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attractive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기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마크 제이콥스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닮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브랜드의 새로운 가을·겨울 컬렉션을 홍콩에서 만났다.
지난 봄 뉴욕에서 열린 마크 제이콥스의 2015년 F/W 컬렉션 쇼
Marc Jacobs From Diana Vreeland
새로운 계절을 위한 옷이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2015년 F/W 컬렉션 중 하나는 지난봄 뉴욕에서 진행한 마크 제이콥스다. 단단한 울에 섬세한 브로케이드 장식을 더하거나, 가죽과 퍼 같은 이질적 소재를 한데 묶는 특유의 명민함을 발휘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역시 마크 제이콥스!’라는 감탄사를 자아냈으니까. 눈이 부실 정도로 매혹적인 이번 시즌 의상은 전설적 패션 전문가 다이애나 브릴랜드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녀 특유의 고상하고 우아한 태도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구조적 실루엣과 진중한 색채를 컬렉션 전반에 내세웠다. 마치 애매모호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주관이 뚜렷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성격을 대변이라도 하듯! 특히 그녀가 평소 자신의 방을 무시무시한 빨간색으로 가득 채우고 ‘지옥의 정원’으로 불러달라 한 것에서 착안, 세트 디자이너 스테판 벡맨(Stefan Beckman)의 손길을 거쳐 완성한 화려한 무대는 컬렉션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여기에 영화 <레퀴엠>의 고혹적인 음악을 고명처럼 더해 옷에 더욱 깊이 매료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크 제이콥스의 옷을 만날 수 있는 추운 계절이 오길 학수고대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홍콩에서 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기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마크 제이콥스의 이번 시즌 컬렉션 피스를 눈앞에서 만나니, 직접 현장에 있는 듯 그 당시의 전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레오퍼드 프린트나 독특한 방식으로 픽셀화한 디지털 프린트 자수는 관능적 그로테스크함을 선사했고, 밍크·가죽·울 등의 묵직한 소재에 쇠고리·스터드·스팽글 등의 키치한 장식을 더해 귀족적 우아함을 표현했다. 섬세함과 노련함이 엿보이는 옷의 세부 장식을 통해 마크 제이콥스가 얼마나 명민한 디자이너인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패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천재이자 패션 그 자체다”라고 말한 마크 제이콥스. 그가 그녀에게 바치는 신성한 경의가 최고급 소재와 완벽한 실루엣, 섬세한 세부 장식을 통해 드러나며 또 하나의 완벽한 컬렉션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Marc Jacobs


이번 시즌 처음 선보이는 미스치프 백

홍콩에서 열린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프레젠테이션 현장

Marc by Marc Jacobs From Women Revolutionaries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이번 컬렉션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케이티 힐리어와 루엘라 바틀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진행한 세 번째 컬렉션이자, 그들의 마지막 컬렉션이기 때문이다(마크 제이콥스는 세컨드 라인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 라인으로 흡수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특유의 분방한 사고방식을 재치 있게 풀어내며 수많은 젊은이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기에 끝을 마주하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활기차고 경쾌한 옷들이 런웨이를 마지막까지 가득 채웠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듯 자유롭고 활기찬 타탄체크와 다양한 그래픽 패턴, 형형색색의 유쾌한 문자 프린트가 컬렉션 전반을 수놓았고, 여러 겹으로 레이어링한 롱스커트와 포플린 셔츠 등 호탕한 아이템들이 만연했다. 여기에 스터드가 박힌 베레모나 사이하이 부츠 등을 더해 젊고 에너지 넘치며 ‘쿨’한 에티튜드를 지닌 동시대 소녀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런 재미난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시대를 뛰어넘는 여성 혁명가들에게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이라니, 그야말로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독특한 베레모와 티셔츠를 입고 뉴욕의 지하철을 순찰하는 것으로 유명한 단체 ‘가디언 에인절스’가 바로 2015년 F/W 컬렉션을 위해 케이티 힐리어와 루엘라 바틀리가 영감을 받은 시발점. 다소 반사회적이고 거친 여성 혁명가들의 반항적인 모습을 한층 부드럽고 포근한 면모로 재해석해 망막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사랑스러운 룩을 완성했다. 또한 디자이너 듀오는 사회운동가이자 화가인 윌리엄 모리스의 갤러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당시 사용한 친근한 프린트를 카고 스커트나 날렵한 팬츠, 데님 등 다채로운 아이템에 녹여냈으며, 지난 2014년 F/W 시즌에 등장한 슬로건 그래픽을 새롭게 활용했다. 모리스의 아플리케 배너와 광부들의 파업 구호인 ‘연대! 연합! 우리의 미래! 우리의 선택!(Solidarity! Unite! Our Future! Our Choice!)’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를 드레스와 단출한 재킷 등에 사용했는데, 이는 강렬한 신념과 확고한 자아를 지닌 동시대 젊은이의 모습을 더욱 완벽하게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세부 장식과 다채로운 프린트, 강렬한 문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번 컬렉션 피스를 직접 눈앞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며 디자이너 듀오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함께 이를 옷으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걸치고 싶을 만큼 멋스럽고 탐나는 이들의 옷, 그저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짧지만 굵게, 많은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디자이너 듀오. 그들이 만들어낸 이번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은 가히 최고라 할 정도로 기막힌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Marc by Marc Jacobs


퀼팅 처리한 백팩
에디터 김지수 (kjs@noblesse.com)
사진 제공 마크 제이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