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ANTS OR SKOUSERS
하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
2025 S/S 시즌, 하의에 대한 다양한 탐구가 시작됐다. 한쪽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원 레그 팬츠부터 치마인지 바지인지 알 수 없는 하렘팬츠까지 스커트와 팬츠를 결합한 디자인이 진화하는 스타일의 본질이다. 스커트와 팬츠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대부분 트렌드가 그렇듯, 변화의 전조 증상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나타났다. 지난 2024 F/W 시즌 강렬한 레드 스커트 팬츠를 선보인 로에베와 보테가 베네타, 2023 F/W 시즌 캉캉 스커트처럼 층층이 레이어드한 듯한 디자인을 선보인 샤넬과 지방시, 2022 F/W 시즌 플레어스커트에 슬릿 디자인의 레깅스 팬츠를 연출한 자크뮈스와 드레스에 팬츠를 매치한 끌로에 등 디자이너들은 스커트와 팬츠를 결합한 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출시해 트렌드를 예측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흐름은 남성복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25 S/S 디올 맨과 아미 컬렉션에서도 스커트 팬츠를 선보인 것. 다만, 여성복 기준에서 차별점을 찾는다면, 뉴 시즌에는 스커트와 팬츠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과감한 변형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스커트와 팬츠 두 단어를 합성한 ‘스칸트(Skants)’ 혹은 스커트와 트라우저를 의미하는 ‘스카우저(Skousers)’로 명명됐다. 패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타탄체크 패브릭으로 제작한 무릎길이 정도의 스커트인 스코틀랜드의 킬트, 기모노 위에 덧입는 폭이 넓은 팬츠 형태인 일본의 하카마, 긴 천을 밑으로 늘어뜨린 다음 다시 허리춤으로 올려 동여 입는 인도의 도티와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쿠르티스가 있다. 각국에서는 지금도 중요한 날이면 이러한 전통 의상을 입는다. 패션으로 활용된 시점은 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배우이자 가수 애슐리 티스데일,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유행을 선도한 스타들은 플레어 데님 팬츠 위에 화려한 스커트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2000년대 중반 불현듯 종적을 감췄다. 2008년 경제 불황의 영향을 받아 보다 실용적인 패션이 각광받을 무렵이다.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던 유행이 다시 찾아온 이유는 Y2K 트렌드의 잔재도 있지만, 고전적이고 뻔한 테일러링에서 탈피하고픈 디자이너들의 욕망이라 추측된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판매에 적합한 디자인을 선보여야 했던 압박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스커트 팬츠의 최신 버전은 다양한 실루엣과 독특한 소재의 활용이다. 하의에 대한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분방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도전해보지 않은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팬츠 위에 드레스나 스커트를 겹쳐 입는 것부터 시도해보자. 로에베, 루이 비통, 보테가 베네타 등 유수의 패션 하우스들이 선보인 실험적 실루엣이 거리를 지배할 날이 머지않았다.

2025 S/S Alaia

왼쪽 2025 S/S Dior Men 오른쪽 2022 F/W JACQUEMUS

왼쪽 2025 S/S AMI 오른쪽 2022 F/W CHLOE

왼쪽 2024 F/W Loewe 오른쪽 2025 S/S Courreges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
사진 © Launchmetrics/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