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ESSENTIALS
이동의 순간을 예술로 완성한 루이 비통 트렁크의 여정.

루이 비통의 역사적 트렁크들이 한자리에 모인 공간.
1854년, 파리 뇌브 데 카퓌신 거리 4번지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루이 비통은 여행의 개념을 시대보다 한발 앞서 정의해왔다. 단순히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 아닌,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우아하고 실용적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메종이 말하는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언제나 트렁크가 있었다. 창립자 루이 비통은 근대의 새로운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했고, 트렁크는 곧 여행 풍경 자체를 바꾸는 오브제가 되었다. 1854년 기존에 유행하던 둥근 형태 대신 윗면을 평평한 직사각형으로 만든 트렁크는 선창과 철도 화물칸에 효율적으로 적재되는 구조, ‘그리 트리아농(Gris Trianon)’ 캔버스로 구현한 가벼움과 방수 기능, 경쟁사 모방에 대응한 다미에 패턴과 모노그램 시도 등 여행을 한층 아름답고 지능적으로 만들어주는 혁신과도 같았다. 루이 비통의 트렁크는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해 시대의 이동 문법을 재정의하는 상징이 되었다.
아니에르, 트렁크의 심장
루이 비통이 트렁크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리 외곽에 위치한 아니에르(Asnie`res) 공방이 있다. 1859년에 설립한 이 공방은 센강을 이용한 목재 운반과 철도망 접근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트렁크 제작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아니에르는 과거 제작 방식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룬다. 포플러와 너도밤나무 다듬는 소리, 가죽을 두드리는 망치질, 말타쥬(malletage)와 로지나주(lozinage) 같은 19세기 장인 기술에 정교한 기계 장비와 현대 기술을 더해 메종 특유의 완성도를 높인다. 1889년 특허받은 멀티플 텀블러 락, 목적에 맞게 세분화한 내부 수납 시스템, 예술품 보관용 업라이트 트렁크부터 주얼리 박스, FIFA 월드컵 트로피 케이스까지 이어지는 스페셜 오더는 루이 비통 장인정신이 시대적 요구와 함께 확장되어온 과정을 보여준다. 1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에르에서 제작하는 트렁크는 기능과 아름다움, 유산과 혁신을 균형 있게 담아내는 메종의 상징이자 빠르게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개인의 취향과 시간을 보관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이렇듯 루이 비통 트렁크의 역사는 여행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이 확장되어온 과정이며,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Editor Lee Juyi(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