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ICES OF THE TELLERS
미우미우가 프랑스 파리 팔레 디에나에서 선보인 색다른 이벤트

Exhibition View of Miu Miu 〈Tales & Tellers〉. Courtesy of Miu Miu. © T-space Studio.
당신은 미우미우(Miu Miu) 브랜드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우미우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를 ‘여성의 삶’으로 꼽았다. 풀어서 말하면 여성이 다양한 정치적 · 사회적 · 문화적 환경에서 겪는 경험과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역사, 이야기가 지닌 매혹적인 면모가 바로 미우미우 컬렉션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확연하게 여성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미우미우는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Miu Miu Women’s Tales)’이란 플랫폼을 통해 여성 영상감독과 아티스트가 현재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성에 대해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단순히 패션 필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21년부터는 1년에 두 번 열리는 런웨이 쇼를 ‘아티스트와의 대화’ 자리로 꾸며 아름다운 영상미와 설치 작품의 조화를 꾀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우미우가 아트 바젤 파리의 퍼블릭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며 2011년부터 지금까지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 플랫폼과 패션쇼를 통해 선보인 영상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미우미우는 브랜드의 런웨이 쇼 현장인 팔레 디에나(Palais d’Iena)를 ‘Tales & Tellers’란 이름 아래 현대미술과 패션이 만나는 장으로 변모시켰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장소 특정적 몰입형 예술 프로그램’이란 설명을 덧붙인 미우미우는 총 35편의 영상 작품 스크리닝과 함께 퍼포먼스, 감독과 작가의 대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Exhibition View of Miu Miu 〈Tales & Tellers〉. Courtesy of Miu Miu. © T-space Studio.

Exhibition View of Miu Miu 〈Tales & Tellers〉. Courtesy of Miu Miu. © T-space Studio.
기획을 맡은 이는 2025년 S/S 미우미우 패션쇼를 위한 작품을 선보인 아티스트 고쉬카 마추가(Goshka Macuga)와 큐레이터 엘비라 디앙가니 오세(Elvira Dyangani Ose). 이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미우미우에서 처음 진행하는 예술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엮어냈다. 선보인 작품 35편은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의 작품 28점과 미우미우 컬렉션 쇼를 통해 공개한 작품 7점으로 이뤄졌다.
그 거대한 장소를 영상 작품만으로 어떻게 채웠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 팔레 디에나에서는 작품이 마치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것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영상 작품의 아이코닉한 장면을 현장에서 실연하는 퍼포먼스로 옮겨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낸 것. 이들은 모두 마치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에 있는 듯 주변의 다른 요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체로 작품이 되어 존재했다. 이는 관람객에게 매우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프로젝트의 중요한 일부였다. 미우미우의 패션 철학과 여성성이라는 주제를 녹여낸 이들은 분명 각 작품의 감독이지만 퍼포머들의 존재를 통해 이들이 ‘이야기 전달자’, 즉 ‘텔러(teller)’로서 관람객과 직접 소통했기 때문이다. 퍼포머들은 관람객과 적극적 상호작용을 하진 않았으나, 그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며 직접 들려준 이야기는 분명한 힘을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주체’로서, 삶의 해석자이자 반추하는 거울로서 존재한 것이다.
한편 〈Tales & Tellers〉의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대담 프로그램은 10월 16일과 17일 이틀간 팔레 디에나에 마련했다. 하루 세 차례 감독과 배우, 작가가 모여 삶과 예술, 이야기, 꿈과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는 매우 생생하고 귀중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널리 이름을 알린 나탈리에 뒤버그 & 한스 버그(Nathalie Djurberg & Hans Berg), 현대미술 작가 정금형과 영화감독 김소영도 참가해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를 각 대담의 주제에 빗대어 펼쳐냈다. 그중에서도 여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10월 17일 오전 11시 대담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마고르사타 수모브스카(Małgorzata Szumowska)의 리드로 안토네타 알라마트 쿠시아노비치(Antoneta Alamat Kusijanović), 조이 R. 카사베티스(Zoe R. Cassavetes), 김소영, 크리스털 모젤(Crystal Moselle)이 참여한 세션에서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또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치열한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중에서도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라는 참여 아티스트들의 공통된 말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패션과 예술은 이제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이 자리는 그간 미우미우가 패션쇼와 예술을 어떻게 ‘대화’와 ‘이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확장해왔는지 확인시킨 계기였다. 패션을 ‘즉각적 언어’로 사용하는 패션쇼의 철학을 좀 더 확장해 순간의 예술 경험이 현재 이 순간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선언한 미우미우. 이 자리를 시작점으로 미우미우가 모색해나갈 예술의 가능성, 그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Crystal Moselle, That One Day, 12min 54sec, FW 2016. Courtesy of Miu Miu.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미우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