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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ddaeus Ropac, 타데우스 로팍

ARTNOW

현재 파리 미술계를 이끄는 갤러리스트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타데우스 로팍을 들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 젊은 갤러리스트는 열정과 패기만으로 파리 미술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요제프 보이스와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등의 작가를 세계 무대에 알리며 세계적 갤러리스트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파리 진출 30주년을 맞은 타데우스 로팍 대표가 그간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성공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오스트리아 출신 갤러리스트 타데우스 로팍 / Photo Peter Rigaud & Shotview Photographers Management

지난 FIAC 아트 페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오스트리아 출신 갤러리스트 타데우스 로팍이 파리 북쪽 외곽 팡탱(Pantin)에 대규모 공간을 오픈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의 오프닝을 장식한 작가가 독일을 대표하는 거장 안젤름 키퍼라는 사실에 파리 미술계는 다시 한 번 주목했다. 전 세계 미술계의 VIP를 초청한 오프닝 디너에는 게오르크 바젤리츠, 앤서니 곰리, 길버트 & 조지 같은 세계 정상급 작가 40명을 비롯해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과 경제부 장관 엘리자베트 기구 등의 정치인과 30명의 미술관 디렉터가 참석해 미술계 안팎에 큰 이슈를 낳았다. 전 세계 VIP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로팍의 막강한 영향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 답은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소속 작가 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오브제 작가 요제프 보이스를 시작으로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등이 로팍의 손을 잡았고 현재 안젤름 키퍼, 앨릭스 카츠, 토니 크래그, 로런스 와이너 등 현대미술사에 길이 남을 세계적 작가들이 로팍과 함께하고 있다. 언젠가 로팍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흔히들 갤러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컬렉터라고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와의 관계다. 갤러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작가들이다.” 스물세 살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자그마한 갤러리를 연 타데우스 로팍은 이후 1993년 파리 마레 지구로 자리를 옮겨 파리 미술계를 리드하는 주요 갤러리스트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우뚝 섰다.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전시 오픈을 이틀 앞둔 날, 로팍 대표를 마레 갤러리에서 만났다.

1 독일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인 게오르크 바젤리츠와 함께 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 / Photo by Philippe Bonan
2 파리 북쪽 외곽 팡탱(Pantin)에 자리한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팡탱 지점의 외관

1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마레 지점에서 열린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낫 비탈(Not Vital)의 개인전 전경 / Photo by Philippe Servent
2 미국의 유명 회화 작가 앨릭스 카츠 (Alex Katz)의 개인전이 2009년 마레 지점에서 열렸다.

1 2011년 마레 지점에서 열린 영국의 조각가 앤서니 곰리(Antony Gormley)의 개인전. 인간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세상과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 Photo by Philippe Servent
2 팡탱 지점에서 11월 3일까지 열리는 독일 신표현주의 회화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 개인전 전경 /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3 팡탱 지점에서 개최된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전. 보이스가 남긴 스케치, 사진, 조각, 오브제, 기록들을 모아서 선보인 전시였다. / Photo by Charles Duprat

몇 년 전 독일의 한 잡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갤러리스트로 뽑혔습니다. 본인의 어떤 점이 그런 명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갤러리의 성공은 작가와의 신뢰 관계가 기반이 됩니다. 갤러리는 작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월이 흘러 신뢰 관계가 굳건해지면 갤러리는 작가가 최상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갤러리도 함께 발전합니다. 이런 제 가치관이 인정받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작은 갤러리로 시작했는데, 당시에 어떤 야망을 품었는지 궁금합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갤러리스트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성공을 상상하거나 계획하진 않아요. 단지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수년이 걸렸죠. 로팍 갤러리의 역사는 30년이 훌쩍 넘습니다. 갤러리 초창기에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시작했어요.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저처럼 스물한 살에 무명이었죠. 그 후 서서히 유명해졌고 파리 미술계는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 잘츠부르크의 작은 갤러리, 로팍을 기억해줬어요. 그렇다고 신진 작가들하고만 일한 것은 아닙니다. 유명 작가들과도 함께했죠. 요제프 보이스를 비롯해 1981년 만난 앤디 워홀도 저에겐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당시 유명 갤러리스트도 아닌 저를 전적으로 신뢰했고 흔쾌히 전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사실 오래전부터 오스트리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할 야심을 품고 있었죠. 갤러리가 꾸준히 성장하고, 서른이 되던 해에 드디어 파리에 지점을 열면서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작가들과 함께 갤러리가 성장할 수 있었죠. 돌이켜보면 먼 미래를 한순간에 계획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 단계보다 나은 다음 단계를 계획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봅니다.
갤러리 운영 초기에 바스키아에게 받은 30점의 드로잉을 한 점도 못 팔고 다시 돌려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당시 바스키아뿐 아니라 요제프 보이스나 앤디 워홀의 드로잉 역시 한 점도 팔지 못했어요. 1980년대 초 잘츠부르크에서 젊은 갤러리스트가 작품을 팔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죠. 근근이 운영해 갤러리 세를 내긴 했지만 늘 빚을 져야 했어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였죠. 하지만 당시 경제적 성공이 제 목표는 아니었어요. 그저 미술계에 계속 남아 있기만 바랐죠.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적 성공도 따라왔지만요.
미술계에서 일하려면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미술사에 대한 교육 없이 갤러리를 차리는 이들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아닙니다. 저 역시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으니까요. 미술의 역사를 안다면 미술계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뜻이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 현재의 관점과 더불어 과거의 배경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갤러리스트들은 오로지 현재 시점으로만 현대미술을 이해하려고 하죠. 하지만 현대미술은 과거에 이뤄진 창작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미술사를 이해하면 현대미술과 과거의 관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갤러리는 작품 판매만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닙니다. 예술가와 관람객, 평론가, 큐레이터, 미술관 그리고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좋은 갤러리라면 관람객에게 이런 연관성을 잘 설명해주고 교육해야 합니다.

1 2013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팡탱 지점에서 열린 전.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 얀 페이밍 등 로팍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 Photo by Philippe Servent
2 타데우스 로팍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여성 작가 실비 플러리(Sylvie Fleury)의 개인전. 플러리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관한 이슈를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표현했다.
3 타데우스 로팍 잘츠부르크 갤러리에서 열린 이란 출신 작가인 파하드 모시리(Farhad Moshiri) 개인전 전경
4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의 전시 가 지난 6월 팡탱 지점에서 열렸다. 단순하지만 기하학적 형태의 마탈리표 가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 Photo by Philippe Servent

앞서 작가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하셨는데,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고충도 많을 것 같아요. 가령 오랫동안 함께해온 작가가 더 유명하거나 힘 있는 갤러리로 옮겨가고 싶어 할 때도 있지 않나요?
아직까지 운 좋게도 작가들이 저를 떠나고 싶어 한 적은 없습니다.(웃음) 오히려 반대의 경우는 많았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갤러리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작가와 많은 것을 함께 쌓아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떠나버린다면 많이 허탈하겠죠.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것도 미술계의 한 동향이고, 변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커갈수록 그들의 야심도 커지게 마련이니까요. 갤러리가 최선을 다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작가는 떠나게 되죠. 그래서 갤러리는 ‘최고(excellence)’가 돼야 합니다. 우선 작가에게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로팍에는 6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 많은 수가 작가에 대한 리서치나 자료 수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시장 뒤에선 무수한 일이 일어나고 있죠. 60여 명의 힘으로 한 명의 작가가 탄생하는 것처럼요.
그러면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요? 원하는 작가가 다른 갤러리 소속인데 로팍 갤러리로 영입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전시뿐 아니라 도록 제작도 맡고 있는 로팍은 그간 훌륭한 결과물을 선보이며 작가들에게 신뢰를 얻었습니다. 컬렉터나 미술관에서 도록에 실린 작품을 보고 실제로 구입하기도 하죠. 작가들은 그런 점을 높이 사 로팍을 선택하곤 합니다.
젊은 작가를 영입할 경우에는 어떤가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로팍의 작가는 3세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젊은 작가, 중견 작가, 그리고 영국의 듀오 아티스트 길버트 & 조지 같은 세계 정상급 작가들이죠. 그들 중 젊은 작가는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들이 전 세계 톱이 될 때까지 평생을 함께하고 지원할 각오로 임하니까요. 그래서 1년에 한 명의 젊은 작가만 영입합니다. 그 대신 그들은 로팍의 크리에이티브팀이 주목할 만큼 깜짝 놀랄 만한 재능을 보여줘야 합니다. 선정 과정도 꽤 까다로워요.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확신이 생기면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죠. 그리고 작가가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세웁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타고난 ‘천재성’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작품이 팔릴 만한지 아닌지에 대한 고려도 하나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판매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시작입니다. 우리가 그걸 먼저 고민했다면 코리 아크앤젤 같은 작가와는 절대 같이 일할 수 없었을 거예요. 대부분 팔기 어려운 작품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제대로 된 갤러리스트라면 절대 판매를 먼저 고려해선 안 됩니다. 저는 늘 ‘판매가 불가능한 작품은 없다’고 말해왔어요. 팡탱 지점을 오픈한 후 대규모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저걸 누가 사느냐’는 거였어요. 하지만 모든 전시가 모험이고, 갤러리는 좋은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이를 무릅써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팔기 어려운 작품’도 순탄하게 팔려나가죠.

1 (왼쪽부터)피카소의 딸 마야 피카소, 타데우스 로팍 대표, 영국의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2 영국의 2인조 작가 그룹 길버트 & 조지와 함께 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

원래 난방장치를 만들던 공장이 있던 자리에 팡탱 지점을 오픈한 걸로 압니다. 마레 갤러리를 설계한 부타초니 & 아소시에(Buttazzoni & Associes)가 이번에도 건축을 맡았는데, 지붕을 12m까지 높여 채광에 신경 쓴 부분이 돋보입니다. 팡탱 지점을 오픈한 후 얻은 효과라면?
팡탱 지점을 여는 건 매우 힘들고 도전적인 일이었어요. 5000㎡의 거대한 면적에 전시장, 서점, 카페 등 8개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엄청난 규모에 압도되기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얼마 전 카페도 만들고 서점도 열었어요. 사람들이 주말에 와서 전시를 보고 편하게 점심을 먹거나 도록이나 잡지를 살 수 있는 공간을 꿈꿨죠. 오픈 후 반응은 물론 기대 이상입니다. 개관전인 안젤름 키퍼 전시에만 4000명이 넘게 다녀갔으니까요. 요제프 보이스의 전시 역시 9000명이 발걸음을 했죠. 바젤리츠 전시도 기대가 큽니다.
작가들은 팡탱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렇게 거대한 공간을 채울 작품을 요청하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너무 도전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모든 갤러리나 작가가 그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죠. 어제 한 작가와 저녁을 먹었는데, 그가 그러더군요. 마레에서는 완벽한 전시를 꾸릴 자신이 있지만 팡탱은 자신에게 너무 거대한 공간이라고. 물론 그런 견해를 존중하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지역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도 팡탱 지역에 문화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실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요. 팡탱 현대무용 인스티튜트도 근처에 있고, 잘 몰랐는데 많은 작가의 스튜디오가 인접해 있더군요. 갤러리를 오픈한 후 그 지역이 보헤미안적이면서 예술적인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 지역의 문화적 확장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팡탱에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오픈하던 날 전 세계에서 많은 작가와 컬렉터, 디렉터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어요. 사실 로팍의 영향력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이번 토요일에 오픈하는 게오르크 바젤리츠 전시도 이미 많은 게스트가 참가를 확정해왔죠.
팡탱에서 안젤름 키퍼 전시가 열릴 때 가고시안도 르부르제 공항 옆에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키퍼 전시를 선보였는데요, 가고시안처럼 강력한 파워를 지닌 갤러리와 경쟁하는 것이 로팍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나요?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어요. 모두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우릴 지켜봤죠. 결과는 윈윈! 특히 그런 경쟁으로 가장 혜택을 받는 곳은 파리였어요. 그 덕에 전 세계의 눈이 파리 미술계에 쏠렸으니까요. 작가도 결과에 만족했고, 관람객 입장에서도 키퍼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였죠. 당시 로팍의 전시 공간이 훌륭했고, 전시도 좋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경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글로벌 파워를 내세우는 갤러리의 경쟁 속에서 회의를 느끼고 20년 넘게 운영해온 갤러리를 닫아버린 제롬 드 누아르몽 같은 갤러리스트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롬 드 누아르몽 같은 경우 갤러리의 지점 확대와 몸집 불리기에 심한 압력을 느꼈습니다. 현재 미술계는 대형 갤러리와 소규모 갤러리가 공존하는 양상을 띠고 있죠. 유감스럽게도 중간급 갤러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좋은 작가들을 곁에 두고, 정상급 갤러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빡빡한 세제 때문에 파리 미술계도 많이 경직됐다고 느끼세요?
연관이 없을 순 없죠. 그나마 파리는 국제적 도시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 등지의 컬렉터가 많이 모여듭니다. 그래서 프랑스 컬렉터에게만 의존하진 않죠.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들어선 이래 프랑스 부자들이 벨기에로 많이 떠나긴 했지만 파리는 여전히 파리입니다.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다니엘 템플롱처럼 벨기에로 확장하는 갤러리도 하나 둘 생겨나는데요?
다니엘 템플롱의 경우 프랑스 미술 시장을 주요 무대로 하는 갤러리였기에 프랑스 컬렉터를 따라 벨기에로 이주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프랑스 미술 시장에 크게 의존적이지 않아요. 저희 고객은 국적이 매우 다양합니다.
대형 갤러리가 지점을 내는 것이 추세입니다. 가고시안은 말할 것도 없고, 화이트 큐브가 홍콩과 상파울루에 지점을 연 데 이어 에마뉘엘 페로탱도 뉴욕 지점을 곧 오픈합니다. 로팍도 확장 계획이 있나요?
아직 공개하지 않았는데, 조만간 새로운 확장 계획을 밝힐 예정입니다. 거의 확정됐지만 아직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아서 지금 공개하긴 조금 이른 감이 있군요.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유럽 밖으로 나간다는 겁니다.
3년째 홍콩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페어에 참가해왔는데,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피드백은 어떤가요?
첫해에는 아시아 컬렉터들이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었고, 두 번째 해에는 여러모로 시장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현지 컬렉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죠. 그리고 세 번째 해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어요. 작품 판매도 매우 순조로웠죠.
대부분 아시아 컬렉터였나요?
중국 본토의 컬렉터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완 그리고 홍콩 순이었습니다.
그들이 관심을 보인 작가는요?
로팍을 대표하는 작가인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 토니 크래그, 길버트 & 조지, 앤서니 곰리, 로버트 롱고 등이에요.
9월 마레에서 이불 작가의 전시가 열렸는데, 이불 작가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이어왔나요?
15년 전,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됐죠. 그때 이불 작가의 스튜디오에 가서 작가를 만나고 작품도 봤습니다. 그 후 3년에 한 번씩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이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유럽에 알렸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나가는 그녀를 보며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특히 많은 신작을 선보인 이번 이불의 개인전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큼 멋진 전시였어요.
이불과 같은 시기에 전시하는 바젤리츠 작가와도 인연이 깊죠?
내년이면 바젤리츠와 함께 일한 지 30년이 됩니다. 1984년 그의 첫 개인전이 로팍에서 열렸는데, 브론즈로 만든 대형 조각을 처음 선보여 주목받았죠. 이번에도 당시처럼 대형 브론즈 작품을 선보입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으로 한국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얼마 후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분점이 오픈합니다. 한국에서 또 한 번 전시를 열 계획이 있나요?
2007년 전시는 100% 로팍의 기획으로 열렸습니다. 그 후 한국에 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가까운 미래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바젤리츠 전시가 열릴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에디터 심민아
최선희(아트 컨설턴트) 사진 제공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