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LEGACY
아메리칸 스타일의 선구자, 브룩스 브라더스가 올해로 창립 200년을 맞이했다. <노블레스 맨>은 브랜드를 설립한 헨리 샌즈 브룩스(Henry Sands Brooks)에게 헌정하는 그들의 특별한 패션쇼 현장을 찾았다.

1 53명의 멤버로 구성된 이탤리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쇼가 진행되는 동안 멋진 연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2 총 51명의 모델과 함께한 이번 쇼에선 45개의 남성 룩과 8개의 여성 룩, 총 53개의 룩을 선보였다.
THE FIRST SHOW
피티 우오모가 한창이던 지난 1월, 피렌체에 브룩스 브라더스의 특별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브랜드 설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들은 1년 동안 진행할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첫 이벤트로 200년의 역사를 담은 패션쇼를 개최한 것이다. 에디터가 그랬던 것처럼 브룩스 브라더스와 피렌체라는 조합에 의아한 독자가 많을 거다. 미국을 대표하는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 브룩스 브라더스가 왜 미국이 아닌 피렌체를 선택한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1년 중 가장 먼저 열리면서 가장 규모가 큰 남성 패션 이벤트가 피렌체의 피티 우오모였던 것. 여기에 더해 200년이란 숫자에 어울리는 도시가 어디 흔하던가. 생각해보면 브룩스 브라더스의 헤리티지와 어울리는 도시로 르네상스라는 위대한 전기를 이룩한 피렌체만큼 어울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3 브랜드를 상징하는 골든 플리스(리본에 매달린 신의 새끼 양) 문양과 시그너처 컬러인 네이비블루를 중심으로 꾸민 런웨이.
4 쇼가 열린 베키오 궁전 외부. 프로젝션매핑으로 브룩스 브라더스를 상징하는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구현해 이벤트에 화려함을 더했다.
패션쇼가 열린 장소는 피렌체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베키오 궁전. 이곳은 과거 피렌체가 공화국으로 명성을 떨칠 때 중심 역할을 한 청사이자 현재 피렌체의 시청사로 쓰이는, 명실상부한 피렌체의 배꼽 같은 건축물이다.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다비드상과 헤라클레스 석상(현재는 복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이 우뚝 서 있는 출입문을 지나 베키오 궁전에 들어서자 화려한 기둥과 벽화로 장식한 중정이 압도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이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패션쇼가 펼쳐질 일명 ‘500인의 방’이라고 불리는 ‘살로네 데이 친퀘첸토(Salone dei Cinquecento)’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피렌체공화국을 좌지우지한 의원 500명이 모여 국가의 대사를 논하던 곳으로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조르조 바사리의 ‘마르시아노 전투’ 벽화와 금으로 장식한 격자형 천장이 눈을 뗄 수 없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건축물에서 패션쇼라니! 아마도 유구한 역사를 지닌 브룩스 브라더스이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이는 순간, 이탤리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패션쇼는 막을 올렸다. 클래식을 연주할 거란 예상과 달리 브룩스 브라더스가 고른 곡은 바로 얼리샤 키스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뉴욕에서 역사를 시작한 이들의 위트 있는 선곡. 이번 쇼에선 아메리칸 클래식을 대표하는 이들의 슈트는 물론, 최초로 선보인 버튼다운 셔츠부터 마드라스 체크 셔츠와 폴로 코트, 셰틀랜드 스웨터, 스트라이프 렙 타이, 아가일 패턴 양말까지 브룩스 브라더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시그너처 아이템을 모두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남성 컬렉션뿐 아니라 여성 컬렉션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잭 포즌의 디자인으로 런웨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아이코닉 스타일을 재해석한 이번 패션쇼에는 브랜드가 지금껏 쌓아온 2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5, 6 더블브레스트 슈트와 턱시도 슈트 룩. 이들은 1920년대의 화려함을 담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배즈 루어먼 감독의 2013년 작품) 속 모든 남자 배우의 의상을 제작한 이력이 있다.
7, 8 스트라이프 렙 타이를 활용한 룩. 영국의 전통적 연대기 줄무늬(레지멘털 스트라이프)를 모티브로 한 렙 타이는 브룩스 브라더스가 처음 선보인 디자인으로 클래식, 포멀, 캐주얼, 트렌드 등 그 어떤 스타일에도 무난하게 어울려 현재 가장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9 마드라스 체크 셔츠를 활용한 룩.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분류되는 마드라스 체크 셔츠를 블랙 컬러 터틀넥 니트와 레이어링해 포멀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10 내부의 구조적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해 트렌치코트를 뒤집어 착용했다. 트렌치코트 안감의 컬러와 패턴에 맞춘 스타일링이 인상적이다.
11, 12 캐멀 폴로 코트 룩.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은 브룩스 브라더스. 미국에 처음으로 폴로 코트를 선보인 브랜드가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다.

13 여성을 위한 턱시도 슈트룩.
14 매력적인 파자마 룩. 여성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잭 포즌을 영입한 브룩스 브라더스는 2016년 S/S 컬렉션을 시작으로 글래머러스하고 페미닌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15, 16 아이코닉 아이템인 스트라이프 렙 타이를 스트랩(가방끈)과 벨트로 활용해 위트 있게 스타일링했다.
17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네이비 블레이저,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 스트라이프 렙 타이로 스타일링한 룩.

18 전시장에서 브룩스 브라더스의 CEO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가운데)와 그의 가족들.
19 ‘One Country, One Destiny’라는 글귀를 안감에 정교하게 새긴 에이브러햄 링컨의 프록코트.
AFTER THE SHOW
브룩스 브라더스가 준비한 것은 패션쇼만이 아니었다. 2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은 아카이브 전시를 함께 진행한 것. 브룩스 브라더스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버튼다운 셔츠, 스트라이프 렙 타이를 비롯해 이들이 제작한 드라마와 영화의 의상까지 브랜드의 역사적 순간에 함께한 옷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가장 유명한 고객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옷이다. ‘One Country, One Destiny’라는 글귀를 안감에 정교하게 새긴 그 코트!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취임식에서 입은 옷도, 포드 극장에서 암살되던 저녁에 입은 것도 이 코트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슈트 브랜드’로 유명한 브룩스 브라더스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시작으로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버락 오바마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45인 중 40명의 대통령이 이들의 슈트를 즐겨 입었다)의 사랑을 받은 브랜드로 이들의 옷을 입은 역대 대통령 사진을 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처럼 전시하고 있었다. 아카이브 전시는 1818년 브룩스 브라더스의 창립자 헨리 샌즈 브룩스가 ‘H.&D.H Brooks&Co.’란 이름으로 첫 매장을 오픈한 뉴욕(4월)과 1979년 처음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를 시작한 일본(10월)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브랜드는 멈춰 있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퇴색하는 것은 패션 브랜드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이 단단한 브랜드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도리어 거스르고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진화를 꿈꾼다.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그 세월을 견디며 지켜온 가치와 스토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좋은 품질을 지키려는 열정과 혁신을 바탕으로 올해 200주년을 맞이한 브룩스 브라더스가 바로 그렇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이콘 자리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 베키오 궁전 내 전시장 전경.
에디터 정진원(jinwonjeong@noblesse.com)
사진 제공 브룩스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