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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LM OF LEE UFAN’S ART

BEAUTY

아트 바젤 파리에서 겔랑과 함께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이우환 화백과 나눈 이야기.

 겔랑 × 이우환 
지난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트 바젤 파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이우환 화백의 특별한 작품이 공개됐다.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 겔랑과 협업한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Le Flacon Quadrilobe)’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베르나르도에서 제작한 2리터 크기의 흰 도자기 보틀을 캔버스 삼아 이우환 화백이 자신의 시그너처와 다름없는 ‘단 한 획’을 입혀 총 21개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각 보틀에 직접 획을 그어 단순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번 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향. 이우환 화백은 겔랑의 향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델핀 젤크(Delphine Jelk)와 긴밀하게 논의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향 ‘수브니 르 드 오키드(Souvenir d’Orchidee)’를 완성했다. 향기 또한 보틀 작업과 함께 총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점에서 그의 적극적 참여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브니 르 드 오키드는 자연의 순수함에서 영감받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산과 난초에서 출발했다. 워터리한 머스크 향과 플로럴 향을 조화롭게 섞어 맡는 순간 초록빛과 순백의 색을 연상시킨다. 콰드릴로브 보틀은 프랑스의 도자기 중심지 리모주에서 베르나르도와 함께 전통적 장인정신에 기반해 만든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마치 캔버스만이 화가의 작업 매체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뒤집듯, 견고한 밑바탕이 되어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겔랑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 by 이우환 수브니 르 드 오키드 빠르펭. 12월 1일 국내 단 2점 선보인다.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 소식을 듣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반가웠습니다. 예술가로서 겔랑과의 협업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이 프로젝트는 예술 창작 과정의 일부라기보다 ‘여가’에 가까운 활동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놀이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평소 작업에서 벗어난 브랜드와의 협업은 대중과 예술가를 더욱 가깝게 연결해주는 행위이기에 더 특별합니다.
이번 협업에선 녹색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색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녹색은 생명의 색입니다. 저는 예술과 자연을 나누지 않아요. 두 존재 모두 일상에서 깨어나게 하고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게 하죠. 이번에 함께 만든 작품 속 작은 붓 터치는 이러한 예술과 자연을 빛나게 하는 향수를 상징합니다.
향기에서 용기까지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 by 이우환 수브니 르 드 오키드 빠르펭’은 매우 종합적인 협업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향수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번 협업을 진행하며 산과 난초에 대한 기억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린 시절 이야기도 섞여 있죠. 겔랑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데다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브랜드입니다. 자연의 본질, 산속 난초의 고귀하고 우아한 향, 간결하면서 힘 있는 보틀에 저와 겔랑이 공감한 정신을 결합해 새로운 향을 만들었죠. 이번에 새롭게 만든 향 ‘수브니 르 드 오키드’는 그야말로 삶과 향이 만나는 고귀한 순간을 여는 ‘극적인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겔랑과의 협업처럼 예술가와 패션, 뷰티 브랜드의 협업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작가가 이런 협업을 이어갈 텐데,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러한 협업은 예술가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삶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이 협업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예술 세계관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거죠. 이 두 가지가 연결되어야 좋은 협업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가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예술가는 만남의 순간을 보편화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예술은 인간이 이해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힘을 지녔어요. 작가라면 예술과 이를 향유하는 이를 잇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멀리 보고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술가로서 오랜 세월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더 높고, 더 깊고, 또 더 넓은 차원으로 가고자 하는 끝없는 호기심이야말로 중요한 동력이에요. 그렇기에 작업을 통해 늘 스스로 단련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예술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로서 삶을 색과 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생동감 넘치는 녹색과 난초 향이 이우환이라는 예술가를 대표하는 것 같아요. 이번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번 겔랑 아트 프로젝트는 도자기와 향수, 그리고 그림까지 각기 다른 영역의 예술이 만나 총체를 이룬다.

 

에디터 김현정(hjk@noblesse.com)
인터뷰 정송   사진 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