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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Media Speed Up

LIFESTYLE

전 세계 와인을 쉽게, 흥미롭게, 무엇보다 ‘빠르게’ 만날 수 있는 방법. SNS로 소통하는 시대의 와인 즐기기.

20세기 중반에 생산해 오래 숙성된 캘리포니아와 호주산 와인을 음미하면 할수록 슬며시 치켜드는 의문점 하나. 전 세계 와인 애호가가 유럽이 고급 와인 시장 독점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그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2015년 3월 와인 마스터 마이클 힐 스미스가 호주 애들레이드힐스에서 개최한 만찬에서 아낌없이 따라주던 모리스 오시어의 1942년산 마운트 플레즌트 ‘T Y 에르미타주’. 20세기 중반 호주의 주요 와인 시음회를 주최한 렌 에번스가 그의 생전에 내가 호주를 방문할 때마다 꼭 맛보게 해주던 와인을 비롯해 그가 영국 시장에서 호주 와인이 빛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견한 1990년대 런던 언론인 시음회에서 맛본 호주 와인만 보더라도 그 점은 너무도 명백했다.
호주 와인과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와인 역시 이미 반세기 전부터 훌륭한 가능성을 입증해왔다. 잉글눅 1964, 볼리외의 조르주 드 라투르 프라이빗 리저브 1960, 찰스 크룩 1965는 마침 필자가 가장 최근에 시음한 대표 와인일 뿐이다. 잰시스로빈슨닷컴 데이터베이스의 시음 평가에서 18점 이상을 받은 또 다른 17종의 1970년대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와인 또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하다.
수년 전 케이프타운을 대표하는 테스트키친 레스토랑 오찬에서 남아프리카 와인 사업가 롤런드 핀스가 소개한 GS 카베르네 1966의 시음 경험도 엄청난 축복이었다. 샤토 마고 1966과 견줄 만한 그 놀라운 와인을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처음 포도나무를 심은 지 300년이 넘었으나 채 알려지지 않은 케이프타운 와이너리의 숨겨진 잠재력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2016년)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성에 전환점이 된, ‘파리의 심판’으로 알려진 시음회가 열린 지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1976년 스티븐 스퍼리어는 캘리포니아와 프랑스의 최상급 와인을 골라 프랑스의 최고 전문가에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의뢰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확실한 승리였지만 그 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까지 여러 달이 걸렸고, 캘리포니아 와인이 정말로 고급 와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넓게 인정받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여러 차례의 재경선도 필요했다). 그나마 그 결과가 알려진 것은 스퍼리어와 주최 측에서 마지막 순간 와인을 사랑하는 언론인을 초청했기 때문이다(조지 M. 테이버는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멋진 책을 집필했다).
그날의 파리 시음회가 요즘 열렸다면 어떠했을지 상상해보라. 아마 시음회가 끝나기도 전에 인스타그램과 와인 검색 앱인 비비노에 당장 우승한 와인의 사진이 올라왔을 것이다. #파리의심판이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에 도배되고, 시음 결과가 즉각 전 세계 와인 애호가에게 퍼졌을 것이 뻔하다.


LVMH가 중국의 윈난성에서 생산하는 강렬한 레드 와인 아오윈. 아오윈은 올 하반기 한국에서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의 와인은 SNS로 소통한다. 와인 애호가 한 사람이 비교적 생소한 지역에서 난 좋은 와인을 자신의 SNS에 소개하면 그의 팔로워가 즉시 그 와인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 디지털 통신망을 타고 와인 정보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내가 양질의 와인을 발견한 가장 뜻밖의 지역은 티베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남부 윈난 성이다.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도 LVMH사는 이 산악 지역에서 생산한 강렬한 맛의 아오윈 카베르네 와인을 아직 공식적으로 런칭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식 런칭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경험하고도 쉬 믿기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 만난 이 경이로운 와인에 대해 나와 다른 방문객이 올린 다양한 사진과 시음 후기 덕분에 이미 전 세계가 그 와인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메리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진 가운데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아오윈의 포도밭이 자리한다.


1 카자흐스탄 아르바 포도원의 와인. 한랭한 기후에서도 샤르도네, 리슬링, 피노 누아, 사페라비 등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
2 잰시스 로빈슨이 차세대 와인 생산지로 주목한 멕시코 북서부 바하캘리포니아. 지역 입구에 심은 오래된 포도나무에 포도 재배지임을 알리는 사인이 걸려 있다.
3 카자흐스탄의 남동부 알마티 지역 카라케메르 마을에 위치한 아르바 포도원의 포도밭 전경.

카자흐스탄이 흥미로운 와인 생산지가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994년에 <옥스퍼드 와인 안내서> 초판을 편집할 때만 해도, 중앙아시아 여러 공화국의 포도 재배 현황과 와인 산업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 다양한 카자흐스탄 와인이 영국 시장에 선보였으며, 잰시스로빈슨닷컴 데이터베이스에는 아르바 포도원에서 생산한 6종의 와인에 대한 시음 평가서가 당당히 올라와 있다. 한때 버마로 불린 미얀마의 경우도, 현지 와인을 맛본 초창기 여행자 친구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소식을 전해왔는지 모른다. 과연 이제 와인 세계에 비밀이 있을까?


잰시스 로빈슨에게 예기치 않은 감동을 선사한 와인. 독일 스티글러 와이너리의 슈낭 블랑 베렌아우슬레제(왼쪽)와 이탈리아 산 베르나차(오른쪽). 국내에서는 Nara Cellar에서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의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를 수입, 판매한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있다면 예전보다 손쉽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발견한 모든 사실을 서로 소통하고 알리는 데 있다. 핵심은 우리의 열린 사고다. 와인 세계에서 신성시되는 존재는 없으며 와인 세계가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우리는 훨씬 다양한 범위의 고급 와인을 머리로든, 입으로든 선뜻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우연히 예기치 않은 훌륭한 와인을 맞닥뜨리면 필자 역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 예를 들어 독일 바덴 지역의 스티글러 가족이 생산한 슈낭 블랑 베렌아우슬레제라든지, 올로로소(스페인산 디저트용 셰리 와인)에 비견되는 그윽한 견과류 향을 풍기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서부 지역의 베르나차 와인이 그 주인공이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다음 대세가 될 새로운 와인 생산지는 어디인가요?”다. 요즘 와인 소비자는 새롭고 독특한 와인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독 특이한 와인을 칭하는 ‘유니콘 와인’에 대한 다양한 소믈리에의 보고서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범주가 기존 와인 재배지에 국한되어 선정되는 와인이 드문 실정이다. 필자가 아직 가보지 못한 와인 지역도 있지만(물론 매우 한정적이다) 그간 글로 읽고 시음해본 경험을 토대로 하면 그들도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수많은 외곽 지역은 다른 이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으므로 내가 아직 가보지 못했더라도 예외로 하겠다). 멕시코 북서부 바하캘리포니아 역시 기대되는 지역으로, 조만간 칠레 남단의 새로운 와인 지역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방문할 계획이다. 볼리비아와 페루도 지역 선정만 잘한다면 어떤 와인을 선보이게 될지 퍽 관심이 간다. 남아프리카 곳곳에도 최근 포도나무를 식재해 고독한 선구자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으며, 때가 되면 흥미진진한 와인 지역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세기에 이미 당당히 잠재력을 드러낸 크림 반도 지역은 또 어떤가. 그러나 푸틴과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을 맺지 않는 한 직접 가보고 싶진 않다.
약속하겠다. 머나먼 오지에 개발한 와이너리에 가게 되는 날이 언제든 일단 내가 가기만 한다면 그곳에서 접한 와인에 대한 짜릿한 후기를 공개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잰시스 로빈슨
영국 출신의 세계적 와인평론가이자 의 편집자. 휴 존슨과 함께 을 집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에 매주 와인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TV 출연과 강연, 시음 행사 등 와인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펼친다. <노블레스>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박원태  스타일링 김희진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