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mine C Controversy
메르스가 남긴 면역력이라는 숙제, 그 둘의 싸움에서 때 아닌 비타민 C의 등이 터졌다. 최근 면역력 증강의 열쇠로 떠오른 비타민 C,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WHO가 권고하는 국제 기준에서 보면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 7월 28일, 정부는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그 때문에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휴가철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가 물러가긴 한 모양이다. 메르스라는 낯선 질환의 첫 확진 판정이 난 이후 재난 영화에서나 봐온 마스크 도시가 된 대한민국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속에서 69일을 보냈다. 메르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없어도 면역력이 탄탄하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이 화두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이와 더불어 때 아닌 논쟁의 주인공이 된것이 있으니, 바로 비타민 C다.

문제의 발단은 온 국민이 메르스 사태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지난 6월 초, 한 대학교수가 아침저녁으로 2g씩, 매일 총 4g의 비타민 C를 복용하면 메르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본인의 SNS에 올린 것이었다. 이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비타민 C가 메르스 백신이라도 되는 양 맹신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같은 전문의 사이에서 비타민 C와 메르스 예방엔 어떤 의학적 인과관계도 없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면서 대혼란이 생겼다. 맹신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제약사마다 비타민 C 품절 사태를 빚었고, 마스크나 손 소독제만큼 비타민 C는 귀하신 몸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화제가 될 만큼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에 강력한 도움이 되는 걸까? “비타민 C는 인체의 기능과 건강 유지를 위한 미량원소 중 하나로 아스코르빈산이라고도 불립니다. 콜라겐을 생성하는 기본 물질이기 때문에 조직의 성장과 보수에 필요하고, 골절 치료에도 필수죠. 무엇보다 인체가 감염에 저항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항산화제입니다.”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의 설명이다. 여기서 면역력과 관련해 밑줄을 그을 부분은 ‘항산화제’라는 단어다. 항산화 능력이란 체내에 독소가 침범했을 때 이를 이겨내는 힘으로, 곧 면역력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왜 많고 많은 항산화제 중에서 하필 비타민 C를 면역력의 제왕처럼 떠받들게 된것인지,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항산화 능력을 보충해주는 성분에는 비타민 A·C·E를 비롯해 안토시 아닌·사포닌 등의 폴리페놀류와 베타카로틴·리코펜 등의 카로티노이드 종류가 있으며, 이들 모두 면역력을 높이는 데 일조합니다. 이 중에서 유독 비타민 C를 면역력 증강 성분으로 언급하는 이유를 꼽자면, 과잉 복용했을 경우 체내 축적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영양소에 비해 과잉 복용 시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용성이라 큰 부작용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논란이된 내용 중 ‘4g’이라는 용량에 다시 시선이 간다. 김세현 원장의 말에 따르면 여성은 하루 75mg(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과 노인은 120mg), 남성은 하루 90mg이 비타민 C의 최저 권장량이며, 일반적으로 하루 100~1100mg까지 권하고 있다고 한다. 4g이라면 최저 권장량의 40배를 훌쩍 넘는데, 그렇다면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이 면역력 강화의 열쇠가 된것일까? 실제로 ‘고용량 비타민 C 요법’ 혹은 ‘메가도스요법’은 이번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한 유명 의과대학 교수가 매스컴을 통해 자신의 장인, 장모, 부친이 메가도스 요법을 통해 고혈압과 뇌졸중, 당뇨 등에 효과를 봤다고 주장한 것(이와 함께 그는 무려 하루에 6000mg 이상의 비타민 C 보충제를 섭취할 것을 권했다).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뇌졸중 같은 중병에 효과를 봤다는 주장이 몰고온 파장은 어떠했을지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박하는 전문의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의 저자인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는 위 교수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한마디로 선을 긋는다. 비타민 C 보충제가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임상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으며,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항고 혈압제보다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고, 일반적 생활 습관 개선보다 효과가 더 낫다는 근거도 없다는 것. 뇌졸중과 당뇨 등에 대한 주장 또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무조건적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중증 치료까지는 아니라도 메르스 같은 감기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선 비타민 C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어도 되는 걸까? 이 부분 역시 의견이 갈린다. “감기 예방에서 비타민 C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타민 C와 감기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2013년 코크런 리뷰에 따르면 매일 최소 200mg의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은 마라톤 선수같이 활동량이 현저히 많은 사람에게 감기 발병률이 절반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을 뿐 일반인에게는 예방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루 1~2g의 고용량 비타민 C 섭취가 소아의 경우 감기 지속 기간을 18% 감소시켰다는 보고도 있지만, 치료적인 면에선 비타민 C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김세현 원장이 비타민 C 고용량 요법에 크게 동조하지 않는 한편, 조애경 원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지난 2007년 워싱턴 대학 연구에서도 실제로 조류독감 예방에 비타민 C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만약 심한 스트레스나 감기, 과음 등의 환경에 노출됐다면 식품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추가적 보충제가 필요합니다.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 경우 다른 모든 영양소를 섭취한다해도 비타민 C가 부족하면 회복이 쉽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신종 플루나 대상포진 등 갑작스러운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 질병의 경우, 면역력을 폭발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고용량 비타민 C 주사가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그러니 감기 기운이 있을 경우 면역력 강화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비타민 C 효과에 대한 논쟁은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뚜렷한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아직은 뭐라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초기 감기 예방법 중 하나로 고려할 수는 있을 듯하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중심을 잡을 방법은 하나다.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말하는 내용에 귀 기울이는 것.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은 비타민 C 하나로 면역력 증강 효과를 기대하진 말라는 것이다. 스트레스, 과음, 불규칙한 식사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낳은 체내 불균형을 과량의 비타민 C를 섭취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 비타민 C를 고용량 섭취하지 않더라도 좋은 생활습관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면 같은 환경에서 질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기 마련이다. 진정한 면역력 강화를 위해 비타민 C는 필요조건은 돼도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에디터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차샛별 참고 서적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명승권 지음, 왕의서재 펴냄) 네일 박은경(유니스텔라)