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Art + Fine Dining
무채색 콘크리트 벽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그라피티로 서브컬처를 덧입힌 레스토랑이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더 런던 폴리스의 벽화를 볼 수 있는 더바여스의 라운지.
스트리트 아트의 성지, 더바여스(De Baje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램브란트 광장에 최근 오픈한 더바여스. 바와 레스토랑을 겸하며 목요일과 금요일엔 새벽 3시까지 클럽으로 변신, DJ의 음악에 맞춰 스트리트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이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슬픈 표정의 여성 벽화는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팝아트를 재치 있게 해석한 영국 출신 아티스트 디페이스(D*Face)의 작품이다. 바로 옆에선 벤 아인(Ben Eine)이 그린 컬러풀한 레터링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암스테르담 커낼 하우스의 벽과 거리를 흑백 캐릭터 그라피티로 물들인 더 런던 폴리스(The London Police), 스케이트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 영국 출신의 파나카판(Fanakapan), 독일 스텐실 아티스트 후고 카크만(Hugo Kaagman), 영화와 만화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 루이스 히지(Luiz Risi)의 작품 세계 역시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아티스트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현대 도시 미술 전문 갤러리 프롬 앤 파로시오(Vroom & Varossieau). 참고로 더바여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ADD Utrechtsestraat 11, 1017 CH Amsterdam, Netherlands

허시와 셰퍼드 페어리가 완성한 반달의 다이닝 홀.
길거리 음식과 미술의 만남, 반달(Vandal)
미국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보어리 지역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반달은 전 세계의 흥미로운 길거리 음식과 미술의 만남을 테마로 한다. 건물 입구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3.5m 높이의 토끼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 뉴욕은 1960년대부터 그라피티가 태동한 도시이니만큼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벽화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화려한 컬러와 대담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곳의 벽화는 영국 출신의 유명 거리 미술가 허시(Hush)가 기획했다.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그라피티를 있는 그대로 느끼려면 실내에서도 야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커다란 나무 문이나 벽돌로 만든 아치 구조 등 거리의 벽을 실내로 옮겨왔죠.” 그는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에이펙서(Apexer), 트리스탄 이턴(Tristan Eaton) 등 개성 넘치는 거리 미술가 6인과 함께 약 2000㎡의 공간을 스트리트 아트로 채웠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가죽 소파와 은은한 조명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반달리즘’을 극대화한다. 길거리 음식과 미술을 접시에 녹여내기 위해 셰프 크리스 산토스(Chris Santos)는 무려 14개국을 여행, 각 나라의 길거리 음식을 직접 맛보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하며 영감을 받았다. 랍스터와 고구마를 잘게 다져 넣은 덤플링 수프, 남미의 인기 옥수수빵인 아레파에 신선한 새우를 얹은 새우 아레파, 홍콩 스타일의 고소한 달걀 와플과 치킨 커틀릿, 매콤한 돼지고기와 푸아그라를 넣은 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 등이 인기 메뉴. 마치 세계 여행을 떠난 듯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킨다.
ADD 199 Bowery, New York, NY 10002, USA

1 테이블 위까지 캔버스로 활용한 창의적 감성의 레스토랑 잇. 2 비보의 벽 한편에 팝아트적 작품 세계를 펼친 미스터 브레인워시.
슈퍼히어로의 초대, 잇(e.a.t.)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배트맨 등의 히어로를 비롯해 베토벤, 모차르트, 제임스 딘과 오드리 헵번의 컬러풀한 초상화가 맞이하는 이곳. 캐나다 W 몬트리올 호텔 1층, 오토(Otto) 레스토랑 자리에 들어선 잇(e.a.t, etre avec toi)이다. 설계를 담당한 시드 리(Sid Lee) 건축 사무소는 11년 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온 오토 레스토랑의 오랜 역사를 새롭게 덮어씌우기 위해 가장 젊은 감각으로 이곳을 채우기로 했다. 화이트 벽과 콘크리트 바닥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가능성의 캔버스를 만든 것이 그 시작. 이곳을 채우는 것은 예술가와 뮤지션의 몫. 팝아트의 영향을 받은 작품 세계를 펼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스티키 피치스(Stikki Peaches)와 WIA(What is Adam)를 중심으로 회화 작가 케빈 레도(Kevin Ledo),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이는 장 라부르데트(Jean Labourdette) 등이 참여했다. 그들은 벽뿐 아니라 테이블까지 캔버스로 활용해 레스토랑 전체를 그라피티로 뒤덮었다.
그 덕분에 음식을 맛보는 동안에도 내내 시선은 예술과 맞닿는다. 모든 작품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혼란스럽지 않은 것은 어두운 원목과 정갈한 금속, 돌 소재 등이 각각의 개성을 조화롭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 음악과 패션은 또 다른 방법으로 공간을 완성한다. 매달 다른 DJ를 초청해 아침, 브런치, 런치, 디너 각각 다른 무드의 음악을 재생한다. 몬트리올 출신 패션 디자이너 트래비스 타데오(Travis Taddeo)가 디자인한 유니폼 역시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그라피티는 물론 설치미술, 조각, 음악과 패션까지 다양한 아티스트의 창의적 감성이 한데 어우러진 레스토랑 잇은 몬트리올 예술의 현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D 901 Rue du Square-Victoria, Montreal, QC H2Z 1R1, Canada
홍콩의 미식과 예술, 비보(Bibo)
‘홍콩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할리우드 로드에 위치한 비보. 영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와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팝아트의 실존이라 불리는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의 스트리트 아트는 물론 현대미술가 대니얼 아샴(Daniel Arsham),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와 제프 쿤스(Jeff Koons)까지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현대미술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 녹아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다양한 예술가가 직접 인테리어에 참여한 덕분에 오픈하기 전부터 비보가 갤러리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기도 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황동 파이프와 베르사유 스타일로 시공한 프렌치 오크목 바닥, 페르시안 블루 컬러의 벽과 타일이 시간을 거슬러 아르데코 스타일이 유행한 1930년대 파리로 안내한다.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취향의 1930년대 파리라면 서로 다른 성격의 예술 작품이 잘 융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인테리어를 담당한 디자인 회사 섭스텐스(Substance)의 수석 디자이너 막심 도트르메(Maxime Dautresme)의 말이다. 다이닝 홀과 바 외에 편안한 암체어가 놓인 라이브러리를 마련해 마음껏 작품을 감상하며 쉴 수 있다. 파리 플라자 아테네의 알랭 뒤카스와 런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 출신의 무타로 발데(Mutaro Balde) 셰프가 총괄하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ADD G/F, 163 Hollywood Road, Sheung Wan, Hong Kong, China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