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Awakening
매년 봄이면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야심작을 출시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JAGUAR XF
2세대 XF는 7년 만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 중형 세단 시장이기에 재규어도 고민이 많았을 거다. 이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지간한 상품성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재규어는 정공법을 택했다. 성능이나 만듦새에서 경쟁자들에게 꿀릴 게 없다고 판단했고, 실제 결과물도 그렇다. 인제니움 엔진과 알루미늄 차체의 적극적 사용으로 감량한 무게는 190kg. 가벼운 차체 덕분에 그만큼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전 모델에 기본 장착한 토크 벡터링과 인티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안락함을 더한다. 전작의 약점이던 뒷좌석 공간마저 크게 넓어져 약점을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신형 XF는 여전히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다. 우아한 존재감이야말로 XF의 가장 큰 무기다. 6380만 원부터.

VOLVO XC90
볼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볼보는 좋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였지만, 세련된 차를 만드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신형 XC90은 누가 봐도 멋있는 차다. 볼보의 디자인 DNA는 그대로 품고 있지만 외관과 내관 모두 ‘볼보 맞나?’ 싶을 정도로 기품이 넘쳐흐른다. 특히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기능을 눈여겨봐야겠다. 시속 130km 이하에서는 차가 자동으로 운전대를 조작해 차선을 유지해주는 반(半)자율 주행 기술이다. 볼보의 자랑인 안락한 시트는 1열부터 3열까지 시트 높이가 달라 최적의 시야를 자랑한다. 이쯤 되면 XC90이 목표로 상정한 라이벌은 독일 3사가 아니라 레인지로버가 아닐까 싶다. 8030만 원부터.

PEUGEOT 308GT
푸조와 폭스바겐은 늘 비슷한 전장에서 맞붙는다. 대결에는 한 치 양보가 없다. 폭스바겐이 그런 것처럼 푸조도 늘 가격 대비 성능 최고의 차를 내놓는다. 푸조 308은 골프에 견줘도 전혀 부족할 게 없는 모델이었다. 지금 막 내놓은 고성능 모델 308GT 역시 골프 GTD와 경쟁한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308 기본 모델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을 갖췄다. 에어로 파츠와 GT 엠블럼, 17인치 전용 알로이 휠 등이다. 180마력에 최대토크는 40.8kg·m. 골프 GTD와 제원상 비교 시 출력은 다소 뒤지고, 토크는 앞선다. 실제로 저속 구간에서는 GTD보다 좀 더 경쾌한 모습을 보인다. 라이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소비자에게도, 브랜드에도. 4145만 원부터.

AUDI A4
많은 이들이 기다린 A4의 신형 모델이 드디어 등장한다. 8년 만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외관은 확실히 다부지게 변했다. 예전의 A4가 여성적인 느낌이었다면, 신형은 남성적이다. 직선의 견고함 위에 더한 건 공간의 편의다. 너비와 길이, 높이 모두에서 조금씩 더 여유를 줬기에 뒷좌석에서 체감하는 공간감은 훨씬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건 ‘혁신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이다. 얼마 전 출시한 아우디 TT와 Q7에도 탑재한 이 기술은 차량의 여러 정보를 12인치 LCD 계기반에 띄워준다. 내비게이션이 계기반에 나타난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독일 3사 중 가장 트렌드에 충실한 아우디다운 발상이다. A4와 Q7까지 발매한 아우디의 봄은 꽤 길 것 같다. 가격 미정.

AUDI Q7
무려 10년 만에 풀 체인지한 이 대형 SUV는 근래 아우디에서 발매한 차 중 가장 멋진 디자인을 뽐낸다. 직선을 강조하는 아우디의 최근 디자인 경향이 이 차에 어울린다는 뜻이다. 세단 뺨치는 안락한 주행 성능이나 버추얼 콕핏도 좋지만 가장 놀라운 건 ‘트래픽 잼 어시스트(Traffic Jam Assist)’라 이름 붙인 반자율 주행 기능이다. 도심의 혼잡 구간 주행 시 차가 알아서 가속과 제동은 물론 차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운전대 조작까지 한다. 이 거대한 차가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디 하나 꼬투리 잡을 만한 곳이 없다. 10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8580만 원부터.

NISSAN ALTIMA
알티마를 직접 타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정말 좋은 차’라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가격 대비 성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이 알티마다. 다만 다소 예전 것처럼 느껴지는 디자인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는데 마침 알티마가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발매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풀 체인지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헤드램프를 비롯해 범퍼와 펜더 디자인 등이 모두 변했고, 서스펜션 세팅도 바꿔 더 신나는 주행감을 즐길 수 있다. IIHS에서 최고 안전 등급까지 받았으니 사실상 무결점 차라 해도 무방하다. 가격 미정.

MINI CONVERTIBLE
요즘 주위의 중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나도 오픈카 한 대 가지고 싶다”는 얘기. 평생을 일터에서 고개 숙이고 일하다 이제야 하늘을 가끔 바라보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컨버터블은 가격이 꽤 비싸다. 하지만 미니 컨버터블은 얘기가 좀 다르다. 4190만 원에서 시작하는 이 차는 가장 적절한 가격의 컨버터블이다. 3세대 미니를 기반으로 제작해 공간도 상당히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도 전 모델 대비 26% 증가해 최대 215리터의 짐을 탑재할 수 있다. 예쁘고, 하늘을 볼 수 있고, 미니 특유의 주행감과 적당한 가격까지. 최고의 세컨드 카가 나타났다.

BMW X1
BMW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은 재작년에 발매한 액티브 투어러다. 변절이니 뭐니 말도 많았지만 비난은 금세 사라졌다. 전륜이건 후륜이건 BMW의 주행 감각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풀 체인지한 X1은 액티브 투어러의 성공을 이어받는 전륜구동 기반의 두 번째 모델이다. 그 덕분에 뒷좌석 공간을 크게 넓힐 수 있었고, 그건 곧 구매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반적 주행감은 액티브 투어러와 큰 차이가 없다. 칭찬하고 싶은 건 디자인이다. 근래 발매한 BMW의 모든 모델 중 외관이 가장 매력적이다. 다만 510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 프로모션을 감안해도 말이다.

FIAT 500X
피아트는 소형차 500의 SUV 버전 500X를 선보였다. 피아트 500은 아이코닉한 차였지만 실용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성인 4명이 타는 건 사실상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500X는 실용성을 더한 차다. 4인 탑승에 무리가 없고, 옵션 좋아하는 한국인을 위해 DMB와 TPEG를 지원하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고급형에는 8개의 스피커를 단 사운드 시스템도 적용했다. 500 라인업 최초로 사륜구동(AWD) 시스템도 장착했는데, 겨울이 긴 한국에서 꽤나 유용할 것 같다. 2990만 원부터.

TOYOTA PRIUS
한국 발매 직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미 현대차가 ‘아이오닉’으로 선수를 쳤고, 거기에 더해 신형 프리우스의 디자인에 대한 혹평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승해보니 얘기가 좀 달랐다. 우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예쁘다고 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주행 감각이 확실히 뛰어나다. 승차감이나 실내 감성에서는 아이오닉보다 확실히 앞선다. 게다가 HUD 등 다양한 옵션도 챙겨 ‘수입차’로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물론 아이오닉보다 1000만 원을 더 들여 이 차를 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여진다. 다만 프리우스는 숙련된 기능공이고, 아이오닉은 이제 막 현장에 뛰어든 젊은 기능공이다. 안정감은 확실히 프리우스다. 3260만 원부터.

LEXUS RX
RX는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소화해내는 모델이다. RX는 운전자들의 충성도도 높고, 그만큼 상품성을 인정받는다. 풀 체인지한 신형 RX는 최근 렉서스 디자인의 정점을 찍는다. 적어도 전체적 외관의 진보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렬하고, 다소 어색하던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도 꽤 어울린다. 차체도 커졌고, 가죽과 나무를 아낌없이 사용한 렉서스 특유의 인테리어도 고급차의 느낌을 확실히 전해준다. 비단길을 달리는 것 같은 주행감도 여전하다. 부드럽고 안락한 대형 SUV를 원한다면 여전히 RX가 정답이다. 7610만 원부터.

MERCEDES-BENZ C200 COUPE
C200 쿠페는 분명 가장 매력적인 C 클래스일 것이다. 2도어의 미끈함에 더해 외관과 내관 모두 AMG 디자인 패키지를 따라 상당히 매력적인 모델이 됐다. 벤츠는 ‘매혹’이라는 단어로 이 차를 설명하는데 그 쓰임이 허망하지 않다. 그만큼 최근 벤츠의 디자인은 보편적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겉은 AMG를 따르지만, 속은 일반 C 클래스와 거의 같다.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5670만 원 부터.

VOLKSWAGEN PASSAT
폭스바겐이 7세대 파사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내놨다. 사실 이 차 출시에는 의아한 부분이 많다. 이미 8세대 파사트가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와중에 굳이 7세대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8세대 파사트는 외관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모델이라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다. 물론 7세대 파사트도 충분히 좋은 차고,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 보인다. 3650만 원부터.
에디터 이기원 (lkw@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