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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ntage Connector

FASHION

전시를 앞둔 빈티지 아티스트 류은영을 만났다. ‘딜런 류’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그녀. 오래된 것을 조합해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연결자’이기도 하다.

한남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딜런 류와 그녀의 작품

 

4월 17일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를 앞두고 있어요. 많이 바쁘시죠? 4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이자,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라 무척 설렙니다. 전시 제목은 ‘Expect the Unexpect’, ‘예기치 않은 것을 기대하다’라는 뜻이에요. 평범한 빈티지 재료를 모아 전혀 기대하지 못한 아름다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죠. 특히 빈티지 콜라주 작업은 기존에 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입니다. 샤넬, 에르메스, 비르(Byrrh, 프랑스산 식전주)의 옛 캠페인 광고에 빈티지한 패브릭과 테이프, 금속 스탬프, 악어가죽 등을 더하는 것으로,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 흩어져 있던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냈습니다. 빈티지 와인병에 전등갓을 씌운 작품도 선보이고요. ‘빈티지’라는 단어가 와인의 생산 연도를 뜻하는 것에 착안했어요.
가방 브랜드의 이름이 ‘History by Dylan’이에요. ‘History’는 역사라는 거창한 의미도 있지만 이력이라는 뜻도 있어요. 제가 만드는 가방에는 히스토리 레터가 들어가는데, 가방을 만든 재료의 출처와 연도에 대해 적은 거죠. 가방의 이력서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니까 브랜드의 이름은 ‘딜런이 건네주는 이력서’ 또는 ‘딜런으로 시작한 역사’라는 뜻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거죠.
빈티지 백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도 특별합니다. 갤러리의 작품에 무제라 적힌 것을 보면 당황스러워요.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 무언가 생각하고 작업했을 텐데, 이름이 없다니 이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각각의 가방에 이름을 붙입니다. 드림, 러브, 로맨스 등 대부분 로맨틱하고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의 제목에서 가져옵니다.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다른 사람에 비해 새로운 정보에 느려요. 자연스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 백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첫 시작은 어머니께서 주신 오래된 디올의 자카드 클러치로 시작했지만 브랜드 아닌 가방으로도 많이 작업했어요. 샤넬 가방을 재료로 사용한 것이 2010년이니 일 시작 후 한참 뒤죠. ‘샤넬 백에 바느질을 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고객이나 바이어 분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즐겨 드는 가방은 빈티지 재료를 더해 만든 딘 앤 델루카 에코 백입니다.
참 장식, 패치 등 여러 오브제를 구하기 위해 각국의 플리마켓을 돌아다니시겠어요. 파리에서 지낼 때엔 주말마다 벼룩시장에 가죠. 방브(Porte de Vanves)와 클리냥쿠르(Porte de Clignancourt)에 갑니다. 런던에서는 캠든 패시지(Camden Passage)를 즐겨 찾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파리인가요? 아니요. 서울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이고, 제 모든 것의 시작점이니까요. 그리고 점점 더 멋있어져서 좋아요.
작업실을 보니 빈티지 아이템이 많네요. 어릴 적부터 오래된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오래된 보자기를 가지고 패치워크 원피스를 만들어주신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그것만 입겠다고 졸라댈 정도였죠. 빈티지는 노스탤지어라 생각해요. 아끼는 빈티지 소품은 매번 순위가 바뀌는데 지금 제 최고 보물은 파리에서 경매로 구입한 피카소의 1962년 드로잉입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는요? 피카소와 마티스요. 두 분다 천재적 재능을 타고나 크게 인정받았는데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업했죠. 마티스의 후기작 중 색종이 오리기 작품을 보면 노년의 작가가 얼마나 순수한지 느낄 수 있어요.
또 어떤 작품을 기대할 수 있나요? 몇 년 전부터 가구 콜라주 작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 닥친 일 때문에 시작하기 어렵네요. 내년엔 가능하지 않을까요?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김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