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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BENTLEY IN THE ALPS

LIFESTYLE

4세대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타고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달렸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벤틀리를 통해 발견한 현대적인 럭셔리카의 덕목에 대하여.

알프스산맥과 어우러진 마젠타 컬러의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

넓게 펼쳐진 초록빛 들판과 맑고 푸른 호수, 깊은 협곡과 만년설로 덮인 산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곳. 알프스산맥의 절경을 품은 스위스에서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우르제렌 계곡, 해발 1440m 지대에 작은 도시 안데르마트(Andermatt)가 위치해 있다. 8개 산맥과 연결되어 있어 산악 고갯길을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마을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그림젤 패스(Grimsel Pass), 수스텐 패스(Susten Pass) 등을 여행하기 좋은 장소로도 유명하다. 올 상반기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론칭한 벤틀리가 차량의 퍼포먼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첫 글로벌 시승 장소로 이곳을 택한 이유다.

벤틀리 GT의 계보를 잇다
컨티넨탈 GT는 21세기 벤틀리의 정체성과도 같은 차량이다. 과거 수제 고급차를 한정적으로 공급했던 벤틀리가 ‘현대적 그랜드 투어러’를 콘셉트로 제작한 최초의 대량생산 모델로, 200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브랜드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탄생 4년 만에 연간 1000여 대에 불과했던 차량 판매 대수를
1만여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 모델은 2010년 강력하면서도 콤팩트한 4.0리터 V8 트윈 터보엔진 옵션을 추가한 2세대로, 2018년 새로운 플랫폼과 엔진, 개인 맞춤형 옵션과 전자식 서스펜션 등을 탑재한 3세대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올해, 벤틀리 GT의 21년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최초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4세대 모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비전을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 시대를 향한 본격적 행보를 반영한 벤틀리의 가장 상징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의미는 각별하다. 600마력(PS)의 신형 4.0리터 V8 엔진과 190마력(PS)의 전기모터로 구성한 새로운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합산 최대출력 782PS, 최대토크 1000Nm의 경이로운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W12 엔진을 탑재한 3세대 컨티넨탈 GT 스피드보다 최대토크 11%, 최대출력은 19% 향상된 수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3.2초면 충분하며, 최고속도는 335km/h에 달한다. 역대 일반 도로용 벤틀리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면서도 잘 설계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9g/km(WLTP 기준)에 불과하다. 퍼포먼스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야무지게 잡은 모양새다.
이른 새벽 내린 보슬비가 알프스의 초록빛을 더욱 선명하게 물들인 아침, 더 체디(The Chedi) 호텔 앞에 줄지어 선 색색의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마주했다. 첫인상은 일단 예쁘다. ‘차세대 GT’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우아하면서도 현대적인 외관이 시선을 끈다. 헤리티지와 미래 비전을 연결하는 의미를 담아 벤틀리는 이 모델에 1952년 탄생한 R 타입 컨티넨탈을 계승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종마의 우아한 자세를 모티브로 한 전면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헤드램프인데, 1959년 이후 제작한 벤틀리 양산차 모델 중 처음으로 싱글 램프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털 컷 다이아몬드 패턴의 가로형 일루미네이트 라이트를 탑재해 한층 날렵해진 눈빛, 트렁크 리드 안쪽까지 더욱 확장된 테일 램프, 호랑이 발톱에서 영감받은 22인치 휠 등 대담한 디자인 DNA가 곳곳에 스며 있다.

위쪽 오픈톱 컨버터블 모델 더 뉴 컨티넨탈 GTC 스피드.
아래쪽 65년 만에 적용된 싱글 헤드램프.

고성능 스포츠카의 우아한 산악 주행
이번 행사에서는 4세대 컨티넨탈 GT와 함께 출시된 오픈톱 컨버터블 모델 더 뉴 컨티넨탈 GTC 스피드의 주행 기회도 주어져 다양한 감도의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산악 도로 네 곳을 오르내리며 약 165km를 달리는 일정. 먼저 브론즈 컬러 더 뉴 컨티넨탈 GTC 스피드 모델에 올라탔다. 2도어 컨버터블 모델이라는 걸 잠시 잊을 만큼 넉넉한 공간과 안락한 20-way 전동 시트가 몸을 감싼다. 럭셔리, 장인정신, 기술을 GT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는 벤틀리의 철학은 실내에서 정점을 이룬다. 패션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입체적 퀼트 패턴과 자수, 3D 프린트 가죽을 비롯한 최첨단·최고급 소재, 버튼을 누르면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다이얼, 순수한 베니어가 회전하며 등장하는 중앙 디스플레이 등 우아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실내의 모든 요소는 비스포크 전담 부서 뮬리너(Mulliner)가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옵션을 통해 다채롭게 조합할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소프트톱을 열고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10℃ 안팎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신형 컨버터블 모델을 시승하며 오픈 에어링을 즐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곳은 공기 맑기로 소문난 스위스 아닌가. 더 뉴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48km/h 이내 속도에서 19초 만에 소프트톱을 열고 닫는다. 시트의 헤드레스트와 넥 부분에서 나오는 히팅이 충분해 추위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스태프의 독려는 사실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적당히 차가운 공기, 목과 어깨를 감싸는 시트의 온기가 어우러져 상쾌한 오픈 에어링을 만끽했다.
주행의 시작은 EV 모드였다. 더 뉴 컨티넨탈 GT·GTC 스피드는 순수 전기 모드에서 140km/h 가까이 속도를 낼 수 있고, 약 80km까지 달릴 수 있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마을을 벗어나니 알프스의 목가적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단정하게 뻗은 길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뒤 액셀을 밟자 ‘부앙’ 하는 반가운 배기음과 함께 잠에서 깬 맹수가 사냥을 시작하듯 힘차게 치고 나간다. 우아한 외형에 내재된 슈퍼카의 DNA를 만끽하며 속도를 높여 달리다 보니 멀찍이 만년설로 덮인 산맥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수스텐 패스의 시작이다. 웅장한 산맥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좁거나 불안정한 노면 없이 대체로 매끄럽고 견고해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차량의 퍼포먼스를 체감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림젤 패스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데운 뒤 마젠타 컬러 GT 모델로 바꿔 타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누페넨 패스(Nufenen Pass)와 세인트 고타드 패스(St. Gotthard Pass)를 거쳐 안데르마트 근교에 위치한 알프히테(Alp-Hitta) 레스토랑에 도달하는 여정이다. 컨버터블 모델 사이즈로는 상당히 큰 전장 4895mm, 전고 1392mm의 차체가 무색할 만큼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유연하고 민첩했다. 180도로 꺾이는 짧은 헤어핀이 연달아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몸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거나 차체가 과하게 기울어지는 느낌이 없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효율적인 배치로 이뤄낸 전후 49 대 51의 차체 무게 밸런스, 새로운 차세대 벤틀리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 기술 등을 적용한 결과다. ESC 시스템을 해제하면 후륜이 미끄러지며 액티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조향의 다이내믹함보다는 차체의 안정감이 더 빛났다. 때론 고요하게, 때론 강력하게 도로를 향해 뻗어나가는 차체가 어떤 상황에서도 머뭇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매 순간 서포트하는 섬세하고 안정적인 제어는 ‘이것이 바로 벤틀리 GT’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직관적인 조작을 돕는 센터 콘솔.

소재, 컬러 등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채롭게 조합할 수 있는 내부.

더 체디 호텔.

탄소 중립을 위한 첫걸음
벤틀리는 이번 행사에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최초로 탑재한 GT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차량은 물론 호텔, 물류, 메뉴와 팀 유니폼 같은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행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 “자동차 구동 방식과 관련해 우리는 이퓨얼(eFuel)로 75%의 연료 탱크를 채웠고, 배터리 충전을 위해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이퓨얼은 칠레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연간 13만 리터가량 생산되고 있어요. 풍력발전으로 생성한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공기에서 직접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메탄올을 만들죠. 이것을 가솔린으로 변환하면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연료가 완성됩니다.” 이번 글로벌 시승 이벤트를 관리한 프로덕트 커뮤니케이션 헤드 마이크 세이어(Mike Sayer)의 설명이다.
이벤트가 열린 더 체디 역시 스위스 안데르마트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에 걸맞은 친환경 정책을 실천 중이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100% 고트하르트 지역의 수력·풍력발전을 통해 공급되며, 음식물 쓰레기 관리 및 자원의 효율화를 전개하는 취리히 기반의 스타트업 키트로(Kitro)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지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잘 달리는 것을 넘어 매 순간 만족스러운 주행 경험을 선사하는 것. 다음 시대를 향해 과감히 나아가면서도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 드러나지 않아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움직임을 실천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헤리티지와 철학을 고수하는 것.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통해 지금 시대의 럭셔리카가 갖춰야 할 품격을 확인했다.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벤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