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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RAGRANCE OF ART

ARTNOW

겔랑과 이우환 작가가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 by 이우환 수브니 르 드 오키드 빠르펭'

이우환 화백.

 겔랑 × 이우환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 겔랑에서는 매년 아카이브의 상징적 보틀을 작가와 함께 재해석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동안 이브 클랭(Yves Klein), 메종 마티스(Maison Matisse) 등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가 참여해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아트의 결합을 시도했다. 올해 겔랑은 아트 바젤 파리 기간인 10월 15일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이우환 화백과 함께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Le Flacon Quadrilobé)’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메종 베르나르도(Maison Bernardaud)에서 제작한 2L 크기의 흰 도자기 보틀을 캔버스 삼아 이우환 화백이 자신의 시그너처와 다름없는 ‘단 한 획’을 입혀 총 21개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그는 각 보틀에 직접 획을 그어 단순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이를 승화시켰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컬러다. 이우환 화백이 긴 세월 주로 사용한 파란색과 빨간색이 아닌 녹색을 입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특별하다. 녹색은 자연과 재생, 균형을 상징하는 색으로, 이우환 화백과 겔랑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감한 주제와 그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
이번 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향. 이우환 화백은 겔랑의 향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델핀 젤크(Delphine Jelk)와 긴밀하게 논의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향 ‘수브니 르 드 오키드(Souvenir d’Orchidée)’를 완성했다. 이우환 화백이 ‘향기까지 만들었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보틀 작업과 함께 총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점에서 그의 적극적 참여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브니 르 드 오키드는 자연의 순수함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과 난초에서 출발했다. 워터리한 머스크 향과 플로럴 향을 조화롭게 섞어 맡는 순간 초록빛과 순백의 색을 연상하게 하는 힘을 부여했다. 여백의 미와 함께 단 하나의 획으로 우주의 에너지를 담은 이우환 화백의 작업과 맞아떨어지는 향을 경험한다면 누구나 이번 협업의 의미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콰드릴로브 보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는데, 이는 1908년 루 드 라 페이(Rue de la Paix) 향수를 위해 처음 제작한 후 지난 110년 동안 겔랑의 현대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의 도자기 중심지 리모주에서 메종 베르나르도와 함께 전통적 장인정신에 기반해 만들어낸다. 이는 마치 캔버스만이 화가의 작업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우리의 생각을 뒤집듯 견고한 밑바탕이 되어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도자기와 향수 그리고 그림까지 각기 다른 영역의 예술이 만나 총체를 이루며, 이번 프로젝트는 다시 한번 예술은 무엇인지, 창조성이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재고하는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겔랑과 이우환 화백이 협업해 완성한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 by 이우환 수브니 르 드 오키드 빠르펭.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 소식을 듣고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예술가로서 겔랑과의 협업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 프로젝트는 예술 창작 과정의 일부라기보다 ‘여가’에 가까운 활동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놀이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평소 작업에서 벗어난 이런 브랜드와의 협업은 대중과 예술가를 더욱 가깝게 연결해주는 행위이기도 해서 특별합니다.
이번 협업에선 녹색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색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녹색은 생명의 색입니다. 저는 예술과 자연을 나누지 않아요. 두 존재 모두 일상에서 깨어나게 하고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게 하죠. 이번에 함께 만든 작품 속 작은 붓 터치는 이러한 예술과 자연을 빛나게 하는 향수를 상징합니다.
향수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향기에서 용기까지,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는 매우 종합적인 협업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향수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협업을 진행하며 산과 난초에 대한 기억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린 시절 이야기도 섞여 있죠. 겔랑은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브랜드입니다. 자연의 본질, 산속 난초의 고귀하고 우아한 향,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보틀에 저와 겔랑이 공감한 정신을 결합해 새로운 향을 만들게 되었죠. 이번에 새롭게 만든 향 ‘수브니 르 드 오키드’는 그야말로 삶과 향이 만나는 고귀한 순간을 여는 ‘극적인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겔랑과의 협업처럼 예술가와 패션, 뷰티 브랜드의 협업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작가가 이런 협업을 이어갈 텐데,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러한 협업은 예술가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삶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이 이러한 협업을 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바로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예술 세계관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살피는 것이죠. 이것이 연결되어야 좋은 협업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화백께선 예술가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예술가는 만남의 순간을 보편화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예술은 인간이 이해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힘을 가졌어요. 작가라면 예술과 이를 향유하는 이를 잇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 보고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술가로서 긴 세월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더 높고, 깊고 또 넓은 차원으로 가고자 하는 끝없는 호기심이 정말로 중요한 동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통해 늘 스스로 단련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예술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로서 삶을 색과 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과 향을 꼽으시겠어요? 생동감 넘치는 녹색과 난초의 향이 이우환이라는 예술가를 대표하는 것 같아요. 이번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어요.

캔버스가 된 보틀은 메종 베르나르도에서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빚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