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Top in Those Days
손목시계의 시대가 열린 20세기.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손목시계의 발자취를 짚어본다.

1 까르띠에 산토스-뒤몽(1904년) 2 라몽트르 에르메스 포르트-오이뇽 시계(1912년) 3 최초의 롤렉스 오이스터(1926년)
1900’s 까르띠에 산토스-뒤몽(1904년)
19세기 말에는 여성의 소지품에 시계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뱅글형 팔찌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을 손목시계의 시초로 보긴 힘들다. 애초에 제작할 때부터 손목에 착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시계가 현대적 의미의 손목시계 아닐까? 비행사인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이 친구인 까르띠에의 창립자 루이 프랑수아-까르띠에에게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시계 제작을 의뢰해 탄생한 산토스-뒤몽 시계처럼 말이다. 최초로 손목시계의 장을 연, 시계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시계다.
1910’s 라몽트르 에르메스 포르트-오이뇽 시계(1912년)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출현한 것은 손목에 착용할 수 있도록 회중시계에 고리를 달아 가죽을 연결하거나 아예 회중시계를 가죽으로 감싼 형태였다. 라몽트르 에르메스가 1912년 선보인 포르트-오이뇽 시계처럼 말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해진 여성들이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착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여성을 위한 시계가 이 시기에 많이 등장한다.
1920’s 최초의 롤렉스 오이스터(1926년)
특별한 때가 아니면 잘 착용하지 않던 시계가 전쟁 이후 필수품이 되었다. 또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하면서 점차 금보다 가격이 합리적인 금속 소재로 케이스를 만들거나,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덮개를 덮거나, 인덱스를 야광 처리하는 등 기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롤렉스가 방수 가능한 오이스터 시계를 소개한 것도 1926년이다. 이후 방수 기능은 군용 시계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1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1932년) 2 1.64mm의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한 오데마 피게(1946년) 3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1952년)
1930’s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1932년)
손목시계 생산량이 회중시계의 그것을 넘어서면서 점차 케이스 디자인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르데코의 영향으로 원형이 아닌 사각 케이스가 등장했고, 무브먼트도 여기에 맞춰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일례로 그루엔 커벡스는 곡선형 케이스에 맞춰 무브먼트도 곡선형으로 만들었다. 한편 예거 르쿨트르는 시계 다이얼을 보호하기 위해 180도 회전 가능한 리베르소를 소개했다. 2개의 다이얼 면을 지닌 시계의 시초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컬렉션이다.
1940’s 1.64mm의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한 오데마 피게(1946년)
동그란 무브먼트가 더 얇게 만들기 쉽고, 방수 기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원형이 인기를 누렸다. 오데마 피게는 1.64mm 두께의 얇은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소개했다. 또 케이스에 시곗줄을 고정하기 위한 러그 디자인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카툰 미키마우스를 담은 시계 등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시계가 등장했다.
1950’s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1952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군인, 특히 공군이나 파일럿을 위한 시계를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방수 기능을 강화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블랙 다이얼에 밝은 컬러의 바늘로 대비를 준 것이 특징이다. 거리 환산이 가능한 론진 윔스나 린드버그 시계부터 환율 계산이 가능한 슬라이드 룰을 갖춘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까지 항공 조종사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도구’로서의 시계가 등장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 역시 점점 내려갔다.

1 달 탐사에 함께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1969년) 2 피아제 폴로(1979년) 3 스와치 프로토타입(1983년)
1960’s 달 탐사에 함께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1969년)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시계에도 영향을 끼쳐 형태와 색이 자유로워졌다. 기술적으로는 태엽이 아닌 전지로 동력을 제공받는 시계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1969년 세이코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최초의 시계 아스트론을 소개했다. 한편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미국의 달 탐사에 함께하며 문워치라는 별명을 얻었고, 해밀턴과 제니스 등 여러 브랜드에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새롭게 발표했다.
1970’s 피아제 폴로(1979년)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정확한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점점 늘어나는 한편, 역사적인 시계 브랜드에서는 클래식한 디자인보다 모던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의 시계를 소개했다. 1972년 오데마 피게는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로얄 오크를 탄생시켰고, 피아제도 1979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일체형으로 디자인한 폴로 시계를 내놓았다. 자동차 경주, 승마, 폴로, 요트 등의 스포츠 활동은 고급스러움을 간직하면서 활동적인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한 매개체였다.
1980’s 스와치 프로토타입(1983년) 1969년 세이코 아스트론을 시작으로 오메가도 쿼츠 무브먼트 제작에 참여하는 등 복잡한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간단한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점차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가운데 1983년 스와치가 첫선을 보였다. 예술가와 협업으로 탄생한 창조적 디자인과 톡톡 튀는 컬러 그리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 시계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는 시계를 패션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1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1(1994년) 2 바쉐론 콘스탄틴 레 마스크(2007년)
1990’s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1(1994년)
기계식 시계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시기. 블랑팡은 1735를 소개했고 파텍필립도 컴플리케이션을 손목시계에 구현했다. 동독에 속한 글라슈테 지방은 통일 후 시계 제조의 전통을 되살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회사가 랑에 운트 죄네다. 창립자의 4대손이 부활시킨 랑에 운트 죄네는 현재 리치몬트 그룹 소속이지만 독일 시계의 자존심으로 오늘까지 건재하다.
2000’s 바쉐론 콘스탄틴 레 마스크(2007년)
기계식 시계로의 회귀가 대세.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미니트리피터까지 점점 고가·고기능의 기계식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티타늄, 카본, 세라믹, 실리슘 등 신소재를 사용하고 미래적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한편 에나멜링, 인그레이빙, 젬 세팅 등 점차 사라져가는 공예 기법을 시계에 되살리는 예도 많아졌다. 중저가 시계와 차별화하기 위해서지만, 선조의 공예 기술을 후손에게 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 아래 메티에 다르라는 예술적 시계 컬렉션을 따로 둔 바쉐론 콘스탄틴처럼 전통의 가치를 이해하는 시계 브랜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에디터 |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글| 정희경(워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