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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of Femininity

BEAUTY

그동안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상속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에어린 로더. 에어린의 한국 런칭에 앞서 뉴욕에서 만난 그녀는 ‘5번가의 여왕’이라는 수식만으로는 부족한 여성스러움의 본보기이자 우아한 스타일 여신이었다.

뉴욕 매디슨 애버뉴 에어린 쇼룸에서 포즈를 취한 에어린 로더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한 에어린 프레젠테이션 공간

수련에서 영감을 받은 워터릴리 썬

The Queen of Femininity
개인적으로 페미닌 스타일을 대표하는 특정 아이콘을 언급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론할 인물은 바로 에어린 로더(Aerin Lauder)다. 이름에서 바로 연상할 수 있듯 그녀는 세계적 코스메틱 그룹을 설립한 에스티 로더 여사의 손녀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주력 브랜드 에스티 로더의 스타일 & 이미지 디렉터이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교육위원회와 현대미술관 국제위원회의 일원,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이면서 뉴욕 5번가의 여왕! 하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에스티 로더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또 하나의 독자적 브랜드 ‘에어린(AERIN)’에 대한 소개이며, 앞서 언급한 페미닌 스타일의 정수에 대한 이야기다.
뷰티는 물론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많은 이라면 에어린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에어린은 2012년 9월 브랜드 런칭 이후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영국에서 선보이고 있으며, 2013년 11월 에어린 향수 컬렉션을 본격 출시했다. 현재 향수와 보디 제품, 홈 컬렉션, 액세서리를 포함한 패션 아이템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에어린이라는 인물을 그대로 투영한 브랜드로, 에어린 로더가 곧 브랜드 에어린이며 에어린이 곧 에어린 로더라는 한 여인을 대변한다. 이쯤에서 전하는 반가운 소식은 향수와 보디 제품을 시작으로 에어린의 뷰티 제품을 올 7월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를 기념해 지난 4월 중순 에어린의 초대를 받아 뉴욕의 에어린 쇼룸을 방문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생겼다. 에어린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드러낸 것은 뉴욕에 온 것을 환영하는 첫 번째 선물에서 부터였다. 프레스 키트에서 볼 수 있던 백과 파일은 비비드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낮은 채도의 색감을 통해 도시적이고 세련된 취향을 보여주었고, 색색의 화려한 플로럴 패턴으로 장식한 향수 상자와 그 안의 클래식한 향수 보틀에서는 여성미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향수와 보디 크림 컬렉션도 황홀한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로즈 립밤과 립 컨디셔너를 담은 라피아 파우치는 에어린이 진정 에어린 로더라는 페미닌한 한 여성에게서 비롯한 브랜드임을 실감케 했다. 에어린 로더의 SNS를 팔로하는 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에어린은 잘빠진 레더 소재나 시크하게 딱 떨어지는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어린 시절 에스티 로더 여사의 화장대에 놓여 있던 빈티지 주얼리나 지난여름 햄프턴 여행에서 지나친 길가의 들꽃이 에어린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고급스럽고 페미닌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컬렉션이 에어린의 컨셉. 그렇게 진짜 에어린을 경험하며 뉴욕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클래식한 홈 컬렉션과 꽃은 에어린의 뷰티 제품과 늘 함께 놓이는 요소다.

페미닌한 디자인의 로즈 컬렉션

에어린이 모델로 등장하는, 에어린 프래그런스의 무드보드

에어린 프리미엄 컬렉션의 로즈 드 그라스와 로즈 바디 스크럽

AERIN Fragrance Collection
‘595 매디슨 애버뉴.’ 뉴욕을 찾은 이튿날 방문한 에어린의 쇼룸 주소다. 에어린의 제품과 스일을 만날 수 있는 에어린 쇼룸은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 자리한다. 드디어 에어린 로더를 만나기 100m 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몸을 돌린 순간 복도 끝에 보이는 문이 에어린의 쇼룸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동그란 거울을 장식한 하얀 벽, 커다란 화병과 대리석 테이블이 놓인 입구만 봐도 그동안 SNS에서 염탐해온 에어린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그렇게 들어선 쇼룸은 에어린 그 자체였다. 넓은 창 너머로는 옐로 캡이 다니는 뉴욕의 전경이 펼쳐졌지만 클래식한 샹들리에와 몰딩 장식의 양문 여닫이, 포근한 초록색 소파와 아트 북이 놓여 있는 안쪽 풍경은 미국 드라마에서 봐온 저택의 응접실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에스티 로더 여사의 커다란 사진 액자가 걸린 방 안에서 에어린 컬렉션을 감상하고 있으니 라일락 컬러 블라우스와 프룬 컬러 팬츠를 입은 에어린 로더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뉴욕 상류층의 모습을 찍은 파파라치 컷이나 스타일 아이콘의 사진을 모아둔 블로그,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봐온 여인이 그렇게 내 앞에 서있었다. 주름을 애써 가리지 않은 피부에 핑크빛 블러셔로 은은하게 혈색을 더했고, 블리치를 넣은 자연스러운 웨이브 헤어와 우아한 미소는 여느 할리우드 톱 배우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여성미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에어린 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방에는 에어린 프래그런스의 각 스토리보드와 함께 제품이 놓여 있고, 저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은 아시는 대로 제 할머니인 에스티로더 여사가 1970년대에 촬영한 것이죠.” 그녀의 말은 다소 빠른 편이었고, 브랜드가 곧 자신인 만큼 사무실보다는 그녀의 집을 찾은 손님에게 집 안 곳곳을 소개하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본격적으로 에어린 향수 컬렉션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프레젠테이션 역시 손님과 티타임을 즐기며 지난 휴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가장 먼저 소개한 향수는 ‘로즈 드 그라스’. 에어린 프리미엄 컬렉션의 첫 작품으로 장인정신이 깃든 진귀한 향수다. 향의 원료는 에어린의 시그너처 꽃인 동시에 여성스러운 스타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로즈. 프랑스 그라스 지방에서 직접 손으로 채취한 풍성한 로즈 센티폴리아 꽃잎을 핵심 원료로 하며, 여기에 불가리아와 터키 지방에서 자라는 로즈 오토 불가리안 향을 더해 깊고 섹슈얼한 장미 향을 선사한다. 장미 향에서 영감을 받아 유니크하게 재해석하기보다 최상급 장미 향을 담은 자연 그대로의 향이 특징이다.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공간 전체에 기품이 흐를 것 같은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에어린 쇼룸에는 몇 개의 장식 선반이 있었는데, 이는 한 가지 향수를 테마로 그와 어울리는 홈 컬렉션을 함께 장식해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는 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화이트 보디의 로즈 드 그라스를 놓은 선반에는 금장을 두른 화이트 레더 소재의 주얼 박스와 골드 프레임 액자가 함께 놓여 있는 식. 이렇듯 에어린의 제품은 단순히 향을 담은 보틀이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감각적으로 물들이는 하나의 오브제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에어린 프리미엄 컬렉션인 로즈 드 그라스에 대한 설명 이후 본격적으로 에어린의 8가지 향수 소개가 이어졌다. ‘매디터래니언 허니써클’은 에어린 향수의 가장 최신작. “가족과 남프랑스 아말피 해변을 여행할 때 찬란한 지중해의 아름다움에 취하곤 하죠. 그때 느낀 향을 재현한 향수로, 여름의 향기를 연상해도 좋습니다.” 스파클링 그레이프프루트와 이탈리아의 햇살을 머금은 베르가모트가 만나 상쾌하면서도 관능적인 머스크 향으로 마무리되는 향수로, 에어린의 말처럼 햇빛을 반사하는 여름 바다를 후각적으로 해석한 향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향수 ‘이브닝 로즈’는 장미 향에 독특하게도 코냑 원료를 더해 나른하면서 관능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장미가 가득 핀 정원에서 코냑 한 모금을 삼키면 이런 느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향수. 모던한 여성을 위해 탄생한 ‘이캇 자스민’은 삼박재스민과 이집트재스민이 이국적인 튜버로즈 향과 만난 향수다. 박스와 보디 크림 패키지 디자인은 에어린이 어린 시절 자란 집의 플로럴 벽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은 ‘라일락 패스’다. “매년 봄 저희 시골 집에는 라일락이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그 옆을 지날 때 느끼는 향을 향수로 표현하고 싶었죠. 향기만으로 기억 속 한순간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에어린의 설명처럼 라일락 패스는 갈바눔, 오렌지 플라워와 라일락이 조화를 이루어 5월이면 흐드러지는 라일락 옆을 지날 때 맡을 수 있는 바로 그 향이다. ‘아이리스 메도우’는 에어린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자연을 느끼는 순간을 염원하며 완성한 향수. 만다린 열매와 블랙커런트가 결합해 꽃이 만발한 들판을 걷는 듯한 기분을 준다. 프랑스 지베르니 가든에 핀 수련에서 영감을 받은 ‘워터릴리 썬’은 그녀가 어린 시절 방문한 클로드 모네의 프랑스 지베르니 가든을 표현한 작품이다. 베르가모트와 풀잎 향, 수련과 삼박재스민이 어우러져 따뜻한 머스크 향을 완성한 것이 특징. 동양의 옥을 떠올리게 하는 은은한 올리브그린 캡을 장식한 ‘가드니아 라탄’은 에어린이 좋아하는 치자나무 향을 담았다. 튜버로즈와 타히티 티아레 등 흰 꽃 원료를 블렌딩해 우아한 여성미를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여덟 번째 향수는 ‘앰버 머스크’. 이쯤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에어린은 여름을 사랑하는 여인이다. 그 때문에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도 대부분 여름날의 추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앰버 머스크만은 예외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밤, 포근한 담요처럼 따스하게 감싸주는 향으로 강렬한 앰버와 크리미한 머스크를 조합해 완성했다.
이렇게 로즈 드 그라스까지 총 9개의 향수 앱솔루트와 향기를 맡았지만 그중에서 베스트를 꼽을 수는 없었다. 어느 향수가 가장 취향에 맞는지 묻는 에어린에게도 “하나만 꼽을 수 없다”고 답했을 정도. 결코 평범하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그녀의 경험과 감각을 담은 향이 이렇듯 선택하기 힘들 정도로 감각을 깨우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감성이 영원불멸의 클래식, 곧 페미닌 스타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향기로서, 또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멋진 오브제로서 에어린의 컬렉션은 곧 여성스러운 당신의 컬렉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두 달 후면 국내에서 그 감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에어린 프리미엄 컬렉션의 로즈 드 그라스와 로즈 바디 스크럽

Interview with Aerin Lauder
에어린을 기다린 한국 팬이 많습니다. 왜 이제야 한국 런칭을 결정한 건가요?
솔직히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보통 한 브랜드를 런칭하면 그 브랜드의 고향에서 상황을 보고 그다음 해외시장으로 넓히는 것이 일반적이죠. 런칭 4주년이 되어 이제 아시아 시장에 런칭할 시기가 됐다는 판단이 섰고, 그중에서도 한국을 첫 번째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 뷰티 시장은 매우 혁신적이고 모던하며 고객의 반응이 적극적이기 때문이죠.

에어린의 홈 컬렉션과 패션 아이템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나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물론 계획에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에어린의 여러 컬렉션 중에서도 향수가 대표적 스타일 컨셉이 될 듯합니다. 가장 중요한 컬렉션으로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탄생시킨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컬렉션은 저의 가장 개인적이며 친밀한 표현입니다. 제 삶이자 기억이죠. 향기는 제 헤리티지면서 제가 늘 열정을 쏟아온 것입니다. 저는 모두와 제가 누군지, 제 삶이 어떠한지 제가 느끼는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표현하는 데 향기보다 적합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에어린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보며 여성스러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고 배웁니다. 향수를 제작할 때 특별히 영감을 받은 여성상이 있다면요?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여성을 떠올리며 이 컬렉션을 탄생시켰습니다. 각각의 향은 기분에 따라 혹은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개발했죠. 이캇 자스민은 청바지를 즐겨 입는 모던한 여성을 상상했어요. 조금 더 캐주얼하지만요. 반면 이브닝 로즈는 좀 더 격식을 갖춘, 하지만 밤에도 외출을 즐기는 관능적인 여성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모든 향수에 각각의 스토리를 담은 것이 특징인데, 프래그런스 컬렉션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요. 내가 그 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노트가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해줄지 말이죠.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접하고, 향수를 제조하는 퍼퓨머들과 가까이 지내며 일해요. 이건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과정이에요. 향을 맡아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향의 밸런스와 제가 생각한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 있어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반영했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수정안을 계속 검토합니다. 저는 아주 세심한 디테일에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요. 이건 저희 패밀리의 특성 같기도 해요.

미국 시장에서는 어떤 제품의 반응이 제일 좋은가요?
미국인은 에어린의 립 컨디셔너를 매우 좋아해요. 프래그런스 컬렉션 중에선 라일락 패스가 예외 없는 사랑을 받고 있고요. 아마 한국 시장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이캇 자스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로즈 밤과 립 컨디셔너 정도를 스킨케어 제품으로 만날 수 있는데, 스킨케어 라인을 더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물론이죠. 장미를 원료로 한 크림과 마스크 등을 계획 중입니다. 하루를 보낸 뒤 종일 지친 피부에 기분 좋은 힐링을 선사하는 제품을 말이죠.

에어린의 전체 컬렉션에서 당신의 스타일이 엿보입니다. 본인의 스타일을 스스로 정의한다면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제 스타일요? 물론 ‘페미닌’입니다.

에디터 | #909090;”>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 에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