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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ce_프랑스에서 온 현대적인 것, 자비에 베양

ARTNOW

많은 미술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 전시. 그중 현재 유난히 자주 언급되는 국가관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스관이다. 왜 프랑스관이 술렁이고 있는지 알아보니, 그곳에 자비에 베양이 있었다.

1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에서 소개하는 자비에 베양의 ‘스튜디오 베네치아’. ⓒ Veilhan / ADAGP, 2017
2 전통적 예술의 문법에 현대적 숨결을 불어넣는 자비에 베양. ⓒ Veilhan / ADAGP, Paris, 2017 Photo by Giacomo Cosua

올해 프랑스관의 주인공은 가장 현대적인 조각가로 알려진 자비에 베양(Xavier Veilhan)이다. 그는 프랑스관에서 ‘스튜디오 베네치아(Studio Venezia)’라는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한데 이 작품은 뭔가 독특하다. 설치 작품이라기보단 하나의 무대에 가깝다. 100명이 넘는 음악가가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이곳에서 음악 작업은 물론 공연까지 펼친다. 말하자면 이번 프랑스관의 전시는 보통의 상업적 채널을 벗어나 음악을 창조하는 음악가뿐 아니라, 기존의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음악적 발견을 경험할 관람객에게도 흥미로운 실험장이 될 예정. 자비에 베양과 전시 공간과 실험 공간의 ‘중간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랑스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당신의 커리어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비엔날레의 국가관 작가로 뽑힌 건 이전의 주목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고 영광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베니스 비엔날레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선정되고 보니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기쁘다.
‘스튜디오 베네치아’는 어떤 작품인가?
프랑스관의 건축적 형태를 완전히 변모시킬 설치 작품이다. 조각이라기보다는 건축에 가깝다. 녹음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비에서 영감을 얻어 전시장을 녹음실의 그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실제 음악 녹음에 필요한 악기와 장치로 전시장을 꾸몄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7개월간 그곳에선 실제 음악가들의 작업이 이뤄지는데, 그들에게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고차원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악기’까지 준비했다.
희귀 악기라면 무엇을 말하나?
일반인은 구하기 어려운 바로크 시대의 악기나 1900년대 초의 전자 건반악기 옹드마르트노(Ondes Martenot), 무그테레민(Moog Theremin) 같은 것이다.
앞서 프랑스관의 건축적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고 했는데 그건 무엇을 뜻하나?
‘스튜디오 베네치아’는 청중(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그걸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프랑스관의 상징성에 손을 댔다. 프랑스관의 네오클래식풍 외관을 정교한 합판으로 가리는 작업을 했고, 여기에 더해 다양한 엔지니어와 함께 조명과 음향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무엇보다도 음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품에 음향적 개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관람객의 반응을 조율하려 한다.
얘길 듣다 보니 전작 ‘The Producers’(2015년)가 떠오른다. 그 또한 음악에 대한 당신의 관심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전 작품과 이번 작품엔 어떤 차이가 있나?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은 음악가들이 전시장 안에서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선 ‘몰입’과 ‘무대’, ‘음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와 그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려한다.

3 파리 갈르리 라파예트 백화점 내 갈르리 데 갈르리에서 선보인 ‘On/Off’. 자비에 베양의 음악과 소리에 대한 관심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Veilhan / ADAGP, Paris, 2017
4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을 담당하는 예술감독 리오넬 보비에 (왼쪽)와 크리스천 마클레이 (오른쪽)와 함께한 자비에 베양. ⓒ Veilhan / ADAGP, 2017
5 다양한 음악가와 협업해 선보인 설치 작품 ‘The Forest’(1988년). ⓒ Veilhan / ADAGP, Paris, 2017

작품에 참여하는 음악가와 프랑스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나?
‘스튜디오 베네치아’는 그 자체로 실험적인 음악 환경이다. 음악가들은 그 안에서 관람객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그에 못지않게 관람객도 독특한 방식으로 해당 음악가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음악가에게 열렬한 반응을 보내는 관람객도 있을 수 있고, 거기에 화답하기 위해 한 무리의 음악가가 즉흥 공연을 펼칠 수도 있다. 물론 특정 순간에 창작한 음악은 다시 공연되진 않을 것이다. 특정 시간에 어떤 음악가가 전시장에서 작업하고 있느냐에 따라 관람객의 전시관 방문은 매번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음악가가 잘 알려진 음악계의 아이콘이냐, 음악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냐, DJ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음악은 당신의 전문 분야인 조각이나 건축과 달리 미세한 컨트롤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소리는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시각예술가인 당신에게 ‘음악’과 ‘소리’는 어떤 의미인가?
어떤 면에서 음악은 미술만으론 불가능한 육체적 반응을 이끌어내 시각예술을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 일례로 사람들이 클럽에서 음악의 진동을 느끼듯 소리를 통해서도 어떤 사물에 육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음악엔 시각예술엔 없는 ‘시간’과 ‘길이’라는 개념이 있다. 말하자면 시각예술은 어디까지나 특정 순간에 관한 것이다. 무언가를 보고 그 순간 그것에서 영향을 받는 것.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한순간으로 요약할 수 없다. 노래나 음악을 한순간으로 줄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 ‘Viva Arte Viva(예술 만세)’와 이번 신작은 어떤 관계가 있나?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내 작업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광범위하다.(웃음)
프랑스관의 예술감독 리오넬 보비에(Lionel Bovier)와 크리스천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의 호흡은 어땠나?
마클레이는 이번에 주로 음악가 선정을 도왔고, 작가이자 퍼블리셔인 보비에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협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았다. 그는 또 이전의 도록과 다른 프랑스관만의 정기적 발행물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그래픽 디자이너 쥘 가비예(Gilles Gavillet)가 디자인한 첫 번째 작품이 발행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신작도 그렇지만, 당신의 작업엔 늘 ‘인간’과 ‘존재’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작업에서 물질적인 부분이 정신적 연구만큼 중요하다고 보나? 또 아이디어만큼 그걸 표현하는 테크닉에도 중요성을 부여하나?
물질적인 것과 개념적인 걸 분리하긴 어렵다고 본다. 내 생각에 물체는 보다 높은 영성을 지닌 무언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형태와 개념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웃거나 우는 건 뇌를 자극하는 비물질적인 무언가가 물질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섹스와 음악, 춤, 스포츠는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 행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시각예술의 목표도 이런 조합을 통해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자비에 베양이란 작가를 얘기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 중 하나가 ‘고전의 현대화’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대화’란 무엇인가? 왜 굳이 조각에서 현대화를 논해야 하나?
사실 고전의 현대화보다 관심 있는 게 ‘고전의 현대적 측면’이다.(웃음)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가 중요하지 작품 위에 덧입힌 ‘한 꺼풀’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고전적 조각에 흥미를 보이건는 그 역동성 때문이다. 반면에 중세 고딕 조각은 상당히 정적이기 때문에 현대성이나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작가로서 물체가 항상 견고하거나 불변의 성질을 띠는 게 아니라, 보다 넓고 유동적인 현실의 일부라는 사실을 잘 안다. 미술사란, 무기를 녹여 조각을 만들거나 조각을 녹여 무기를 만드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과 같이 기존의 과정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 생각에 ‘고전적 조각’은 이런 유동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비엔날레 이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이번에 프랑스관에서 소개하는 작품을 순회전 형식으로 전 세계에 선보일 생각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키르크네르 문화센터(CCK)를 시작으로 리스본의 아트, 건축, 테크놀로지 미술관(MAAT)에서도 전시한다. 두 곳 모두 프랑스관의 전시와는 그 결이 다른 전시가 될 것이다. 이번 작품은 기계적으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물가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유동적 ‘상황’에 가깝다. 그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리스본 두 도시에서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상황’이라니?
상황이라고 말한 건, 작품 그 자체보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무엇을 경험하고 보는지 그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각 도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음악을 통해 재현하는 게 아니라, 관람객들이 그처럼 특별한 장소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표현하고자 한다. 가능하면 LA처럼 음악으로 유명한 도시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다.

 

자비에 베양 퐁피두 센터와 베르사유 궁전 등에서 개인전을 연 프랑스의 대표 작가. 현대적이고 독특한 방식의 조각, 회화, 영상, 사진 등을 경계 없이 표현해온 그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여성의 누드, 음악과 조형 예술의 조합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작품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313 아트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