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ve] Part 1. K-Model Power
뉴욕과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열린 2018년 S/S 패션 위크는 한국 모델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개성과 오라를 가지고 런웨이를 위풍당당하게 누빈 모델 5인을 집중 조명한다.

바야흐로 K-모델의 시대가 도래했다. 2018년 S/S 시즌,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소위 프레스티지 브랜드의 컬렉션 무대에 서는 한국 모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쇼의 오프닝을 장식하는가 하면 심지어 브랜드의 한 시즌을 책임지는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한다. 코리안 모델들의 눈부신 활약! 이것은 실화다. 특히 이번 시즌 런웨이에선 5명의 모델이 더욱 도드라졌는데, 그 중심축에는 최소라가 있다. 그녀는 유서 깊은 프랑스의 패션 하우스 루이 비통이 선택한 모델로, 2017년 S/S 루이 비통 캠페인 속 서양 모델들 사이에서 섀기 커트의 블랙 헤어와 찢어진 눈매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더니, F/W 시즌엔 정호연과 루이 비통 캠페인의 메인 모델로 등장했으며, 이번 시즌엔 루이 비통 티저 영상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저력을 보여줬다.
루이 비통의 간택을 받은 또 한 명의 행운아는 빨간 머리 여인 정호연! 2017년 F/W 시즌 루이 비통 광고 캠페인에 모습을 드러내며 K-모델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당시 최소라와 함께 루이 비통의 월드 익스클루시브로 계약(세계 4대 패션 위크에서 한 도시에 한 브랜드의 쇼에만 독점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을 맺어 오직 루이 비통 쇼에만 서는 영광을 누렸고, 이번엔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는 이탈리아 가죽 명가 보테가 베네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오프닝에 등장해 패션 피플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K-모델 파워의 세 번째 주인공은 소녀와 여인 사이를 오가는 런웨이의 뮬란 배윤영. 프라다 쇼는 모델들에게 일명 성공의 등용문으로 불리는데, 배윤영은 2017년 S/S 시즌 프라다의 독점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프라다 캐스팅 디렉터는 살짝 올라간 눈매, 앵두 같은 입술, 낮은 콧대와 작은 콧방울의 마스크를 지닌 배윤영을 두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New Beauty’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이번 시즌엔 4대 도시에서 총 35개 무대에 서는 등 해외 데뷔 1년 만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대세 모델임을 증명했다. 2013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4> 우승자인 신현지 역시 이번 시즌에 총 35개 쇼에서 무대를 평정했고, 천편일률적인 모델들 사이에서 짧은 커트 머리에 중성적 마스크가 인상적인 정소현은 이번 시즌 스포트막스 쇼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을 담당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지방시와 헬무트 랭, 마크 제이콥스, 오프화이트 등 평범함을 거부하는 브랜드들이 유독 그녀를 지지한다.
이렇듯 2018년 S/S 시즌 K-모델들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다. 동양적인 마스크를 단지 호기심으로만 바라보던 예전의 태도와는 분명 달라졌다. 물론 이런 변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혼재되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해외 브랜드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브랜드들은 한국 고객의 욕구와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국 모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을 통한 K-팝과 한류 드라마의 인기 또한 K-모델들의 대활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자연스럽게 K-모델에게로 이어졌고, 수주와 한혜진, 이현이, 박세라 등 선배 모델들의 꾸준한 활약에 힘입어 이번 시즌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션 월드에 불어온 인종차별 철폐, 즉 다양성은 이런 변화에 큰 원동력이 됐다. 사람은 누구나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