역할을 하며 낮에는 골드 컬러로, 밤에는 블루 컬러로 시간을 알리는 것. 24개 표준 시간대 도시 중 몇몇을 다이얼에 새겨 월드 타임의 역할도 거뜬히 해낸다. 이를 위해 드 베튠은 수동 방식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DB2547을 개발했다.

FOCUS 4 Special Moments
SIHH 기간 중 마주한 아주 특별한 순간. 그 주인공은 까르띠에와 바쉐론 콘스탄틴이다.

<바우어와 까르띠에 컬렉션에 담긴 꿈꾸는 아시아>전

잠자리 클립 브로치
​(Nick Welsh, Cartier Collection ⓒCartier)

살구꽃 무늬로 장식한 그릇
​(Marian Gerard ⓒ Baur Foundation, Geneve)

까르띠에가 1925년 생산한 브레이슬릿
(Marian Gerard, Cartier Collection ⓒ Cartier)

Asia Imagined in the Baur & Cartier
SIHH 2016이 개막한 1월 중순, 제네바에 위치한 바우어 재단 극동 미술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바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개최한 <바우어와 까르띠에 컬렉션에 담긴 꿈꾸는 아시아>전. 바우어 재단이 보유한 100점 이상의 아시아 지역 예술품과 까르띠에 컬렉션이 소장한 약 160점의 히스토리컬 피스를 함께 선보여 이 작품들에 나타난 예술 사조와 그 둘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다. 19~20세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만든 공예품과 예술품은 서구 사회에 호기심과 환상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서 영감을 얻은 다채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당대 최고의 주얼러인 까르띠에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왕족과 상류사회를 위한 동양적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주얼리는 물론 탁상시계, 책상용 액세서리, 배니티 케이스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18세기 중국 청 왕조의 살구꽃 무늬 장식 그릇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살구꽃 모티브의 브레이슬릿(1925년), 일본에서 19세기에 만든 세라믹 케이스의 잠자리 그림과 유사한 형태의 잠자리 클립 브로치(1953년) 등이 대표적인 예. 이번 전시를 통해 유럽에서 아시아 예술이 전파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흐름을 함께한 메종 까르띠에의 유서 깊은 역사와 열정적인 주얼리 & 워치메이킹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스티브 매커리

A Peak Encounter
1월 17일, SIHH 개막 첫날, 다큐멘터리 포토 저널리스트 스티브 매커리(Steve McCurry)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부스를 방문했다. 잘 알려졌듯 그는 ‘샤르밧 굴라, 아프간 소녀’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거장으로 국내에서도 사진전을 개최했다. 매커리는 메종의 새 오버시즈 컬렉션 런칭 기념으로 개최할 전시 계획을 밝히기 위해 제네바를 찾았고, <노블레스>가 한국 대표로 유일하게 그 자리에 함께했다. 그와 바쉐론 콘스탄틴이 벌일 아주 특별한 전시의 내용은 이렇다. 메종은 다이얼 위 숫자에 맞춰 특별한 장소 12곳을 선정했고, 그곳을 찾은 매커리는 그 귀중한 순간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했다. 그 결과물은 당연히 아름다운 사진. 매커리가 포착한 12곳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2월 제네바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그런데 스티브 매커리가 바쉐론 콘스탄틴과 손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260년이라는 긴 세월 전 세계를 돌며 전파한 메종과 기계식 시계의 가치, 그리고 ‘여행의 정신’을 담은 새 오버시즈 컬렉션이 그의 시선, 철학과 닮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그의 독특한 시선을 담은 전시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이혜미 (hmlee@noblesse.com)
디자인 마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