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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Upcycling

FASHION

에르메스의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남겨진 소재를 창의적인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는 아주 특별한 워크숍 쁘띠 아쉬(Petit h). <노블레스>는 오는 11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열릴 쁘띠 아쉬 전시에 앞서 가문의 6대손이자 이 특별한 공방의 아티스틱 디렉터 파스칼 뮈사르(Pascale Mussard)를 파리의 에르메스 세브르(Sévres) 부티크에서 독점으로 만났다.

쁘띠 아쉬 공방의 아티스틱 디렉터 파스칼 뮈사르.

파스칼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읽은 글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에르메스의 아틀리에에서 그녀가 가장 자주 한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2010년에 쁘띠 아쉬 공방이 탄생하기 한참 전부터 아틀리에 바닥에 무심코 떨어진 작은 가죽 조각이라도 보면 “이걸 왜 버려요?”라고 끊임없이 질문했다는 그녀. 이 질문을 파스칼은 입버릇처럼 일상 속에서 달고 살았던 모양이다. ‘고상함’이라는 표현이 단번에 떠오르는 외모와 따스한 눈빛이 매력적인 그녀는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수병 3개와 먹다 남은 브리오슈 봉지를 담은 큼지막한 플라스틱 쇼핑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건축가,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이거요? 미팅 내내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임이 끝나자 남은 생수와 빵을 아무도 안 가져가더라고요. 저라도 챙기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 같아 들고 왔어요.(웃음)”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가 완성한 쁘띠 아쉬 한국 전시 이미지 컷.

어린 시절부터 해변가에서 마주친 동글동글한 조약돌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왔을 만큼 무언가를 모으는 걸 즐기는 그녀. 1978년 에르메스의 아트 디렉팅 파트에 합류한 이후 파스칼 뮈사르는 메종의 아틀리에에서 폐기되는 소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간직한, 예술품 같은 에르메스의 오브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가죽과 실크 등 완벽한 품질의 소재가 필수인 터라 버려지는 것이 많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메종의 제품으로 제작하기엔 작은 결함이 있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좋은 품질의 자재가 많았다는 사실. 남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던 그 작은 조각과 소품을 하나하나 모은 그녀는 2000년대 말, 점점 방대해진 자신의 컬렉션에 단순한 ‘수집’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버리는 대신 모아두는 걸 좋아한 성격 때문에 제가 모은 것만으로 방대한 빈티지 숍을 오픈해도 될 정도였어요.(웃음) 혹시 그거 아세요? 옛날에는 ‘폐기물’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 말이에요. 부정적 의미가 담긴 이 단어 대신 ‘잠든 소재’라는 예쁜 표현도 있어요.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오브제는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믿습니다. 쁘띠 아쉬 공방은 에르메스의 아틀리에에서 나오는 이러한 ‘잠든 소재’가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담은 작은 오브제로 새로 태어나는 실험실 같은 곳이에요. 일반 제품의 제작 프로세스는 디자인을 먼저 결정한 후 적합한 소재와 테크닉을 더하는 방식이지만 쁘띠아쉬의 오브제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죠. 디자이너가 공방을 찾아와 먼저 소재를 고르고, 그에 맞춰 디자인과 테크닉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서 제작한 낙타 인형은 주름이 잡혀 있어 판매 제품의 소재로 부적합한 가죽을 사용했고, 일정하지 않은 결 때문에 버려진 악어가죽은 그 패턴을 강조해 커팅한 브레이슬릿으로 탄생했죠. 지금 제가 손목에 착용한 제품이에요. 에르메스의 DNA가 장인정신, 창의력 그리고 아름다운 소재에 대한 존중임을 생각하면, 소재가 주인공이 되는 쁘띠 아쉬 역시 메종의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장인정신에 대한 경의가 쁘띠 아쉬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건 물론입니다. 하이엔드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체스넛 원목과 가죽으로 완성한 오두막(hut).   2, 3 가죽으로 완성한 꼭두각시.   4 크로커다일 가죽으로 만든 클록 호스(horse).   5 가죽으로 완성한 래빗 테이블.  

이렇게 탄생한 쁘띠 아쉬 컬렉션은 실크를 연결해 만든 브레이슬릿이나 가죽으로 제작한 백 참 같은 소소한 액세서리부터 위트 넘치는 장난감, 실크로 장식한 작은 스툴 같은 데커레이션 오브제까지 다양하다. 사실 쁘띠 아쉬 컬렉션은 에르메스 세브르 부티크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열리는 팝업 스토어를 겸한 전시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데, 지난 3월 로마에서 개최한 전시에 이어 서울에서 소개하게 됐고, 그 사실에 그녀는 유독 설레는 듯 보였다. “2006년 오픈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제가 직접 참가한 프로젝트예요. 메종의 오픈 11주년을 맞아 쁘띠 아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는 건 제게도 매우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서울을 상징하는 모티브를 주제로 만든 백 참은 물론 재능 넘치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환상적인 시노그래피를 함께 소개할 예정이에요.”
시종일관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조곤조곤 쁘띠 아쉬 이야기를 들려주던 파스칼 뮈사르와의 만남.그 끝에 그녀는 생수병과 쇼핑백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폐기물의 단순한 재사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의 개념을 넘어 ‘잠든 소재’에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창의력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쁘띠 아쉬 컬렉션을 서울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메종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줄 것이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  사진 신창용(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