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Man, Stronger Woman
만난 지 3시간 만에 프러포즈를 받고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린 강주은. 15년이 지나 서로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됐고, 결혼 25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천 번을 죽어야 그런 순간이 와요.”

토론토에서 나고 자란 강주은은 1993년 미스코리아 캐나다 진으로 선발돼 한국을 찾았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배우 최민수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만난 지 3시간 만에 프러포즈를 한 것! “그동안 제 마음을 흔들어놓은 남자는 한 명도 없었는데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 너무도 신기했어요. 만나자마자 식구 같은 느낌이 들었죠. 너무도 독특한 성격에 바위 같은 원칙이 있더라고요. 유리같이 맑고 착한 구석도 있고요.”
남편의 기세에 눌린 조신한 아내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를 통해 오히려 정반대라는 걸 보여줬다. ‘깡주은’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리빙 프로그램 <강주은의 굿라이프>를 선보였고, 소통법을 담은 책 <내가 말해줄게요>를 출간하기도 했다. “예쁜 주부 뒤에는 ‘독한 년’의 모습도 있어요. ‘깡주은’이라는 별명이 저한테 힘을 주죠. 영어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모든 강한 남자 뒤에는 그보다 강한 여자가 존재한다(Behind every strong man, there is a stronger woman).” 책을 통해 밝힌 그녀의 말이다.
인스타그램(@junekang70)을 보니 두 분이 다정하게 찍은 셀카가 참 많더라고요. 지금도 연인같이 달달해 보여요. 결혼하면 공주가 될 줄 알았는데 삼청교육대에 들어간 줄 알았어요!(웃음) 이루고 싶은 꿈, 친구들을 모두 캐나다에 두고 한국에 오니 갑자기 ‘내’가 없어져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들었죠. 사는 나라까지 바뀌었으니까요. ‘남들에게도 어려움이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고비를 넘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그동안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나’를 내려놓고 함께 가는 인생을 만들어가겠다는 ‘자세’죠.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 한국 문화가 낯선 탓에 결혼 생활이 배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처음 맞닥뜨린 어려움은 뭔가요?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라고 배워왔는데 남편이 이야기할 기회를 안 줬어요. 부부 사이에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남편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문화 차이가 클 뿐 아니라 한국어도 서툴러 우리가 겪은 일들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만화를 통해 제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어요.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고 서로 양보하면서 부부만의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몇 년쯤 지나니까 소통이 잘되던가요?15년쯤 되니까 가장 친한 친구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서로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 있었죠.

<엄마가 뭐길래>에서 보여준 가족의 모습도 화제가 됐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어야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할 수 있어요. 대본 없이 마이크를 달고 8시간 동안 찍기 때문에 평소 모습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남편 이미지 때문에 제가 눌려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엄마가 뭐길래> 이후 사실 그 반대라는 걸 알게 됐대요. 우리 가족의 행복,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생겨 무척 감사했죠.
결혼한 후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다면요? 결혼을 안 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지고 가야 할 짐이 있는데 제 경우는 남편이 연예인이라 살면서 겪는 일들까지 모두 공개된다는 점을 이겨내야 했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제 안에 숨어 있는 용기나 힘, 도전정신이 자꾸 발달되더라고요. 매우 독특하고 특이한 남편의 인생 덕분에 저도 철이 많이 들었어요.(웃음)
CJ오쇼핑에서 <강주은의 굿라이프>를 진행하고 있어요. 베이킹도 즐기고 인테리어 감각도 남달라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사 스튜어트는 저에게 아이콘 같은 대상이에요. 자라면서 TV를 통해 요리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겨 보기도 했고요. 집을 꾸미는 센스가 있는 부모님의 영향도 받았을 거예요. 돈으로 꾸민 것 같은 집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온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원해요.
특별한 날은 어떻게 기념하나요? 둘 다 잘 까먹어서 따로 챙기지는 않아요. 특정한 날에 의미를 두고 그날을 기다리는 대신 언제든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 여기죠.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결혼을 하면 확실히 자신도 모르던 부분이 성장해요. 새로운 내가 탄생하는 거죠. 사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아이까지 낳는 건 삶에 어려움을 추가하는 거지만 그 과정을 경험해봐야 맺을 수 있는 열매가 있어요. ‘이렇게 좋구나’, ‘잘 버텨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여기까지 왔다’는 순간이 확실히 올 거예요.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사진 맹민화 헤어 주은주(포레스타 청담 본점) 메이크업 고유리(포레스타 청담 본점) 장소 협조 트루핏앤힐 청담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