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ative Shift
새로운 리더십 아래 다시 쓰일 패션 하우스 이야기.
브랜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교체는 단순히 인물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 언어, 나아가 시장의 질서를 재정립하는 결정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연시에 이어진 패션계의 인사이동은 그야말로 긴장감 넘치는 흥미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티유 블라지, 샤넬의 새로운 서사
2024년 6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떠나면서 하우스는 ‘넥스트 칼 라거펠트’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수많은 루머와 함께 마크 제이콥스, 니콜라 제스키에르, 에디 슬리먼, 시몽 자크뮈스 등이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샤넬의 최종 선택은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였다. 샤넬이 외부 인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오랜 기간 샤넬에 몸담으며 칼 라거펠트의 오른팔로 활약해왔다. 반면 마티유 블라지는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로, 그의 합류는 브랜드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마티유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에서 독창적이고 현대적 접근으로 주목받으며 ‘전통과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철학을 실현해왔다. 셀린느, 마르지엘라, 보테가 베네타를 거치며 축적해온 그의 경험이 이제 샤넬이라는 아이코닉한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샤넬에서도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반영해 클래식한 샤넬의 이미지에 현대적이고 혁신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은 2025년 가을, 파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루이스 트로터, 보테가 베네타의 새 시대
절제된 우아함과 실용주의는 디자이너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를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다. 캘빈 클라인, 조셉, 라코스테, 까르뱅을 거치며 그녀가 쌓아온 경력은 보테가 베네타의 차세대 방향성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기교는 절제 속에서 빛난다’는 철학 아래 라코스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할 당시 스포츠웨어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더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까르뱅에서는 일상에서 얻은 영감과 장인정신을 접목한 독창적 컬렉션을 선보이며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유지했다. 특히 장인정신은 보테가 베네타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중요한 가치로, 그녀의 접근 방식은 브랜드 철학과 완벽히 부합하며 전통적 기술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더불어 루이스 트로터는 현재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세라 버턴 이후 케링 그룹 산하 하우스 브랜드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디자이너 교체를 넘어 보테가 베네타가 변화와 진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존 갈리아노, 마르지엘라와 이별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결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같은 거장일 경우 그 여운은 더욱 깊다. 10년 동안 메종 마르지엘라를 이끌며 하우스의 해체주의적 D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는 이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의 빈자리는 브랜드와 패션업계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그 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4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파리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에서 펼쳐졌다.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과 그의 독창적 미감은 파리 쿠튀르 기간에 절정으로 묘사되었으며, 극적 연출과 판타지 요소가 결합된 피스는 패션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마르지엘라와 이별한 소식을 직접 전하며 팬들과 업계에 작별을 고했는데, OTB 그룹 역시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공식 성명을 통해 감사와 미래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