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st Your Surrealism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조르조 데 키리코, 막스 에른스트, 케이 세이지 총 5인의 작품을 칵테일과 디저트 화보로 재구성했다.

Personal Values
‘연인들’, ‘파이프’, ‘잘못된 거울’, ‘골콩드’ 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예술가다. 작품을 통해 감각과 이성 간 연결 고리에 대한 도전과 실재할 수 없는 것의 조합 등을 거침없이 전개한 것이 특징. 하늘을 내부 공간으로 들여오고 이미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복하는 그의 1952년 작 ‘개인적 가치’를 차용해 디저트의 크기에 대한 실험을 전개했다. 버터크림을 가득 채워 넣고 골드 리프로 마무리한 ‘자이언트 크루아상’이 사로잡은 눈길은 미도리, 말리부 등으로 만든 6월의 칵테일 ‘준벅’으로 이동한다. ‘딸기 밀푀유’와 ‘레몬크림 타르트’ 역시 컵과 침대 등과 겨루며 우리의 사고를 전환한다.

The Song of Love
조르조 데 키리코는 실재하는 것, 가시적인 것과 이상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형이상’을 창조했다. 본 적 있는 듯한데 실재하지 않는 듯한 장소를 무대로 얼굴 없는 형상,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고전주의 석상과 당대 오브제들이 혼재하는 화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석양빛을 전반적 무드로 살리고, 이와 대비되는 새파란 색을 자랑하는 칵테일 ‘블루 하와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도형적 특성이 드러나는 디저트를 배치했다. 오렌지 주스와 레몬즙을 착즙해 만든 ‘오렌지 셔벗’, 피스타치오 필링을 채워 넣은 ‘피스타치오 무스 케이크’, 원뿔 모양 케이크에 라즈베리 버터크림을 바른 새콤달콤한 ‘라즈베리 버터크림 케이크’, 그리고 레몬 제스트와 아이싱으로 완성한 ‘레몬 케이크’가 그 주인공이다.

The Persistence of Memory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는 양립할 수 없는 사건과 오브제를 병합해 현실 감각을 뒤트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과 사물을 기이한 모습으로 바꾸는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 등의 기법이 등장한다. ‘낯설게 하기’에 초점을 맞춘 달리는 이를 적절히 가미하며 꿈과 무의식의 세상을 창조했다. ‘명상하는 장미’에 등장하는 아이코닉한 장미꽃에서 영감을 받은 ‘자이언트 로즈 초콜릿‘은 로즈 오일과 밀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마치 해변가에 버려진 마른 가지에 탐스럽게 피어난 듯 매달렸다. 또 ‘퐁당 쇼콜라’에서 흘러나온 초콜릿은 녹아내리는 시계를 연상시킨다. 칵테일 모히토와 프렌치 75를 한데 어울러 만든 ‘올드 큐반’까지 한 모금 마시면 지금 눈앞에 달리가 상상한 카탈루냐 해변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The Hat Makes the Man
막스 에른스트는 모자로 의인화한 존재를 콜라주 작품에 가득 채웠다. ‘모자가 남자를 만든다’ 등의 글귀와 여성용 모자, 남근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병치하며 억압된 욕망의 상징으로 ‘모자’를 규정한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주장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다양한 컬러와 식용 글리터를 한데 섞어 샴페인과 함께 몰드에 굳힌 ‘샴페인 젤리’를 켜켜이 쌓고, 그 사이 체리와 젤리로 가니시를 얹은 ‘샴페인 칵테일’을 배치해 균형감을 유지했다. 이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종종 언어적·시각적 장난을 통해 환각적이며 에로틱한 비전을 만들어내기도 한 에른스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I Saw Three Cities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케이 세이지. 미국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시인인 그녀는 형이상학적 형태, 매끈한 표면, 차분하게 가라앉은 빛을 활용해 공허하고 황량한 풍경을 그려냈다. 이즈니 버터를 넣어 만든 ‘버터 쿠키’로 도시 전반의 풍경을 조각하고, 그림 속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고대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을 연상시키는 수직의 거대한 조각물은 사이사이 크림치즈를 샌딩해 쌓아 올린 벨벳 케이크와 슈거크래프트 반죽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현실적 공간에 제스트 바에서 선보이는 런던 드라이진, 네이비 스트렝스 진, 복숭아 와인을 섞어 완성한 칵테일 ‘코스모’는 마치 이곳을 평행우주 속 공간처럼 느끼게 할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박재용
푸드 & 스타일링 김가영(101레시피)
칵테일 김도형(제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