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Dignity, The Dream of Grasse
가슴 뛰게 하는 프로방스의 푸른 하늘 아래 다시 숨 쉬기 시작한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디올 향수의 근원지인 그라스에 무수한 영감을 불어 넣는, 무슈 디올의 열정과 예술적 감성이 생동하는 그곳에 다녀왔다.
코발트빛으로 빛나는 지중해와 더불어 남부 프랑스의 낭만과 여유로움이 넘실대는 도시 칸. 영화제의 도시답게 매년 5월이면 더욱 분주해지는 이 도시는 올해도 변함없이 일주일 후면 펼쳐질 영화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에디터가 이곳에 들른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제가 아닌, 무슈 디올이 꽁꽁 숨겨놓은 보석같은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어떤 영화의 한 장면보다 더 깊은 잔상을 남긴 샤토 드 라 콜 누아르(Châ teau de la Colle Noire) 얘기다. 라 콜 누아르. 혀끝을 감싸 안는 우아한 발음으로 불리는 이곳은 디올 향수를 아끼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기품이 느껴지는 매혹적인 장미 향을 풍기는 디올의 프리미엄 향수 라인 라 컬렉션 프리베의 최신작 이름과 같다)일 터. 칸에서 40km 떨어진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작은 마을 페양스(Fayence), 디올 향수의 진원지인 그라스 인근에 자리한 이 소박한 마을에 아름다운 저택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사람들은 ‘샤토 드 라 콜 누아르’라 부른다. 드넓게 펼쳐진 몽토루(Montauroux) 평원을 내려다보며 강렬한 햇빛에 잔잔히 화음을 쌓아 올리는 듯한 온화한 첫인상이 단연 인상적인 곳. 무슈 디올이 1957년 생을 마감하기 전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얻기 위해 즐겨 찾으며 안식처로 삼은 그곳이다.
무슈 디올의 마지막 안식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의 과거 모습
디테일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리빙룸 전경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가든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무슈 디올
디올 그리고 프로방스의 꿈
크리스찬 디올 퍼퓸이 2013년에 다시 매입한 후, 3년간 복원 작업 끝에 마침내 그 모습을 공개하는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그 내부와 정원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 현관과 리셉션 룸을 거쳐 리빙룸과 서재, 마스터 룸과 게스트 룸 등에 이어 평화로운 정원까지….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여유와 미학이 숨쉬는 공간 곳곳을 천천히 둘러봤다. 무엇보다 디테일 하나하나 무슈 디올의 취향과 예술적 감성, 향기로운 꽃과 나무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과거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려고 공들인 흔적이 눈에 띄었다. 과거 무슈 디올이 한가로이 머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 등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예술과 삶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프로방스의 꿈을 꾸던 그 모습 말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꽃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천재 디자이너이자 타고난 감각의 조향사 무슈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의 저택 레륌(Les Rhumbs) 가든을 닮은 정원이 전한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40m에 달하는 장식용 연못과 수천 그루의 올리브와 포도나무, 메이 로즈, 재스민, 은방울꽃, 튤립 등이 모여 장관을 이룬 정원의 모습이란! 마주한 순간, 평온함과 싱그러움이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문득 무슈 디올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풍경 속에 함께 있다면 무슨 말을 건넬지 궁금해졌다. “이 장소에 깃든 진실성과 열정뿐 아니라 자연이 품은 풍부한 감성을 온전히 느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기억과 생기, 활력으로 가득 찬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가든에는 올리브가 자라기도 하지만 동시에 떡갈나무 숲을 볼 수도 있어요. 이 정원에 들어섰을 때 이렇게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통해 자신만의 시크릿 가든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복원 작업에서 조경 설계를 맡은 필리프 들리외(Philippe Deliau)가 전한 소감으로 아쉽지만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대신하기로 했다.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꿈꾸며, 여성이 꿈꾸는 의상과 향수를 탄생시킨 무슈 디올, 그리고 그의 꿈과 열정이 살아 숨 쉬는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오랜 복원 작업 끝에 다시 그 고아한 모습을 되찾은 이곳은 분명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인 우아한 저택의 형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샤토 르 라 콜 누아르의 진가를 언급하기엔 이르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 안에 내재된 디올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영감의 원천 그라스 그리고 이곳 샤토 드 라 콜 누아르는 무슈 디올의 뮤즈인 동시에 천재적 쿠튀리에이자 퍼퓨머인 그의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디올의 전설적인 향수들이 탄생했고, 지금 여기 프로방스의 푸른 하늘 아래 무슈 디올의 소망이 다시 피어났어요. 그가 사랑과 인내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만들고 가꾸던 그 모습 그대로의 향기를 음미해보세요.”
샬리즈 시어런
벨라 하디드와 크리스찬 디올 퍼퓸 CEO 클로드 마티네즈 Ⓒ François Goize′ for Christian Dior Parfums
Opening Event Sketch
5월 9일, 샤토 드 라 콜 누아르의 재탄생을 축하하는 오프닝 행사에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부부를 비롯해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별 오렐리 뒤퐁, 쟈도르 향수의 뮤즈이자 배우 샬리즈 시어런, 모델 벨라 하디드와 에믈린 발라드, 배우 류이페이(유역비) 그리고 전 세계에서 엄선한 매체의 프레스 등 250여 명의 게스트가 참석해 뜻깊은 자리를 더욱 빛냈다. 이날 1층과 2층 테라스에 마련한 갈라 디너 테이블 또한 눈길을 끌었는데, 꽃에 대한 무슈 디올의 사랑을 노래하듯 새하얀 테이블 위에 아름답게 장식한 플라워와 캔들 어레인지먼트가 초록의 싱그러운 자연과 우아하게 어우러져 참석자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여기에 무슈 디올이 평소 좋아한 요리의 레시피를 응용한 메뉴를 선보여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남다른 센스를 더했고, 이 아름다운 성의 복원과 디올 향수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엔 찬란한 불꽃이 프로방스의 밤하늘을 수놓으며 잊지 못할 낭만적인 시간을 선사했다. 디올이라 쓰고 향기로운 밤이라 부르고 싶은!
낭만적인 디너 테이블 세팅
에디터 유은정 (ejyoo@noblesse.com)
사진 제공 디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