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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 2017] New Dimension

FASHION

SIHH의 기념비적 행보와 함께 최상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시계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새 작품들의 경향을 간추렸다.

9개의 독립 시계 브랜드가 박람회에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16년의 SIHH. 그런데 그 기록은 올해 쉽사리 깨져버렸다. 지난 몇 년간 바젤월드에서 활약한 지라드 페리고가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고,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율리스 나르당이 처음 SIHH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 ‘메종’이라 불리는 대규모 매뉴팩처 브랜드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낸 건 SIHH측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참여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면 한 해의 트렌드(노하우, 기술력, 철학 등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데다 보다 많은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높은 매출로 이어지는 열쇠가 되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해에 9개의 독립 시계 공방과 제작자가 참여해 열띤 경연을 벌인 카레 데 오를로제(Carre des Horlogers)에는 천재 워치메이커를 앞세운 로맹 제롬(Romain Jerome), 레상스(Ressence), 스피크 마린(Speake-Marin) 등 5개의 브랜드가 추가로 참여, 결론적으로 총 30개의 워치메이커가 경합을 벌였다. 1991년 5개 브랜드로 시작한 첫 박람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 박람회 자체의 규모 외에도 또 하나 변화의 흐름이 눈에 띈다. 지난 26년간 폐쇄적으로 운영한 박람회장을 단 하루지만 대중에게 공개한 것. 이는 시계업계의 큰 흐름에 편승한 결과다. 지금이야 플래그십 스토어, 백화점 내 단독 부티크에 자신의 로고를 당당하게 내건 매장이 많지만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딜러가 운영하는 매장, 즉 한 공간에 여러 브랜드를 진열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이제 매뉴팩처 브랜드는 생산자이자 판매자다. 브랜드 자체가 최종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가 된 것. 그런 만큼 박람회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자사의 철학과 기술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 “5일에 걸친 대장정의 마지막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브랜드가 보유한 오랜 전통과 노하우, 장인정신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계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대중의 폭이 더욱 넓어진 것이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에요.”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FHH)의 의장 파비엔 뤼포의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27회 SIHH는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수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해 대비 10% 증가한 1만 6000명의 관람객이 행사가 열린 제네바 팔렉스포를 찾았다(1200명의 기자단과 2500명의 일반 관람객 포함).

1 랑데부의 재정비를 통해 예거 르쿨트르는 여성 워치 분야의 아성을 공고히 한다.   2 맥라렌과의 협업을 기념하기 위해 리차드 밀은 실제 레이싱 카를 천장에 매달았다.   3 셀레스티얼 워치로 하이엔드 매뉴팩처의 존재감을 알린 바쉐론 콘스탄틴

2017년 SIHH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
본격적인 신제품 소개에 앞서 SIHH에 참가한 시계 브랜드의 새 시계 경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보다 흥미로운 시계들이 박람회를 수놓았다는 사실! 참가한 브랜드, 제품의 가짓수가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종전에 볼 수 없던 다채로운 컴플리케이션,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사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선보인 엔트리 모델, 전통을 이어가거나 혹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아트 피스 등 제품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근본적 이유다(이것이 박람회에 우리가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고!). 지난해에 고급 시계 시장의 성장 곡선이 완만해진 탓에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시계를 대거 선보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잠시 주춤 하던 하이 컴플리케이션 분야의 선전이 놀라운데, 우주의 신비를 담은 셀레스티얼 워치(바쉐론 콘스탄틴),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차임 워치(까르띠에, 그뢰벨 포시), 복잡한 기능을 담고도 경량화에 성공한 시계(리차드 밀, 로저드 뷔), 독자적 방식을 적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랑에 운트 죄네, 몽블랑) 등이 대표 얼굴. 금속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매뉴팩처의 모습 또한 이채로운데 파네라이와 리차드 밀, 까르띠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성 시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다. 예거 르쿨트르는 랑데부 컬렉션의 재정비를 통해 베스트 셀러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모습이고, 반클리프 아펠은 서사를 담은 컴플리케이션과 원석의 경이로운 빛을 품은 하이 주얼리 워치를 선보였다.

4,5 피아제 부스를 찾은 홍보대사 라이언 레이널즈와 런칭 40주년을 맞아 선보인 알피플라노 투르비용 하이 주얼리   6 오토마톤 제작 방식의 거대 오브제를 선보인 반클리프 아펠

특히 반클리프 아펠이 유니크 피스로 제작한 대담한 크기의 탁상시계, 오토메이트 페 옹딘 엑스트 라오디네리 오브제는 올해 선보인 걸작 중 하나. 전설적 컬렉션의 귀환도 주목하자. 까르띠에는 브랜드의 DNA를 명확히 드러낸 팬더 드 까르띠에를, 지라드 페리고는 1970년대에 등장한 스포츠 워치 컬렉션 로레토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그 여세를 몰아 스포츠 워치는 율리스 나르당, 몽블랑, 파네라이, 보메 메르시에를 통해 더욱 매끈해졌고 과감해졌다. 한편, 울트라 신의 대명사 피아제의 알티플라노가 런칭 60주년을 맞았고, 오데마 피게의 레이디 로열 오크는 여성들의 손목에서 40년째 독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이들의 기념 모델을 놓치지 말 것!). 장황한 서론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새 시계를 집중 탐구할 시간이 왔다. 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수백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신비하고 황홀한 메커니즘의 매력에 빠져버릴거라고 확신한다.

1년에 한 차례 함께 모이는 30개 브랜드의 수장들과 고급시계재단 임원진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SIHH  디자인 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