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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Commander

FASHION

새 시대를 맞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매니페스토.

1,2,3 버버리의 새 모노그램으로 도배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과 런던의 택시, 상하이 신천지 호수 위의 곰 모양 설치물.

성수동의 낡은 옛 공장 건물.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두 시대가 공존하는 특유의 정취에 매료돼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은 멀리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새빨간 벽면 앞에 하나둘 멈춰 선다. 그러고는 제각각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은 뒤 SNS 속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 이색적인 경험을 소개한다. 17년간 버버리를 이끌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후임 리카르도 티시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가장 먼저 행한 일은 다름 아닌 자신의 상륙을 알리는 것이었다. 성수동 대신상사 건물 외벽을 시작으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상하이 신천지 호수에 떠오른 곰 모양 설치물 등 전 세계 곳곳은 리카르도 티시와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사빌이 협업해 탄생한 버버리의 새 모노그램으로 온통 뒤덮였다. 여기에 도시를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홍콩의 트램과 런던의 택시까지. 커다란 크기의 알파벳 B를 각종 사물과 장소에 빼곡히 프린트한 그의 첫 공식 행보는 삽시간에 전파돼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창작물을 남기고자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가의 집념과도 같은 것일까.

4 화이트 컬러의 낮은 소문자 알파벳으로 현대적 디자인을 강조한 알렉산더 왕의 새 로고.
5 존 브랜드 로고의 프랑스식 악센트 표기를 없앤 에디 슬리먼의 새 셀린느 로고.
6 하우스 아카이브에서 따온 옛 로고를 재해석한 크리스 반 아쉐의 벨루티 캠페인 이미지.

벨루티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쉐 역시 첫 컬렉션에 앞서 기념비적인 특별한 캠페인 이미지를 공개했다. 몇 장의 흑백사진 속에는 브랜드의 상징적 슈즈를 목에 건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그 한가운데 하우스 아카이브에서 차용해 아티스트 그룹 M/M 파라스와 함께 완성한 새 시그너처 겸 로고가 동시대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크리스 반 아쉐의 포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모두에게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터.
셀린느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에디 슬리먼은 브랜드 로고 내 알파벳 E 위에 자리한 프랑스 고유 악센트 표기법을 없애고, 셀린느 공식 인스타그램의 기존 게시물마저 모두 삭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2012년 이브 생 로랑의 브랜드명에 속한 이브(Yves)를 생략하면서 현재의 생 로랑 시대를 연 주인공이지만, 또 한 번 저지른 거침없는 시도에 대중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은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존 갈리아노의 메종 마르지엘라도 한때는 메종 ‘마틴(Martin)’ 마르지엘라였다는 사실. 늘 그렇듯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한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2019년 S/S 컬렉션은 마치 강력한 선전포고처럼 여전히 의연하고 담대했다. 한편 색다른 도전은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 직접적 환기구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알렉산더 왕에서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짧은 영상을 업로드해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발표했다. 이전과 다른 새하얀 컬러와 낮은 높이의 소문자를 사용, 꾸준히 지향해온 도시적이면서 쿨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꼭 들어맞는 도구를 찾은 셈이다. 영상 바로 아래 써둔 ‘#wangevolution’이라는 해시태그 문구는 그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일종의 다짐이자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상기시켜 브랜드 알렉산더 왕이 다시금 꾸며나갈 새 시대를 예고한다. 때로는 아주 작은 변혁이 곧 거대한 혁신을 부르는 법. 각각의 하우스를 지휘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다양한 관념을 나타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깃발을 들고 신대륙을 발견한 그들의 움직임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