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Browne’ is My Style
그와 만나기로 한 아침,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됐다. 과감함(provocative)과 독특함(individual)을 담은 프로포션과 실루엣으로 남성복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남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그 이름만으로 보통 그 이상의 패션 취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EAST 톰 브라운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디자이너 톰 브라운
2011년 가을 현대백화점 본점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에 런칭한 톰 브라운이 올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고 가을에는 갤러리아 명품관에 새로운 스토어를 추가로 열었다. 지난 2년 동안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다. 9월 24일 새로운 매장을 확인차 서울을 방문한 그를 갤러리아 명품관 EAST 매장에서 만났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평소 인터넷에서 봐온 프로필 사진과 조금의 다름도 없이 같은 모습이었다. “운동할 때를 제외하곤 매일 같은 옷을 입어요. 지금처럼 그레이 슈트, 화이트 셔츠, 타이핀과 함께 맨 그레이 타이에 블랙 윙팁 슈즈를 신죠. 슈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건 제 스타일이니까요.” 365일 자신의 슈트를 입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2003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첫 매장이 남성 테일러 숍이었다는 점과 패션계가 그의 존재를 지각하기 시작한 것 역시 2000년대 초반 남성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입던 헐렁한 양복과 대비되는, 보디라인에 타이트하게 피트되는 톰 브라운식 슈트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같은 애정이 이해된다.
그런데 그의 슈트는 라펠이 좁고 재킷과 팬츠를 짤막하게 재단한, 일반적인 슈트의 통념을 깬 디자인이다. 존 F. 케네디와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스티브 매퀸 등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이 자리 잡아가던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톰 브라운식 슈트 가이드 룰(사실 디자이너 톰 브라운은 규칙은 없다고 했지만 보통 오른편의 스타일링 가이드 라인처럼 슈트 입는법을 제시한다)’이 있을 정도로 입는 법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 보인다. “제 슈트는 사람들이 으레 짐작하는, 체형이 근사한 남자만 입을 수 있다는 생각과 달리 다양한 체형의 남성에게 모두 잘 어울리고 편안합니다. 슈트의 핵심은 프로포션(proportion), 비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패션 스타일이란 모름지기 옷을 입는 사람의 개성에서 비롯되는데 그 방식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세탁 후 다림질 없이 바로 입은 셔츠는 꾸밈없는 느낌뿐 아니라 입은 사람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죠. 또 옷을 입는 사람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무엇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철학이에요. 그래서 손목과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재킷과 팬츠를 선보이고, 스리피스 슈트에 베스트 대신 카디건을 매치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의 옷은 평균 이상의 취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빨강, 파랑, 흰색으로 이뤄진 그로그랭 리본 테이핑 장식이나 아이비리그 스포츠 캐주얼 룩에서 차용한 4줄 스트라이프 등 톰 브라운의 시그너처 디테일은 이미 근사한 패션을 지칭하는 심벌이 아닌가! 셀레브러티와 개성 강한 젊은 남성들이 톰 브라운의 추종자를 자처하는 것을 보면 그는 현재 가장 ‘핫’한 디자이너인 셈. 문득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그의 전공은 패션이 아닌 경제. 대학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룸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패션계에 입문, 클럽모나코의 디자인팀에 전격 스카우트되어 재능을 키우다 자신의 레이블을 런칭한 지 불과 10년 만에 자신의 브랜드는 물론이고 브룩스 브라더스의 블랙 플리스, 몽클레르의 감므 블루, 해리 윈스턴의 남성 주얼리 라인 등 유수의 브랜드를 통해 선전하고 있으니까. “힘든 일의 연속이었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고집이 센 편인데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죠.” 싱거우리만큼 평범한 대답이다. 하지만 이렇듯 과장 없는 솔직한 어투가 되레 근사해 보였다. 이를테면 애써 멋을 부린 남자가 아니라 멋을 아는 남자처럼!
2013년 F/W 톰 브라운 슈트 룩
Styling Guidelines
패션계는 톰 브라운의 스타일을 보고 진보와 보수가 공존한다고 표현한다. 사실 그의 슈트는 전통 클래식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기본 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한 디자인이다. 그 때문에 익숙한 듯 새롭다. 다소 이율배반적인 이러한 특징은 톰 브라운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➊ 셔츠의 맨 위 단추는 채워야 한다.
➋ 버튼다운 셔츠의 칼라에 있는 단추는 잠그지 않는다.
➌ 포켓스퀘어는 주름 없이 다림질하고 1/3인치만 보이게 한다.
➍ 타이는 꽉 조여 매고 바지에 넣어 스타일링하며, 타이핀은 칼라와 허리 사이 중간 지점에 착용한다.
➎ 재킷과 카디건의 마지막 단추는 채우지 않는다.
➏ 포켓 덮개는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한다.
➐ 셔츠 소매가 0.5~1인치 정도 보이게 한다.
➑ 팬츠의 단은 신발에서 1.5~3인치 위로 올린다.
➒ 팬츠의 커프는 2.75인치여야 한다.
➓ 양말은 신지 않거나 검은색 양말을 신는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정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